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I여성노동자 5년만에 산재 인정
서울행정법원 판결
사건 : 2003구단6613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원고 : 김○○○
피고 : 근로복지공단
변론종결 : 2004. 6. 25
판결선고 : 2004. 8. 13
주문
1. 피고가 2003. 6. 10 원고에 대하여 한 요양신청서 반려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다만 원고는 소장 청구취지를 적을 때 요양신청서 반려처분이라 하지 않고 요양불승인처분이라고 적었으나, 갑 제4호증 기재를 보면 피고가 2003. 6. 10.에 원고에 대하여 한 처분은 요양불승인처분이 아니라 요앙신청서 반려처분인 것으로 보인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1993. 11. 10. 울산 울주군 삼남면 가천리 818에 있는 삼성에스디아이주식회사(당시 상호는 삼성전관주식회사이었다가 1992년 12월 무렵에 삼성에스디아이주식회사로 상호가 바뀌었다) 가천공장에 입사하여 브라운관 디와이(DY) 보정작업(화면해상도를 최적의 상태로 조정하는 작업. 이하 이 작업을‘브라운관 보정작업’이라고만 한다)을 수행하였고, 위 삼성에스디아이주식회사가 1998년 9월 무렵 공정을 분리하여 정우전자주식화사를 설립하자 위 정우전자주식회사로 소속이 바뀌어 같은 작업을 수행하여 왔다.
나. 원고는 1998년 12월 무렵부터 목과 양쪽 어깨, 팔, 허리, 엉덩이, 무릎 등 온 몸에 통증을 느껴“근막통증후군”(이하‘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의 소견을 받고 1999. 6. 17. 피고에게 요양신청을 하였으나, 요양승인을 받지 못하였다.
다. 그 후 원고는 1999. 8. 23.위 정우전자주식회사에서 퇴직하였는데, 퇴직 후에도 통증이 계속된다고 하면서 같은 상병으로 소견서를 받은 다음 다시 2003. 5. 22. 피고에게 이 사건 상병의 치료를 위하여 요양신청을 하였다.
라. 이에 대하여 피고는 2003. 6. 10. 원고에게, 원고는 이미 예전에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상병에 대한 요양신청을 하였다가 승인을 받지 못한 적이 있고, 2003. 5. 22.자 요양신청 역시 그 승인을 받지 못한 요양신청과 똑같은 내용의 요양신청이며, 원고가 위 정우전자주식회사에 퇴사하고 위 브라운관 보정작업을 하지 아니한지 4년 이상 지난 후에 다시 요양신청을 한 것이어서 이 사건 상병이 브라운관 보정작업과 관련된 근막통증후군이라 볼 수 없는 등 이 사건 상병이 시간적으로나 의학적으로 볼 때 업무와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의 요양신청서를 반려하였다(이하 이 요양신청서반려처분을‘이 사건 처분’이라고만 한다).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청구 원인으로, 원고가 현재 가지고 있는 이 사건 상병은 원고가 삼성에스디아이주식회사와 정우전자주식회사에서 오랫 동안 재직하면서 브라운관 보정작업을 할 때 일정한 근육만을 과다하게 사용하고 나쁜 자세로 오랫 동안 작업을 하면서 생긴 질환이어서 업무와 상당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함에도 피고가 이 사건 상병을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아니하고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 판단
(1) 인정사실
살피건대, 앞서 본 증거들과 이 법원이 서울대학교병원장, 녹색병원장에 대하여 한 감정촉탁결과와 정우전자주식회사에 대하여 한 사실조회결과에 변론의 전체 취지를 보태어 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원고가 삼성에스디아이주식회사와 정우전자주식회사에서 재직하던 약 5년 9개월 동안 브라운관 보정작업을 하던 자세는 다음과 같다.
1) 원고가 작업 의자에 앉아 있으면 브라운관이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 원고 앞으로 온다. 그러면 원고는 왼손으로 브라운관 뒤쪽에 있는 부품을 풀고 오른손으로는 작업대에 붙어 있는 스위치로 초점과 밝기 등을 조절한다. 이 작업을 위하여 원고는 몸을 비스듬히 하고 왼손을 뒤로 빼서 작업을 하는데 브라운관 한대에 대한 작업이 끝날 때까지는 그 왼손은 계속 든 채로 작업하여야 한다.
2) 그 다음에 원고는 브라운관 뒤쪽으로 몸을 돌려 브라운관 뒤에 조정봉을 꽂고 다시 앞으로 몸을 돌려 화면 조정을 계속 한다. 그 후 원고는 브라운관의 사방 가장자리를 보정하는 작업을 하는데 오른손을 옆으로 길게 뻗어 이른바 패라이트 시트를 잡고 시트를 하나 뜯어서 브라운관 뒤쪽으로 가져가 시트를 브라운관에 넣고 화면을 보면서 브라운관 사방 가장자리를 조정한다. 이 때 원고는 오른쪽 어깨를 길게 뒤로 빼야 하고 허리를 오른쪽으로 많이 돌려야 한다.
