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불법해고 원인으로 한 손배소송 확정됐어도 해고무효원인 임금청구 할 수 있다
☞ 공포 : 2006-12-1 2006나60535
☞ 사건이름 : 해고무효확인
☞ 원심판결 :
판시사항
재판요지
확정판결에 있어서 청구원인은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권이고 이 사건에 있어서의 청구원인은 임금지급청구권이므로 비록 원고가 피고로부터 해고당했다는 동일한 법률사실에 기한 청구를 하고 있더라도 두개의 訴의 청구 원인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이들의 소송은 별개라 할 것이다.
당사자
【원고, 피항소인】 ○○○
【피고, 항소인】 □□□ 주식회사
【제1심 판결】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06. 6. 7. 선고 2005가합4017 판결
【변론종결】 2006. 10. 27.
주문
1.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3. 제1심 판결의 주문 제1항은 원고의 당심에서의 청구감축에 따라 다음과 같이 변경되었다.
피고는 원고에게 1,290만원 및 이에 대하여 2006. 3. 8.부터 완제일까지 연 20%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주문 제3항과 같다.
2.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기초사실
다음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내지 5호증, 갑 제8호증의 1 내지 6, 갑 제9호증, 갑 제11호증의 1, 2, 10, 을 제1, 2, 4, 6, 8, 9, 11호증의 각 기재와 제1심 증인 △△△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중화인민공화국 국적의 해외 동포인 원고는 피고와의 사이에 2003. 12. 17. 월 급여를 130만원으로, 임금지급일을 매월 5.로, 기간을 그 시경부터 2004. 12. 16.까지로 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건축폐기물로부터 쓰레기를 분리하는 작업에 종사하여 오던 중, 2004. 11. 22. 위 기간을 2005. 11. 21.까지로 연장하는 계약(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고만 한다)을 체결하였다.
나. 원고는 2004. 12. 14. 08:00경 야간근무를 마친 후 잠자리에 들기 전에 그가 기거하고 있던 피고 제공의 기숙사 휴게실에서 회사 동료 4명과 함께 막걸리 2병을 마시다가 피고의 생산부 관리감독자 겸 현장책임자인 ▲▲▲에게 적발되었다.
다. ▲▲▲는 원고의 위 음주사실을 적발한 후 원고에게 그가 피고의 기숙사운영규정 제11조(기숙사 거주자는 기숙사내에서 절대 음주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 이를 위반하여 적발될 시 기숙사 퇴사는 물론 그 이상의 조치도 감수하여야 한다)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해고하겠다고 하면서, 원고 스스로 사직서를 제출하지 아니하면 미지급임금도 지급하지 않겠다고 말하였다(피고는 ▲▲▲가 원고에게 위와 같은 취지의 말을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나,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은 이유로 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라. 원고는 같은 달 15. 피고에게 숙소내 음주를 원인으로 징계에 회부되었다는 사유로 이 사건 근로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취지가 기재된 사직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고, 위 사직서가 수리됨으로써 의원면직 처리되어 그 때부터 출근하지 아니하였다.
마. 피고는, 원고가 위 사직서를 제출하고 약 3개월 후인 2005. 2. 17.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에 2005가소7204호로써 피고를 상대로 위 의원면직처리가 해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임금 등 청구의 소를 제기하자, 2005. 3. 15. 원고 앞으로 근로기준법이 정한 해고예고수당 명목으로 140만원을 공탁하고, 같은 달 16. 위 기숙사운영규정 위반행위를 이유로 원고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여 원고의 사직서제출에 의한 퇴사처리결정을 하였다.
바. 원고는 2005. 5. 17. 위 소송에서 패소판결을 받아 이는 그 무렵 확정되었고, 이 사건 소 제기 후인 2005. 11. 29. 의정부지방노동사무소에 피고의 대표이사인 □□□와 ▲▲▲를 상대로 위 의원면직처리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근로기준법위반의 혐의로 고소를 제기하였다.
사. 피고의 취업규칙은 해고에 관하여 별지 관련 규정 기재와 같이 규정하고 있다.
