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등으로 퇴사 후 질병 발병
스트레스 등으로 퇴사 후 질병 발병했다면 업무상 재해 인정해야...
서울행정법원 판결
사건 : 2003구단1410 요양불승인 처분 취소
원고 : 김○○
피고 : 근로복지공단
변론종결 : 2004. 3. 23
판결선고 : 2004. 5. 11
주 문
1. 피고가 2003. 1. 2. 원고에 대하여 한 요양불승인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다음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가. 원고는 1996. 1. 15. 제습기 제조업체인 주식회사 S엔지니어링에 입사하여 근무하다가 200. 5. 18 퇴직하였는데. 2002. 6. 9 08:00경 부친의 집에서 양치질을 하던중 쓰러져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에서 ‘뇌동맥류파열에 의한 뇌직막하 출혈, 뇌수두증’(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의 진단 하에 수술 및 입원치료를 받았다.
나. 원고는 2002. 11. 29. 피고에게 이 사건 상병에 대한 요양승인 신청을 하였으나, 피고는 2003. 1. 2. 원고가 회사를 퇴직하고 20일이 경과된 후 발병하여 업무수행성이 인정되지 않고 선천적인 뇌동맥류가 자연경과적으로 악화되어 파열된 것으로 판단된다는 자문의의 소견을 들어 업무와 상당인과 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불승인 처분을 하였다.
2. 불승인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인정사실
(1) 원고의 입사 및 퇴직 경위, 업무내용 등
(가) 원고는 원래 H산업이라는 업체에서 영업 및 설계업무를 담당하며 근무하다가, 주식회사 S엔지니어링의 대표이사 이○○의 스카웃 제의를 받아 1996. 1. 15. 위 회사에 입사하여 과장으로 근무하게 되었는데, 당시 위 회사는 설립초기이고(1995. 11. 7. 설립), 직원도 10명 남짓에 불과하여 경영이나 영업, 인원 수급 등에 있어 전반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이에 대표이사 이○○이 원고에게 회사의 업무를 총괄하도록 하여, 원고는 영업, 생산, 관리 등 업무 전반을 지휘, 수행하면서 한달에 약 20일 정도를 21:00경까지 근무하였다.
(나) 원고가 차장으로 근무하던 2001. 7.경 시화공단에 위 회사 공장을 신출하게 되어 원고는 공장부지 매입, 계획, 시공에 이르기까지 공사진행 과정 전반을 지휘, 감독하였는데, 당시 대표이사 이○○은 공장이 신축되면서 원고를 공장책임자로 승진 임명하겠다고 하였으나, 공장이 완공되자 2002. 2.경 자신과 개인적 인연이 있는 김○○을 관리이사로 채용하여 공장책임자로 임명하였고, 이로 인하여 원고는 크게 낙담하게 되었다.
(다) 그럼에도 관리이사가 공장업무에 문외한이었기 때문에 대표이사가 관리이사에게 지시할 업무를 원고에게 지시하면서 그에 따른 책임추궁을 하여 원고는 점점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고, 2002. 4.경 부터는 회사 경비절감을 이유로 휴대폰 요금과 차량유지비 보조를 중단하는 등 설립시 입사한 고임금자들에 대한 지원까지 줄이자, 원고는 자신의 퇴사를 요구하는 것으로 받아 들여 고민을 하면서 회사 동료에게 사장님이 자기를 믿지 못하고 쫓아내려고 하는 것 같아 더 이상 근무하기 어렵다고 호소하기도 하였다.
(라) 결국 원고는 2002. 5. 18. 퇴직을 하였는데, 이때 새로 입사할 회사나 개인 사업을 운영할 것인지 등 진로를 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2) 원고의 건강상태, 발병경위
(가) 원고는 2001. 12. 시행한 건강검진에서 혈압이 150/100mmhg로 고혈압 의심소견을 받았으나, 그 외에는 별다른 질환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나) 원고는 위와 같이 퇴직을 한후 진로에 관하여 줄곧 고민하여 오던 중 부친의 생신을 맞이하여 본가에 갔다가 앞서 본 바와 같이 쓰러지게 되었다.
(3) 의학적 소견
(가) 뇌지주막하출혈의 가장 많은 원인은 뇌동맥류 파열이고, 뇌동맥류는 뇌의 동맥 일불분이 풍선과 같이 혹 모양으로 부풀어오르는 병으로 선천성 또는 후천성으로 발생한 뇌동맥 벽의 결함과 후천적으로 관여하는 뇌혈관의 혈류역학적 요소 등에 의하여 발생하는데,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뇌지주막하출혈은 동맥 내압을 상승시 킬 수 있는 상황 즉, 격노, 싸움, 성교, 배변, 흥분상태, 정신적 긴장, 육체적 과로, 수면중 꿈을 꾸는 경우 등에 발생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다.
(나) 뇌수두증은 뇌척수액이 두개강 내에 과다하게 많이 고이는 것으로 별도의 질병이 아니라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하여 나타나는 증상의 하나인데 뇌지주막하출혈에 의하여 발생할 수 있다.
(다) 원고에게 발생하여 있던 뇌동맥류가 선천적인 것이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다. 판단
위 인정사실에 나타난 원고의 업무내용, 퇴직 전후의 상황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주식회사 S엔지니어링에서 근무할 당시 대표이사의 신임 하에 업무 전반을 열심히 수행하여 왔고, 또 공장책임자로 임명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가 그러한 기대가 무산되고 점차 대표이사의 신임도 잃으면서 업무상의 스트레스가 누적된 끝에 그 심적 갈등을 견디지 못하여 퇴직을 하게 되었고, 퇴직후에도 진로가 정해지지 않아 많은 고민을 함으로서 정신적 스트레스가 극심하였을 것으로 보이는바(39세의 나이에 진로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로 퇴직한 원고에게는 퇴직 후 20일의 기간은 더 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기간이 될지언정 휴식을 취한 기간이 되었으리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다).
이러한 스트레스로 인하여 원고가 평소 가지고 있던 고혈압 질환이 그 자연적 경과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되어 이 사건 상병을 일으킨 것으로 능히 추인된다.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상병은 원고가 위 회사에서 수행한 업무와 상당인과 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고, 그 발병시기가 퇴직 후 20일이 지났다고 하여 업무상 재해를 인정함에 지장이 될 사유는 되지 아니한다 할 것이니,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피고의 불승인 처분은 위법하다.
3. 결론
따라서 피고의 불승인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관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