근무 중 핀잔을 듣는 사소한 전화 통화라도 스트레스를 줘 사망 원인이 됐다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망인은 2006. 12. 1. 친언니가 운영하는 xx 시 ○○동물병원의 사무원으로 입사하여 근무하던 중, 2009. 8. 25. 17:55경 위 ○○동물병원 사무실에서 거래처 사장과 통화 후 ‘억’하는 소리와 함께 벽에 머리를 부딪치며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되어 치료를 받았으나, 다음 날인 2009. 8. 26. 직접사인 ‘심폐정지’, 중간선행사인 ‘뇌간압박 및 연수마비, 중증뇌부종’, 선행사인 ‘뇌지주막하출혈’로 사망하였다.
나. 망인의 아버지인 원고는 2010. 8. 23.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의 지급을 청구했으나, 피고는 2010. 10. 28. ‘망인의 평소 업무내역과 재해발생경위 등을 검토한 의학적 소견은 업무상 과로의 근거가 없고, 재해 당일의 상황은 근무시간에 통상적으로 벌어질 수 있는 사안으로 특별히 스트레스라고 볼 수 없으므로, 망인의 사망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족보상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1 내지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망인은 평소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던데다가, 망인의 친언니이자 원장과 친하게 지내던 거래처 사장으로부터 업무상 여러 차례 무시당하는 말을 들어 왔음에도 노○○과의 관계 때문에 화를 억누르고 참아오다가 재해 바로 직전에 김○○과 전화 통화를 하는 과정에서 거래처 사장으로부터 업무상 실수로 또 다시 질책을 당하자 순간적으로 분노가 치밀어 오르면서 급격한 스트레스를 받음으로써 갑작스럽게 혈압이 상승하여 뇌동맥류가 파열되어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므로, 망인이 수행한 업무로 인하여 이 사건 재해가 발생했음이 명백함에도, 이와 달리 보고 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나. 인정사실
1) 망인의 업무환경 및 업무내용 등
가) 망인의 친언니가 2006. 3. 1. 남양주시 ○○읍 ○○리에 ○○동물병원을 개업하자 망인은 그때부터 친언니를 도와 ○○동물병원에서 일하다가 2006. 12. 1. 정식으로 ○○동물병원의 사무원으로 입사하여 근무하게 되었다.
나) 개업 당시에는 친언니와 망인, 미용실장 1명 등 총 3명으로 ○○동물병원이 운영되어 근무환경이 다소 열악하였으나, 2008. 9.경 동물병원이 확장되고 수의사 1명과 미용사 1명을 더 채용하면서 근무환경이 많이 개선되었다.
다) 망인은 ○○동물병원에서 행정업무, 진료 및 수술보조 업무, 방문자상담, 매장관리 등 병원 운영을 위한 여러 가지 업무를 담당하였고, 2008. 3.부터는 ○○대학교 행정법무대학원 사회복지과에 입학하면서 1주일에 2일 정도 퇴근 후 대학원에 다녀오고 2009. 6. 26.부터 2009. 8. 15.까지는 매주 일요일에 대학원 실습에 참가하는 등 학업과 병원업무를 병행하였다.
라) 망인의 근무시간은 09:30부터 19:00까지였고, 일요일을 제외한 주 6일 근무를 하였다. 망인은 평상시 30분 내지 1시간 정도의 연장근무를 하였고, 월 10회 정도 야간 응급진료시 진료보조에 참여하였다.
2) 재해 발생일 망인이 수행한 업무내용 및 망인의 사망 경위 등
가) 망인은 재해 발생일인 2009. 8. 25.에도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동물병원 업무를 수행하다가 17:40경 동물병원 사무실에서 노○○과 친하게 지내던 거래처 사장 김○○에게 전화를 걸어 ‘한 달 전에 주문했던 애견 껌을 지금 찾으러 가도 되겠느냐’고 물어 보았는데, 김○○이 ‘한 달 전 주문하고 여태 찾아가지 않은 물건이 아직 남아 있겠느냐’며 핀잔을 주자, 망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무언가 말을 하면서 전화를 끊고 그 자리에서 눈물을 흘렸다.