2.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가. 사용자가 근로자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고 이를 수리하는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킨 경우, 근로자에게 사직의 의사가 있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사직서 제출에 따른 사직의 의사표시를 수락함으로써 사용자와 근로자의 근로계약관계가 합의해지에 의하여 종료되는 것이므로 사용자의 의원면직처분을 해고라고 볼 수 없으나, 사직의 의사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 제출케 하였다면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어서 해고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다60528 판결 등 참조), 이러한 경우 근로자에게 사직의 의사가 있다고 하려면 근로자의 사직서 제출이 외부의 영향없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이 때의 외부의 영향이란 주로 사용자측의 영향을 말하는 것이고, 근로자가 사직을 원하지 않았음에도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을 수 없었던 객관적인 상황이 있었다면 그러한 사직서의 제출은 자유롭지 못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나. 이 사건에 있어 살피건대, 위 인정사실에서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원고가 외국국적동포이자 피고 제공의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어 피고에서 퇴직하는 경우 다른 사업장에 쉽게 취업하거나 마땅히 거주할 장소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위와 같이 음주한 후 바로 다음 날 피고에게 사직서를 제출한 점, ② 피고가 원고의 위 사직서제출 이전에 원고에 대한 징계절차를 개시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는 이 사건에 있어, 원고가 위 사직서에 사직사유로 징계회부라는 사정을 든 점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피고에게 위 사직서를 제출한 것은 원고를 해고할 예정이고 사직서를 제출하지 아니하면 임금도 지급하지 아니하겠다는 ▲▲▲의 위 언동이 중요한 이유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 피고가 이 사건에 있어 원고를 해고한 것이 아니라 원고의 사직서제출에 의하여 근로계약이 합의해지되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도 원고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였을 뿐만 아니라, 원고 앞으로 해고예고수당 상당액을 공탁하기까지 한 점, ④ 원고가 위 사직서 제출 후 불과 3개월만에 피고를 상대로 임금 등 청구의 소를 제기하는 등 위 의원면직처분의 효력을 다투어 온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로서는 그 사용자인 피고의 이익을 대변하는 원고의 상급자인 ▲▲▲로부터 사직서의 제출을 요구받게 되자 사직의 의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미지급임금을 받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위 사직서를 피고에게 제출하였다 할 것이어서, 피고가 원고의 위 사직서에 따라 원고를 의원면직 처리하였다 하여도 이는 실질적으로 원고를 해고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따라서 원고의 위 사직서 제출이 그의 자발적 의사에 기인한 것이라는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하며, 이하 위 의원면직 처리를 ‘이 사건 해고’라고만 한다).
다.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해고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이 사건 해고는 무효이고, 원고가 해고된 이후부터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하지 못한 것은 피고의 무효인 이 사건 해고로 인한 것으로서 피고에게 귀책사유가 있다 할 것이므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에게, 그가 해고된 날 이후로서 그가 구하는 2005. 1.부터 이 사건 근로계약기간이 만료되는 같은 해 11.까지 11개월 동안 원고의 근로제공 여부에 관계없이 원고가 근로를 제공하였더라면 얻을 수 있었을 임금 합계 1,430만원(= 월 130만원×11개월)에서 원고가 공제를 자인하고 있는 위 공탁금 14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1,290만원(=1,430만원-140만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가 구하는 이 사건 2006. 2. 28.자 청구변경신청서 송달 다음 날임이 기록상 명백한 2006. 3. 8.부터 완제일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소정의 연 20%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피고의 주장 및 판단
가.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어긋난다는 주장 및 판단
(1) 피고의 주장
이에 대하여 피고는 먼저,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제기하였던 위 임금 등 청구의 소는 이 사건 소와 그 원인사실을 같이 하는 것으로서, 원고가 위 소송에서 패소판결을 선고받아 그 판결이 이미 확정되어 이 사건 소는 위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어긋나므로, 위 확정판결에 따라 피고는 원고에게 위 임금 상당액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에 응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2) 판단
(가) 인정되는 사실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소 제기 이전에 임금 등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가 패소판결을 선고받고 그 판결이 확정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갑 제11호증의 2, 8, 9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는 위 소 제기 당시 청구원인으로 위와 같은 음주사실을 이유로 그 자리에서 해고당하였음을 이유로 피고에 대해 6월간의 통상임금인 780만원에 해당하는 해고수당, 1,990,715원의 퇴직금, 1,854,000원의 연장근로수당의 지급을 청구한 사실, 그 후 원고는 위 사건의 제1차 변론기일에서 청구취지는 그대로 둔 채, 청구원인을 변경하여 이 사건 해고가 불법행위임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 및 위자료 청구를 한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다.
