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 재해후 3년뒤 발생한 정신분열증도 업무상 질병

추락사고 3년후 발병한 정신분열증 업무상 재해 해당한다

 

☞ 공포 : 2006-12-13 2006구합7065

☞ 사건이름 : 추가상병불승인처분취소

☞ 원심판결 :  

 

 

판시사항  

 

재판요지

 

추락사고 이전에는 건강에 문제가 없었고 유전적 내력도 없으며 사고 이후에도 정신분열증을 발전시킬 만한 사고나 외부적 충격도 없었으므로 원고에게 내재해 있던 정신분열병의 소인이 추락사고 당시 받은 충격으로 발현된 것으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당사자

 

【원 고】 ○○○

【피 고】 근로복지공단

【변론종결】 2006. 11. 29.

 

주문  

 

1.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2005. 7. 11. 한 추가상병불승인처분과 2005. 8. 24. 한 2002. 8. 11. 이후의 휴업급여 부지급 처분을 모두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 구 취 지】

주문과 같다(원고는 2006. 10. 11. 휴업급여 부지급처분에 대한 불복범위를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2002. 8. 11. 이후 분으로 하여 청구취지를 감축했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 주식회사가 시공하던 쓰레기소각장 건설현장에 현장근로자로 입사하여 현장작업을 하던 중, 1995. 12. 19. 19:20경 건설현장 내 지상 150m 높이의 소각로에서 작업을 하다가 소각로 안에 설치된 간이리프트가 고장이 나 지상 80m 위치에서 아래로 추락하여 개방성 골절 경골간부 좌측, 요추 제5-제1천추 간 추간반탈출증, 요추염좌, 우측슬관절부 및 족관절부 염좌 등으로 1995. 12. 19.부터 1997. 4. 30.까지 1차 산재요양 후, 1997. 5. 7. 장해 10급 판정을 받고 치료종결했다가, 금속핀제거를 위해 1997. 12. 23.부터 1997. 12. 27.까지 2차 산재요양을 받고 다시 요양을 종결했다.

 

나. 원고는 1998. 12. 8.경 피해ㆍ관계 망상, 부적절한 언행, 수면장애 등의 증상으로 화순고려병원 등에서 정신분열증(‘이 사건 상병’)의 진단을 받고 이 사건 상병이 추락사고의 후유증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2005. 5. 6.경 피고에게 추가상병승인 신청을 하고, 2005. 8. 9.경 2002. 5. 1.부터 2005. 8. 9.까지의 휴업급여를 청구했으나, 피고는 2005. 7. 11. 원고가 기존에 두부손상과 관련하여 승인받은 상병이 없고, 치료종결 후 1년이 경과된 시점에 정신과 치료를 처음 받았으며, 자문의가 1995. 재해 및 기존의 상병과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는 이유로 추가상병을 불승인하는 ‘이 사건 추가상병불승인처분’을 하고, 2005. 8. 24. 휴업급여 청구기간 중 산재요양으로 인해 취업하지 못한 것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휴업급여 청구를 반려했다.

[인정 근거] 갑 1, 2, 3호증, 을 1, 8호증의 각 기재

 

2.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1) 이 사건 상병은 추락사고나 추락사고에 따른 후유증으로 발생했거나, 이 사건 상병이 추락사고로 인해 직접 발생한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원고가 추락사고로 인한 스트레스나 사고 당시 받은 충격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함에 따라 원고에게 내재하여 있던 정신분열병의 소인이 발현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으므로 추락사고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2) 원고는 이 사건 상병으로 입원 및 통원치료를 받느라 취업을 하지 못했으므로, 피고의 2002. 8. 11. 이후의 휴업급여 부지급처분은 위법하다.

 

나. 인정사실

(1) 원고는 외과적인 치료를 종결한 후 피해ㆍ관계 망상, 부적절한 언행, 수면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나자 1998. 12. 8. 화순고려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위 병원에서 정신분열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원고가 화순고려병원에서 검사를 받을 때 ‘직장에서 사람들이 내 욕을 하는 느낌’, ‘외로움’, ‘사람들이 내 마음을 알아버린 느낌’, ‘혼자서 욕설’ 등의 자각적, 타각적 증상이 있었다.

