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상 합의를 보았더라도 산재보상청구권의 행사가 가능한 경우
이 사건은 재해자가 업무수행중 다른 작업자의 운전실수로 다리를 다치는 재해를 당하자 가해자(제3자 : 보상청구한 사람과 근로복지공단을 제외한 제3자의 개념임)로부터 합의금 조로 500만원을 수령하였다. 그후에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상금을 청구하였는데 이곳에서는 먼저 민사상손해배상을 제3자로부터 받고 민형사상 면책을 하였으므로 공단이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을 막아버렸으므로 재해자에게도 산재보상을 하여 줄수 없다고 하였다. 이에 재해자는 비록 합의금을 받기는 하였으나 산재보상금보다 현저히 적은 금액을 수령하였으므로 남은 차액이라고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나, 내부규정이 바뀌지 않는 한 지급할 수 없다며 불승인하였다. 이에 대하여 당소는 심사청구를 준비하고 있다. 대법원판례에서는 재해자가 가해자로 부터 받은 손해배상금이 산재보상금에 미달하는 경우 합의금을 초과하는 산재보상부분에 한하여 지급의무를 인정하고 있으므로 심사청구에서 승소하리라고 본다. 이에 본 사례와 관련된 대법원판례의 전문을 게재한다.
대법원 2000. 8. 18. 선고 2000두918 판결 【유족급여등부지급처분취소】
[공2000.10.15.(116),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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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시사항】
제3자의 불법행위에 의한 재해로 인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보험급여의 수급권자가 된 자가 그 제3자에 대한 재산상 손해배상의 청구를 포기하거나 그 의무를 면제하여 주었으나 진정한 재산상 손해액이 보험급여액보다 적은 경우, 보험급여의 지급의무가 면제되는 범위(=진정한 재산상 손해액 한도 내)
【판결요지】
제3자의 불법행위에 의한 재해로 인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보험급여 지급의무가 발생한 경우, 보험급여의 수급권자가 보험급여와 제3자에 의한 손해배상에 의하여 중복전보를 받는 것과 유책의 제3자가 그 책임을 면탈하는 것을 방지하고 보험재정의 확보를 꾀하려는 데 목적이 있는 같은 법 제54조 제2항의 입법취지와 그 규정내용에 비추어 볼 때, 보험급여의 수급권자가 제3자로부터 자신의 재산상 손해배상과 관련된 일정한 금원을 지급받고 나머지 청구를 포기 또는 면제하기로 하였다거나 혹은 이를 전혀 지급받지 않은 채 제3자의 재산상 손해배상의무 전부를 면제하여 주었다고 하더라도, 수급권자가 그 재해로 인하여 제3자로부터 배상받을 수 있는 진정한 재산상 손해액(보험급여항목과 관련된 범위에 국한된다)이 그 보험급여액보다 적은 경우에는 진정한 재산상 손해액 한도 내에서 그 보험급여의 지급의무를 면하게 되는 것일 뿐이고, 그 보험급여액 전부의 지급의무를 면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판결문>
【원고,피상고인】 정재순
【피고,상고인】 근로복지공단
【원심판결】 서울고법 1999. 12. 24. 선고 99누9546 판결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제3자의 불법행위에 의한 재해로 인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상법'이라 한다)상의 보험급여 지급의무가 발생한 경우, 보험급여의 수급권자가 보험급여와 제3자에 의한 손해배상에 의하여 중복전보를 받는 것과 유책의 제3자가 그 책임을 면탈하는 것을 방지하고 보험재정의 확보를 꾀하려는 데 목적이 있는 산재보상법 제54조 제2항의 입법취지와 그 규정내용에 비추어 볼 때, 보험급여의 수급권자가 제3자로부터 자신의 재산상 손해배상과 관련된 일정한 금원을 지급받고 나머지 청구를 포기 또는 면제하기로 하였다거나 혹은 이를 전혀 지급받지 않은 채 제3자의 재산상 손해배상의무 전부를 면제하여 주었다고 하더라도, 수급권자가 그 재해로 인하여 제3자로부터 배상받을 수 있는 진정한 재산상 손해액(보험급여항목과 관련된 범위에 국한된다)이 그 보험급여액보다 적은 경우에는 진정한 재산상 손해액 한도 내에서 그 보험급여의 지급의무를 면하게 되는 것일 뿐이고, 그 보험급여액 전부의 지급의무를 면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2.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에 의하면, 원고의 남편인 망인이 업무수행 중소외인이 운전하던 차량에 치어 사망하는 재해가 발생하여 위소외인의 형사사건에서 원고를 비롯한 망인의 유족들이 위소외인과 합의하면서 금 17,000,000원을 받고 더 이상 민·형사상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합의하였음을 알 수 있고, 한편 원심이 정당하게 계산한 바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 당시 정년을 불과 3개월 앞 둔 61세 9개월의 위 망인이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입은 재산상 손해액(일실수입, 장의비, 일실퇴직금)은 금 5,766,150원(원심이 인용한 제1심 판결의 3,557,560원은 계산상의 착오임이 명백하다)에 불과한 반면, 보험급여의 수급권자인 원고가 피고로부터 받을 수 있는 유족보상일시금, 장의비의 합계는 금 79,389,360원에 이르므로, 아무리 원고가 이 사건 합의금 17,000,000원을 받고 나머지 금액을 면제하여 주었다고 하더라도(재산상 손해액이 5,766,150원에 지나지 않는 점에 비추어 면제된 부분은 위자료의 일부일 것이다) 원고가 배상받을 수 있는 진정한 재산적 손해액이 피고가 지급하여야 할 보험급여액보다 훨씬 적으므로 피고의 보험급여지급의무가 전부 면제될 수는 없는 것이다.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원고의 위와 같은 합의로 피고의 보험급여지급의무가 전부 면제되었음을 전제로 한 이 사건 보험급여 부지급처분을 취소한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법리오해 또는 심리미진의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다만, 이 사건 합의금 17,000,000원은 보험급여의 대상항목이 아닌 위자료를 포함한 전체 손해에 대한 합의금으로 보아야 하고, 여기에는 원고뿐만 아니라 위 망인의 나머지 상속인들(자녀 4인)의 몫도 포함되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인바, 산재보상법 제54조 제2항 소정의 '수급권자'는 그 문언대로 산재보상법 제49조 제2항, 같은법시행령 제45조에 따라 결정되는 최선순위 수급권자만을 의미하므로(대법원 1997. 6. 27. 선고 95다18772 판결, 1998. 4. 10. 선고 98두557 판결 등 참조), 피고가 지급을 면하게 되는 금액은 원고 본인(나머지 상속인들 제외)의 재산적 손해(위자료 제외)배상을 위하여 지급된 것으로서 위 금 5,766,150원에 훨씬 미달한 금액이 될 것인데도 원심이 이와 달리 위 금 79,389,360원에서 이 사건 합의금 17,000,000원 전부를 공제한 차액이 피고에 의하여 지급되어야 한다고 판단한 부분은 잘못이라 할 것이나, 피고의 이 사건 보험급여 부지급처분이 취소되어야 한다는 원심의 결론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강국(재판장) 조무제 이용우(주심) 강신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