(나) 판단
1) 확정판결은 주문에 포함된 것에 한하여 기판력을 가지는 바(민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이 때 ‘주문에 포함된 것’이라 함은 소송의 목적으로 되어 있는 권리관계인 소송물을 가리키는 것으로서, 확정판결에 있어서의 소송물과 새로이 제기된 소에 있어서의 소송물이 동일하면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새로 제기된 소에 있어서도 미치는 것이고, 양자의 소송물이 동일한지의 여부는 먼저 청구취지가 동일한지의 여부를 살핀 후, 청구취지가 동일한 경우 청구원인이 동일한지의 여부를 따져 보아야 하는 것으로서, 두 개의 소의 소송물이 동일한 법률사실에 기하고 있더라도 청구원인이 다르다면 그 소송물은 서로 별개라고 할 것이다(대법원 1989. 3. 28. 선고 88다1936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에 있어 살피건대,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위 확정판결에 있어서의 청구원인은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권이고, 이 사건에 있어서의 청구원인은 임금지급청구권이므로, 비록 원고가 위 확정판결에 있어서의 소와 이 사건 소에 있어 피고로부터 해고당하였다는 동일한 법률사실에 기한 청구를 하고 있더라도 두 개의 소의 청구원인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이들의 소송물은 별개라 할 것이어서, 위 확정판결에 있어서의 기판력이 이 사건에 미친다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이 사건 해고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주장 및 판단
(1) 피고의 주장
피고는, ① 원고가 위와 같이 피고의 기숙사운영규정 제11조를 위반하여 기숙사 휴게실에서 술을 마셨고, ② 원고는 건설폐기물인 폐콘크리트를 파쇄기에 넣은 후 4차에 걸친 선별, 분리, 파쇄를 거쳐 모래를 생산하는 폐기물처리시설에서 이물질을 분리하는 위험한 업무를 하고 있었는데, 2004. 8.경 원고와 같은 작업을 하던 직원이 안전사고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여 노동부로부터 적색경고를 받기도 하는 등 원고가 술을 마신 후 위와 같은 업무를 수행하게 될 경우 안전사고의 발생이 우려되었으므로, 이 사건 해고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다.
(2) 판단
살피건대, 해고에 있어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하기 위하여는 사용자가 정한 취업규칙 등에서 정한 해고사유에 해당하거나, 근로자에게 사회통념상 근로계약을 계속시킬 수 없을 정도로 책임 있는 사유가 있을 것을 요하는 바, 기초사실에서 본 사실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의 취업규칙 중 해고사유에는 원고의 위와 같은 기숙사운영규정 위반행위를 포함하고 있지 아니한 점, ② 원고와 그의 회사동료 4명이 마신 술의 양이 그다지 많지 아니하고, 원고가 야간 업무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술을 마셨기 때문에 잠을 자고 난 후 업무에 복귀할 무렵에는 음주로 인한 안전사고의 발생위험이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보여 원고의 위와 같은 기숙사운영규정 위반행위가 사회 통념상 근로계약을 계속시킬 수 없을 정도로 책임 있는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해고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권리남용 주장 및 판단
(1) 피고의 주장
마지막으로 피고는, 원고가 위와 같이 임금 등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가 패소판결을 선고받고도 다시 이 사건 소를 제기함과 아울러 노동사무소에 형사고소를 제기한 것은 권리를 남용한 것에 해당하므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에 응할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다.
(2) 판단
(가) 권리의 행사가 권리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으려면 주관적으로 그 권리행사의 목적이 오직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고 손해를 입히려는 데 있을 뿐 행사하는 사람에게 아무런 이익이 없을 경우이어야 하고, 객관적으로는 그 권리행사가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볼 수 있어야 한다(대법원 1988. 6. 28. 선고 87다카2699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에 있어 살피건대, 원고가 위와 같이 민사소송과 형사고소를 제기하면서 다시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상대방인 피고에게 오직 고통을 주고 손해를 입히려는 목적으로 아무런 이익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청구를 한다거나, 원고의 이 사건 청구가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위와 같은 사정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 또한 이유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할 것인 바, 원고의 당심에서의 청구감축에 따라 결과적으로 이와 결론을 같이 한 제1심 판결은 정당하여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제1심 판결의 주문 제1항은 위 청구감축에 따라 이 판결의 주문 제3항과 같이 변경되었으므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관여법관
판사 박홍우(재판장), 이정렬, 이우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