(2) 원고는 1999. 7. 2. 처음 국립나주병원을 방문하여 진료를 받았으며, 2003. 6. 12.부터 2003. 7. 18.까지 국립나주정신병원에 입원해 정신과 치료를 받았으나, 증상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원고가 국립나주병원에서 진찰을 받을 때 원고를 비난하는 내용의 환청과 주위 사람들이 원고를 따돌리고 피해를 주며 뒤에서 비난한다는 피해 및 관계 망상, 그로 인한 소외감과 불안과 초조, 무기력감, 그리고 대인관계의 어려움 등의 증상이 있었다.

(3) 원고는 2003. 8. 14. 화순고려병원으로부터 현실 판단력 저하, 망상적 사고, 부적절한 언행, 수면 장애, 자폐적 사고, 대인관계 수행 장애, 일상생활 수행장애, 자살사고, 망상적 사고에 의한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행동 가능성 등으로 치료환경 및 주위의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의 심한 장애가 초래될 것으로 판단된다는 소견을 받았다.

(4) 원고는 추락사고 당시 25세 4개월 남짓의 나이로 평소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추락사고 이전에 정신과 치료를 받거나 정신과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적이 없었으며, 원고의 부모, 형제자매, 친척, 자녀 중 정신질환을 앓았던 유전 내력이 없고, 위 추락사고 이후 어떠한 사고를 당하지도 않았다.

(5) 원고는 1997. 12. 27.부터 1999. 3. 27.까지는 주로 건설현장 일용잡부로 일했고, 1999. 2.경 C방송국에서 20일 정도 근무했으며, 1999. 8.경부터 3개월가량 주식회사 D에서 근무했고, 2000. 5.경 4개월가량 E에서 근무했으며, 2001. 8.경 3개월가량 중국음식점에서 배달업무를 했고, 2002. 6.경 F 주식회사라는 용역회사에 입사하여 G에서 교육을 받았으나 교육에 대한 적응실패로 그만두고, 2002. 7.경 2개월가량 타이어 배달업무를 하다가 그만두고 그 이후에 직장에 다니지 않았다.

[인정 근거] 갑 4호증의 1, 2, 갑 5, 6호증, 갑 8호증의 1~3, 갑 9호증의 1, 2, 을 2호증의 각 기재, 화순고려병원, 국립나주병원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다. 의학적 소견

 

(1) 화순고려병원 신경정신과 의사 X의 소견

(가) 정신분열병의 원인에 관한 학설은 매우 많지만 뚜렷한 원인으로 밝혀진 것은 아직 없다. 현재 정신분열병은 여러 원인적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병하는 증후군 내지 복합질병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이다. 스트레스 취약성 이론에 의하면 어떤 개인이 특별한 취약성을 가지고 있어 어떤 환경적 스트레스를 받으면 정신병이 발병하게 된다고 한다. 따라서 정신분열병의 원인 규명을 위해서는 유전적, 생물학적, 사회심리학적 연구 모두가 필요하다.

(나) 이 사건 상병의 발생원인은 1995. 추락사고 이후 기능수행의 어려움, 인테리어 실패 등이라고 생각한다.

(다) 추락 당시의 급격한 정신적 충격이 정신분열증을 직접 발생케 하거나 발생기전을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

(라) 정신분열증의 임상증상 발생시점은 초진일부터 3~4개월 전에 나타났다.

(마) 정신분열병의 발병 전 환자는 대개 전구 증상을 갖게 되는데 보통 수개월 내지 수년에 걸쳐 서서히 발생할 수 있다.

 

(2) 국립나주병원 정신과 의사 Y의 소견

(가) 원고의 발병원인은 명확하게 규명하기가 쉽지 않으나, 원래 가지고 있던 뇌기능의 취약성이 1995. 12. 19. 추락사건으로 인한 급작스러운 죽음의 공포, 그 이후 신체적 장애의 발생과 연관된 불편과 불안, 증오감, 억울함 그리고 역할의 감소와 무직 및 취직의 어려움 등으로 인한 좌절, 소외감, 대인관계에서의 위축 등의 심리사회적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분열병으로 발현되지 않았을까 추정한다. 확실한 것은 첫째, 원고가 겪었던 추락사고와 그 이후의 달라진 삶이 기타 여러 정신병적 상태를 가능하게 할 만한 스트레스의 심각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과 둘째, 원고가 추락사건 이후 점점 악몽을 꾸고, 여러 스트레스와 더불어 예민해지고 서서히 정신병적 징후가 나타나면서 추락사건 이전의 생활과는 매우 다른 기능 저하의 삶을 살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 일반적으로 정신분열증은 전구증상 기간이 1년 이상에 걸쳐 일어날 수 있으며, 대체로 가족이 볼 때도 발병했다고 분명하게 말할 수 있을 때 발병하는 것이 아니고, 약간 달라진 것 같이 보이지만 관심을 두고 보지 않으면 놓칠 수도 있다. 발병은 서서히 시작되다가 스트레스로 인한 악순환이 중첩되고 가중되면서 어느 순간 급성 정신병적 증상으로 정신분열증의 특징적인 다섯 가지 증상인 망상, 환각, 혼란스런 언어, 혼란스런 행동, 음성 증상들이 관찰되게 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재해 자체로 인한 스트레스와 재해 결과로 생기는 여러 가지 사회심리학적 스트레스들은 서서히 발병할 수 있는 정신분열병의 발생기전을 촉진하는 데 무관하지 않다.

