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경비원의 업무상 재해의 인정
신현종 노무사의
산·재·일·지
대부분의 아파트 경비원은 뇌혈관질환으로 인해 쓰러질 경우 업무가 과중하지 않다는 이유로 산재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근무지 외에서 발병했을 경우에는 업무상재해로 인정받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업무수행중의 발병이 아닌 경우 상병과 발병간의 인과관계를 의학적으로 명백하게 입증하면 일은 간단히 풀릴 수도 있다. 산재 전문 신현종 노무사가 최근 맡아 산재인정을 받은 경비원 김씨의 사건을 통해 업무상재해 인정기준과 범위 등에 대해 알아본다.
근무지 이탈 발병했어도
업무상 재해 인정받는다 -①
김모 씨는 지난 해 1월 J아파트 경비원으로 입사해 근무하다가 같은 해 12월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휴식하던 중 쓰러져 뇌실질내출혈로 반신마비가 초래되었다. 김씨는 이날 귀가 후 두통을 호소하다가 잠자리에 들어 오후께 일어나 인근 산으로 보행하던 중 변을 당한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된 아파트 관리소장은 평소 성실하게 근무하며, 동료들간 평판이 좋은 김씨의 처지를 딱하게 생각하고 수소문 끝에 노무사사무소를 찾아 도움을 요청해 산재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 뇌혈관질환의 업무상재해 인정기준
산재보상보험법은 업무상 재해에 대하여 일정한 요건에 맞는 경우에 한해 산재보상을 해 주고 있다. 이것이 바로 산재법 시행규칙 제39조 1항 별표에 제시된 업무상 질병 또는 업무상 질병으로 인한 사망에 대한 업무상 재해인정기준이다.
이 기준에는 △뇌혈관질환 및 심장질환 △물리적인 인자에 의한 질병 △이상기압으로 인한 질병 △소음성 난청 △신체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작업으로 인한 질병 △진동장해 △요통 △화학물질로 인한 중독 또는 속발증 △염화비닐·타르·망간·연 및 연합금·수은·아말감·크롬·카드뮴·벤젠·지방족·방향족화합물·트리클로로에틸렌·디이소시아네이트·이황화탄소등과 관련된 중독증 △석면으로 인한 질병 △세균 바이러스 등의 병원체로 인한 질병 등을 예시하여 이 기준에 해당하는 경우 이를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고 있다.
암에 대해서는 진폐로 인한 폐암에 대하여서만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뇌혈관질환의 업무상 재해의 인정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산재법 시행규칙을 자세히 살펴보면 뇌혈관질환이 발병할 수 있는 정도의 업무상 과로에 대하여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첫째로 돌발적이고 예측곤란한 정도의 긴장, 흥분, 공포, 놀람 등과 급격한 작업환경의 변화로 근로자에게 현저한 생리적인 변화를 초래한 경우로서 뇌혈관의 정상적인 기능에 뚜렷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도의 과중부하를 말한다.
둘째로 업무의 양, 시간, 강도, 책임 및 작업환경의 변화 등 업무상 부담이 증가하여 만성적으로 육체적, 정신적인 과로를 유발한 경우로서 근로자의 업무량과 업무시간이 발병전 3일 이상 연속적으로 일상업무보다 30%이상 증가되거나 발병 전 1주일 이내에 업무의 양, 시간, 강도, 책임 및 작업환경 등이 일반인이 적용하기 어려운 정도로 바뀐 경우를 말한다고 하고 있다.
◑경비업 종사자의 업무상 재해 인정
경비업무종사자들의 업무상 재해의 인정에 있어서 이 규정은 커다란 장해로 작용을 해왔던 부분이기도 하다.
상시 24시간 교대가 늘상 행하여져 오고 있었으므로 급격한 작업환경의 변화로 생리적인 변화를 초래하는 경우라고도 볼 수 없고, 업무량이 30%이상 증가하여 만성적인 과로를 하였다 라고 볼 수도 없다며 법원판례에서도 24시간 격일제 경비근무는 업무상 과로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려왔었다.
그러나 최근 아파트 입주자들의 관리비 절감노력이 경비 인원의 최소화, 용역청소원의 감원으로 나타나면서 경비업무이외에 청소, 주차관리, 쓰레기 분리수거 등 업무는 더욱 늘어나게 되었고 만성적인 과로에 시달리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본 사건의 재해자가 근무하는 아파트가 그러했다. 관리소장이 경비원의 업무를 상세하게 적어 놓은 요약표가 있어 이를 토대로 재해자의 업무상 과로요인을 조사하였다.
재해자의 주된 업무는 180세대의 아파트 경비원으로서 24시간 격일제 근무(07:00 출근-익일07:00경 퇴근)를 하면서 △폐기물 관리(재활용품, 일반쓰레기, 폐가구, 생활쓰레기 등) △안전관리(야간순찰, 방화관리, 승강기 고장신고, 어린이 안전사고 예방, 위험물 낙하여부 확인, 옥상 및 지하순찰, 우범자 감시, 세대구급신고, 차량접촉사고 감시, 옥상출입 열쇠관리 등) △행정업무(동사무소 전달물 배송, 관리사무소 게시물 게시, 관리비고지서 전달, 이사 전출입관리, 부녀회 허가광고물 관리, 초과주차료 부과세대 파악 및 보고) △건물 및 시설관리(계단방치물, 지하배관, 누전·누수의 점검 등) △통신업무(인터폰 교환업무, 관리소와 세대간의 연결업무, 세대 세금고지서의 전달업무 등) △사유물 관리(차량 및 세대 열쇠관리, 등기우편물 전달, 택배물 전달, 학습지 전달 등) △질서관리(외래차량단속 및 챠량스티커 발부, 잡상인출입 단속, 주차안내, 무단광고물 단속 등) △청소관리(미화원 감독, 주차장 청소, 화단정리 등)를 수행하여 왔다.