3) 마지막으로 원고는 다시 왼손을 길게 뻗어 브라운관 뒤로 손을 가져간 뒤 브라운관 뒤쪽에 있는 부품 하나를 잠근 다음 오른손으로 작업대에 있는 스위치를 만지면서 최종 확인 작업을 한다.
4) 이러한 작업을 오랫 동안 하면서 원고는 왼팔을 계속 올리고 오래 근무를 하다 보니 왼쪽으로 목을 돌릴 경우가 없었고, 작업자세가 계속 옆으로 기울어져 있어 목과 허리에 통증을 느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나) 원고는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하루에 브라운관 약 300대에 대한 보정작업을 하였고(8시간 근무 기준), 작업 시간중 2시간 가량을 일하고 20분 휴식을 하였다. 그리고 원고는 1998년 9월 이후 1999년 2월까지 근무내역을 보면 월 시간 외 근무 시간이 적을 때는 12시간, 많을 때는 64시간(평균 41시간)이었다.
(다) 원고는 1995년 초에 허리에 가벼운 통증을 느꼈으나 간단한 치료 후 그냥 넘어갔고 1998년 12월 무렵에는 온 몸에 통증을 심하게 느껴 이 사건 상병의 소견을 받아 피고에게 요양신청을 하였으나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승인을 받지 못하였다. 그 후 원고는 그 불승인처분에 대하여 취소를 구하는 심사청구나 행정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참고 지냈으나 통증은 계속되었고, 원고는 그 요양불승인처분 때문에 그 통증에 대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정하여진 요양급여로 치료를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면서 이러한 통증을 느끼는 신체적 증상과 관련하여 내적으로 상당한 혼란감과 불만, 자신의 처지에 대한 우울감, 무력감, 불안감을 경험하고 있고, 현재에도 이 사건 상병으로 통증을 느끼고 있다.
(라) 근막통증후군은 골격근이나 골격근막 안이 단단하게 뭉침이 일어나면서 자극에 대한 과민 반응을 보이고, 누르면 매우 아프고 전이통과 자율신경의 자극 증상이 동반되는 국소적 병증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질환이다. 그 진단은 문진을 통하여 병력을 들어보고, 통증의 분포, 이학적 검사를 통하여 이루어진다. 그리고 방사선 검사에서 이상 소견을 보이지 않고 근전도나 단층 촬영 영상에서도 정상으로 나타난다 하더라도 근막통증후군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다. 근막통증후군의 원인으로는 근육의 급성 손상, 만성적인 근육의 스트레스성 손상, 정신적 스트레스, 부적절한 자세, 호르몬의 이상, 정서적 장애 등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마) 근막통증후군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경우 섬유근통증후군으로 진행되어 전신적인 근육통을 호소하게 되고, 이 경우 치료는 더 어려워지게 되므로 이에 대하여는 조기에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그리고 근막통증후군을 유발하는 뭉침, 즉 통증유발점은 자연적으로 소멸되기도 하고 증상이 악화되지 않으면서 계속되기도 하나, 만성 요인이 있을 경우 만성화가 된다. 그리하여 수년 동안 통증이 지속되게끔 하는 근막통증후군의 만성적 요인으로는 정신적 스트레스, 수면장애, 지속적인 윗몸의 사용 등을 들 수 있다(서울대병원 감정촉탁결과 참조).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성 여부
위와 같이 인정되는 사실관계를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위 회사에 약 5년 9개월 동안 재직하면서 수행한 브라운관 보정작업은 불안정한 자세와 지속적으로 근육에 스트레스로 만성 피로를 가져오는 작업으로서 재직 당시 원고가 가지고 있었던 근막통증후군의 발병 원인이 되었다고 보여진다. 그리고 현재 원고가 느끼는 통증 역시 원고가 퇴직 후 수년 동안, 위 회사 재직중의 근막통증후군에 대한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얻은 내적 혼란감, 불만, 우울감, 무력감, 불안감 등의 정신적 스트레스가 근막통증후군의 만성적 요인으로 적용하여 지금까지 계속하여 근막통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원고의 이 사실 상병은 원고가 위 회사에서 수행하던 브라운관 보정작업이라는 업무가 원인이 되어 현재까지 가지고 있는 질병으로서 업무와 인과관계가 있는 상병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그러므로 원고의 이 사건 상병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고, 피고가 이 사건 상병을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보고 원고의 요양신청서를 원고에게 돌려준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3. 원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받아들이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은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