나) 이를 본 망인의 언니 노○○이 망인에게 ‘왜 눈물을 흘리고 있느냐’고 묻자, 망인은 노○○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면서 ‘예전부터 김○○으로부터 업무상 자주 무시당하는 말을 들어 너무 힘들었지만 언니와 거래처사장과의 관계 때문에 화를 억누르고 참아왔는데 이제는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울기 시작했다.
다) 이에 친언니는 일단 망인의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개수대에 가서 세수하고 오라고 하였고 망인이 세수하러 간 사이에 김○○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받게 되었는데, 거래처 사장이 ‘방금 망인과 전화통화를 하던 중 망인이 목소리를 떨면서 언짢게 전화를 끊었는데 망인의 상태가 괜찮느냐’는 취지로 물어와, 친언니는 거래처 사장에게 ‘망인이 울고 있으니 확인한 후에 다시 전화를 하겠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라) 그 후 망인이 세수하고 돌아와서 친언니에게 재차 거래처 사장과 일어난 상황에 대해서 말하던 중 갑자기 ‘억’하는 소리와 함께 벽에 머리를 부딪치며 쓰러졌고, 그 즉시 병원으로 후송되어 치료를 받았으나 다음 날인 2009. 8. 26. 사망하였다.
마) 망인의 사망진단서상에는 직접사인 ‘심폐정지’, 중간선행사인 ‘뇌간압박 및 연수마비, 중증뇌부종’, 선행사인 ‘뇌지주막하출혈’로 기재되어 있다.
3) 망인의 건강상태 등
가) 망인은 사망 당시 ○○세 남짓의 미혼인 여자로서 2008. 11. 28.경 받은 건강검진결과 ‘검사결과 이상 없음’으로 나왔고, 건강보험 요양급여내역에도 특별한 질환으로 치료받은 내역이 없는 등 건강에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나) 망인은 월 1~2회에 소주 한 병 정도의 음주를 하였고, 담배는 피우지 않았으며, 헬스정기권을 끊어 주 1~2회 정도 운동을 하였다.
다) 뇌질환 등 특이 질환에 대한 가족력도 없다.
4) 의학적 견해 등
가) 피고 자문의 소견
망인은 거래처와의 통화 후 눈물을 흘리는 등 감정의 기복이 심하였으며, 그 직후 쓰러진 재해경위가 뚜렷한바, 업무 중 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망인이 사망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나)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판정결과
망인의 평소 업무내역과 재해발생경위 등을 검토한 의학적 소견은 업무상 과로의 근거가 없고, 재해 당일의 상황은 근무시간에 통상적으로 벌어질 수 있는 사안으로 특별히 스트레스라고 볼 수 없으므로, 망인의 사망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
다) ○○○대학 ○○병원의 감정의 소견
망인의 영상 소견상 망인은 재해 당시에 갑작스런 분노 및 스트레스 등을 받고 혈압상승이 일어남으로써 뇌동맥류파열에 의한 자발성 뇌지주막하출혈이 발병한 것으로 보이고, 다만 뇌동맥류파열은 혈관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음주, 흡연, 고혈압 등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과 갑작스런 혈압의 상승을 유발하는 파열 당시의 육체활동(분노, 놀람, 배변, 성관계, 코풀기, 과도한 신체활동 등)이 복합적으로 관여되기 때문에 재해 당시의 분노나 스트레스 등이 망인의 사망에 기여한 정도를 정확히 판단하기는 어렵다.
라) 관련 의학지식
⑴ 뇌지주막하출혈은 자발성 출혈과 외상성 출혈로 나누어지고, 자발성 뇌지주막하출혈의 약 80% 이상의 원인이 뇌동맥류파열이다. 뇌동맥류가 파열되어 뇌지주막하출혈을 야기시키면 머리에 꽝 치는 듯한 느낌과 함께 생애에서 가장 심한 두통을 경험하게 된다. 뇌동맥류파열시 약 15% 정도는 출혈이 심하여 회복하지 못하고 사망한다.