과거의 경비업무는 주로 도난방지 및 출입자통제 및 감시업무가 주된 업무였으나, 관리비 절감차원에서 인원수는 부족해지고 하는 일이 무척 늘어나 예전에는 하지 않던 업무(폐기물 관리, 행정업무, 통신업무, 사유물 관리, 청소관리업무)가 추가되어 경비원들은 날이 갈수록 열악한 근무환경에 처해있었고 특히, 폐기물관리업무와 행정업무(사유물 관리 포함) 및 주차차량 관리문제는 스트레스를 많이 주는 업무였음이 조사결과 밝혀졌다.
뿐만 아니라 재해발생 즈음에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를 가중시킨 일로는 연말연시 방범활동과 관련하여 지난해 12월 1일부터 경비근무강화 지시가 내려져 관리소장, 입주자대표회의 회장과 임원들의 순찰활동이 수시로 이루어 졌으며, 근무도중 잠깐씩 가수면을 취하였던 것조차도 할 수 없게되자 피로가 매우 가중되었고, 같은달 30일에는 새벽 3시까지도 순찰을 했다.
재해 발생전 3∼4일전에는 재해자가 경비주임에게 ‘너무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골치 아파 죽겠다’고 하면서 머리가 아프다는 말을 했다. 또한 재해자도 순찰이 배정되면 1일 1회 내지 2회 순찰활동을 했으며, 재해발생 당일인 30일 자정부터 새벽 1시까지 같은 날 새벽 3시부터 4시까지 순찰을 했다.
더욱이 재해발생 당일 날에는 새벽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이 새벽 5시경까지 5㎝가량 쌓여 이를 치우느라고 7시 교대시 까지 힘들게 눈을 치웠다. 새벽에 눈을 쓸어 놓지 않으면 입주민들이 불편하므로 상당히 넓은 면적의 눈을 치우느라 당일 무리를 많이 했었다. 당일 교대자에게도 ‘오늘 무척 힘이 들었다’ ‘피곤하다’ ‘머리가 아프다’며 퇴근을 했다고 한다. 이를 토대로 관리소장의 사실확인서와 동료의 진술을 받았다. 즉 재해자의 과로사실은 충분히 입증이 된 셈이다.
◑사건의 난점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 발병 장소가 근무지가 아니므로 의학적으로 명백하게 과로와 상병의 발생과의 인과관계를 규명해야만 했다.
뇌혈관 질환의 발병원인에 대해 의학적으로는 뇌동맥류, 뇌혈관의 기형, 동맥경화 등이 잠복하여 있다가 일시적인 혈압의 상승으로 인하여 터진다고 보고 있다.
뇌동맥류라함은 뇌혈관이 만성적인 고혈압으로 인하여 풍선처럼 부풀어올라 있는 상태를 말하며, 뇌혈관의 기형은 뇌내 동맥과 정맥 사이에 정상인의 경우는 모세혈관이 존재하지만 비정상인의 경우는 모세혈관 없이 동맥과 정맥이 연결되면서 모세혈관의 기능을 이들 동맥과 정맥이 기형적으로 발달하면서 꽈리모양의 혈관덩어리를 형성하고 있는 상태를 말하며, 동맥경화는 오래된 수도관 내벽에 녹이 잔뜩 슬어있듯 혈관벽에 노폐물이 침착하여 오랜 시간 경과하면서 혈관이 탄력을 잃고 굳어진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혈관의 상태에 일시적인 혈압상승이 일어나면 혈압을 견디지 못하고 혈관이 터지게 되는데 이것이 그 무서운 뇌출혈이다.
물론, 혈관이 정상적인 상태에서도 일시적인 혈압의 상승으로 혈관을 터트려 뇌출혈을 일으킬 수도 있다. 일단 한번 이병에 걸리면 최소한 육체에 마비를 초래하고, 정신지체를 일으키며, 심한 경우는 생명을 앗아가기도 한다. 회복이 된다고 하더라도 후유증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하기가 매우 어렵다.
평소 경비원 김씨는 고혈압이 조금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치료를 받아야 하는 정도까지는 아니었으나, 최근 일과 관련하여 과로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간헐적인 두통을 호소하여 왔다는 것도 김씨 아내의 진술로 확인되었다.
앞에서 언급한 과로에 대한 사실관계 입증자료와 동료진술서 등을 토대로 의학적인 소견을 조회한 바, 담당주치의는 재해자의 뇌출혈의 발생이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혈압의 일시적인 상승으로 유발된 것으로 보인다는 소견을 제시하였고 결국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로 승인되었다.
김씨의 아내는 힘들게 살고 있는데 남편마저 병석에 눕고 마니 치료비, 생활비, 아이들 학비 등 앞이 캄캄했다며 정말로 감사하다고 했다. 그러나 감사를 받을 분은 아파트 관리소장님과 주위 동료들이다. 요즈음 자신도 살기 어려운데 궂은 일에 나서서 자신의 바지자락을 적셔가며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주는 마음을 가진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업무상 과로를 인정하여 달라는 요구는 근로자나 그 가족이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관리소장이 나서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이례적이어서 세상이 밝다는 느낌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