 

(3) 피고 자문의사의 소견

(가) 자료검토를 했으나 정신분열증이 외부의 외상과 특별히 관계된다는 언급은 없고, 관계가 있다고 하더라도 뇌출혈 등 뇌조직 손상의 증거가 없으며, 사고일인 1995.과 정신분열증 치료일인 1998. 12. 8. 사이에는 간격이 있어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나) 정신분열증의 스트레스로 인한 유발요인에 대해서 설명하는 이론에 근거해도 외부요인과는 별개로 정신분열증 발병의 취약성이 있는 사람이 유발된다고 하는데, 통상적인 배상의학적 관점에서 수상 후 17개월 정도면 본래 외상의 원인으로 발생한 증상들은 고정이 된다고 발표하고 있으므로, 사고일과 최초 정신과 치료 사이의 간격을 설명하지 못한다.

(다) 원고는 정신분열증의 증거 증상이 부족하다.

(라) 기질성 정신분열증의 경우를 고려해도 최소한 뇌경색이나 뇌출혈 등의 두부 외상의 증거가 없다.

 

(4) 진료기록 감정결과

(가) 추락사고가 정신분열증의 직접적인 발병원인은 되지 않는다. 단 사고와 관련된 스트레스 때문에 정신분열병의 발병이 촉진될 가능성이 있다. 원고가 추락사고 이후 2년여 동안 병원에서 입원 및 치료를 받았는데, 장기간의 병원치료 또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상황이므로 발병을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

(나) 추락사고 발생 후 3년, 치료 종결 후 1년이 경과한 시점에서도 정신분열증이 발병할 수 있다. 정신분열증은 적어도 6개월 내지 수년의 잠복기를 거쳐 증상이 표면에 나타난다.

(다) 추락사고는 이 사건 상병 발병과 약 30% 정도의 인과관계가 있다.

[인정 근거] 을 3호증의 1~3의 각 기재, 화순고려병원장, 국립나주병원장, 순천향대학교병원장에 대한 각 사실조회 결과, 감정인의 진료기록감정결과

 

라. 판단

(1)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가 추락사고로 머리에 외상을 입지 않았고, 추락사고 발생 후 3년 후에야 정신분열병 진단을 받았으나, 정신분열병은 원래 가지고 있던 뇌기능의 취약성이 심리사회적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분열병으로 발현될 수도 있고, 적어도 6개월 내지 수년의 잠복기를 거쳐 증상이 표면에 나타나기도 하며, 원고는 추락사고 당시 젊고 건강한 성인 남성으로 추락사고 이전에는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유전적 내력도 없었으며, 추락사고 이후 이 사건 상병을 발생시킬만한 사고나 외부적 충격도 없었으므로, 원고의 이 사건 상병은 원고에게 내재해 있던 정신분열병의 소인이 추락사고 당시 받은 충격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인해 발현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 상병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은 피고의 이 사건 추가상병불승인처분은 위법하다.

(2) 이 사건 상병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고,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이 사건 상병으로 인해 입원 및 통원치료를 받느라 취업을 하지 못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피고의 2002. 8. 11. 이후의 휴업급여 부지급처분은 위법하다.

 

3. 결 론

 

그렇다면, 피고의 이 사건 추가상병불승인처분과 2002. 8. 11. 이후의 휴업급여 부지급처분은 위법하므로 그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모두 이유 있어 이를 받아들인다.

 

관여법관

 

판사 박상훈(재판장), 원익선, 박용우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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