⑵ 뇌동맥류 파열의 발병 원인으로는 아직 확실하게 알려진 것이 없으나 선천적인 동맥벽의 이상, 동맥경화, 고혈압과 유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정도이고, 그외 뇌동맥류파열의 위험인자로는 흡연, 과음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뚜렷한 인과관계는 아직 불분명한 상태이다.
⑶ 뇌동맥류는 갑작스러운 혈압상승 시 파열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만성고혈압이 아닌 갑작스런 혈압상승이 뇌동맥류를 파열시키는 인자로 볼 수 있다. 과로나 스트레스가 작용하여 혈압상승을 유발할 수도 있으므로 이론적으로 과로나 스트레스가 뇌동맥류 파열의 한 원인이 될 수 있고, 만성적 스트레스로 인하여 혈압이 만성적으로 상승되었거나 갑작스러운 스트레스로 인하여 혈압이 일시적으로 상승되었을 때에도 뇌동맥류 파열이 발생할 수 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9호증, 을 제1 내지 4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증인 김○○, 노○○의 각 증언, 이 법원의 ○○○대학 ○○병원에 대한 진료기록 감정결과, 이 법원의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다. 판단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에 정한 업무상 재해란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의미하므로 업무와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며,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하며, 또한 업무와 사망과의 인과관계의 유무는 보통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3. 9. 선고 2005두13841 판결, 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9두58 판결 등 참조).
2)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에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망인은 친언니가 운영하는 ○○동물병원에 3년 넘게 근무하면서 치넌니와 친하게 지내던 거래처 사장으로부터 여러 차례 업무상 무시당하는 말을 들어 힘들어 했음에도 노○○과 김○○과의 관계 때문에 화를 억누르고 참아온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이 사건 재해 바로 직전에도 망인은 전화상으로 거래처 사장으로부터 업무상 실수로 질책을 당하자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를 끊고 그 자리에서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감정의 기복이 심했고, 그 즉시 친언니에게 ‘거래처 사장에게 무시당하는 것을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며 울분을 토하다가 그 자리에서 뇌동맥류가 파열되어 쓰러진 점, ③ 거래처 사장 또한 망인에게 질책을 한 것이 걱정되어 다시 친언니에게 전화를 해서 망인의 상태를 묻기도 한 점, ④ 망인은 재해 당시까지 건강에 아무런 이상이 없었을 뿐 아니라, 뇌동맥류파열의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는 고혈압, 과음, 흡연력, 가족력 등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던 점, ⑤ 뇌동맥류는 갑작스런 스트레스로 인하여 혈압이 일시적으로 상승되었을 때에도 파열될 수 있는 것으로 의학적으로 알려져 있는데, 망인의 재해경위나 망인의 건강상태, 나이 등을 고려해 보면 망인의 경우 위와 같은 갑작스런 스트레스로 인한 일시적 혈압상승의 원인 이외에 다른 원인에 의하여 뇌동맥류가 파열되었을 가능성을 상정하기는 매우 곤란한 점, ⑥ 감정의 역시 위와 같은 점을 근거로 ‘망인은 재해 당시에 갑작스런 분노 및 스트레스 등을 받고 혈압상승이 일어남으로써 뇌동맥류가 파열된 것으로 보인다’는 의학적 소견을 피력하였고, 피고 자문의도 ‘망인의 재해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업무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망인이 사망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취지의 의학적 소견을 피력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망인은 오랫동안 거래처 사장으로부터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아 스트레스가 상당히 누적된 상태에서 거래처 사장으로부터 또 다시 질책을 당하자 순간적으로 분노가 치밀어 오르면서 그 스트레스로 인하여 갑작스럽게 혈압이 상승하여 뇌동맥류가 파열됨으로써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망인이 수행한 업무와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