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근경색 사망의 인정
기존 업무와 무관한 타공장으로 전환배치되어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해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2005.11.29, 서울행법 2005구합395)
【요 지】망인은 평소 담당하고 있던 공작기계 전기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남다른 열정으로 독일어로 된 매뉴얼을 연구하여 독자적인 자료집을 만들 정도로 기술 연구에 매진하는 등 그 분야에서 최고라는 자부심으로 업무를 수행하여 왔는데, 비록 회사에서 밝힌 구조조정안이 일부 근로자 수를 감축하고, 감축하는 근로자를 타 공장에 전환 배치하는 계획으로서 명예퇴직이나 정리해고를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전환 배치되는 타 공장이 망인의 전공 분야인 전기업무와 무관한 자동차 조립라인의 단순노무직에 불과하여 망인의 능력을 전혀 살릴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옛 동료와 헤어지고 새로운 직장에서 새로운 사람과 인간관계를 다시 형성해야 하는 관례로 그로 인하여 받는 스트레스가 매우 컸을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망인의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하였다고 추단된다고 할 것임에도 이와 달리 피고가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전제에서 원고의 유족급여 및 장의비 청구를 거부하는 이 사건 처분을 행한 것은 위법하다.
■ 사 건 : 2005.11.29 선고, 서울행법 2005구합395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 원 고 : 김○○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대표자 이사장 방○○
소송수행자 방상혁, 진연희
■ 변론종결 : 2005.10.18
[주 문]
1. 피고가 2004.11.15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이○○의 근무 경력, 근무환경, 재해발생 등
(1) 원고의 남편 이○○(1963.2.3생)는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80.2.15부터 1983.11.1까지 ○○실업, 1983.11.2부터 1984.11.26까지 ○○보일러에서 각 근무하다가 1986.11.11 ○○정공 주식회사(이후 2000.11월 ○○로 상호가 변경됨)에 입사하여 컨테이너 생산부에서 전기 보전 업무를 담당하던 중 1993.12.22 생산부로 자리를 옮겨 ‘공작기계 전기업무’를 담당하였다.
이후 ○○정공은 1998년경 외환 위기 당시 경영악화로 정리해고, 명예퇴직 등의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회사 조직을 개편하여 이○○가 재직하던 공작기계 생산부서는 ‘공작기계 2부’로 그 조직을 변경한 후, 자동차와 공작기계 사업 부분만 ○○정공에서 분할하여 1999.8.1 ○○자동차 주식회사와 합병하였다.
(2) 이○○는 ○○정공의 합병 이후 소속회사를 ○○자동차 주식회사로 옮겨 계속 공작기계 2부 생산과 조립1반에서 기초조립, 총조립, 전기공사, 전기조정, 기계조정, 전기검사, 출하정비 순으로 이루어지는 선반 조립업무 중 소프트웨어를 장착하여 작동하게 하는 전기조정과 전기검사 업무를 주로 담당하였고, 보조업무로서 전기공사 업무도 수행하였는데, 이러한 업무는 콘베어 시스템으로 운용되는 자동차 조립라인과는 달리 조장 외에 7명의 작업자가 각 공정별로 맡아 개인적으로 작업하는 방식이어서 작업자가 작업시간을 조금씩 조정하여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또한 이○○는 전기분야에 조예가 깊고 관심이 많아 1994년과 1997년에는 독일의 지멘스에서 들여온 선반기계의 매뉴얼을 자기 나름대로 도면과 독일어로 된 매뉴얼을 연구한 끝에 한글로 된 자료집을 만들었고, 이러한 자료집은 A/S부서에서 수리 업무에 참조할 정도였으며, 문제가 생기면 다른 전기 담당 동료도 이○○를 호출하여 상의하곤 하였다.
(3) 한편, 공작사업부는 영업팀, 수출팀, 공작기계 2부, 품질관리부, 범용기 개발팀, 사업관리부로 조직되어 일반직 162명, 생산직 164명 등 총 326명 정도가 근무하고, 이 중 이○○가 근무한 공작기계 2부는 일반직 근로자 20명, 생산직 근로자 126명 정도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근무시간은 08:00경부터 17:00경까지이고, 정규 휴게시간은 10:00~10:10, 12:00~13:00(혹서기는 12:00~13:20), 15:00~15:10까지이며, 연장근무가 있을 경우 16:00~16:20까지 추가 휴게시간을 가졌고, 2004.2월 초순경까지는 통상 19:00까지 시간외근무를 하였으며, 월 4~5회 정도는 휴일근무도 하였으나, 2004.2.7경부터 휴일근로를 실시하지 아니한 채 2004.2.18경 시장 환경이 좋지 아니하여 생산계획을 감축하는 일환으로 기본근무 8시간만 하는 정취근무 방침을 밝혔다.
(4) 이에 공작기계 2부 근로자들은 2004.2.26까지 항의 형식으로 머리띠를 착용하고, 점심시간에 반별로 모여 농성하면서 거세게 반발하였으나, 결국 2004.3월경부터 정취근무를 시작하였다. 그런데 회사는 2004.3.18과 같은 달 24일 2차례에 걸쳐 열린 노사협의회에서 환율 및 인건비 상승, 물량감소로 인하여 적자 상태에 있어 그 비용 감축을 위해 일부 근로자를 타공장에 배치하고, 소사장제 도입과 사외 외주 생산, 비정규직의 확대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고, 그에 따라 노조 집행위는 같은 달 25일 대의원 보고대회를 열어 근로자들에게 회사가 추진 중인 구조조정 사실을 알렸다.
(5) 이후 정취근무는 2004.4월 말경까지 계속된 것은 물론 2004.4.30부터 2004.5.6까지 열린 노사협의회에서도 물량 감소로 인하여 계속 정취근무를 실시할 수밖에 없다는 사정이 전달되었다.
이에 집행위는 2004.5.11부터 204.6.25까지 다른 공작기계 업체가 호황 중인데 반하여 ○○자동차 공작기계 사업만 적자를 기록한 것은 경영진의 부실 경영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매일 조합원 점심 집회, 전체 조합원 보고대회 및 규탄 집회, 개인 소자보 작성, 전 조합원 본공장 항의 집회, 전 조합원 본공장 로비 농성, 대의원 및 소위원 본공장 피켓 시위, 대의원 본관 앞 철야 농성 등으로 회사의 인력 구조조정을 저지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였으나 아무런 성과도 없이 2004.6.28 부서 집행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사업부 운영 설명회에서 회사로부터 사무직 162명 중 64명, 생산직 164명 중 97명을 감원하고, 생산직 감원 인원은 자동차를 조립하는 타 공장으로 전출시키겠다는 발표를 들었다.
그에 따라 집행위는 2004.6.29 전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어 이러한 사실을 알린 다음, 같은 달 30일 회사측에 ‘사무직부터 전환배치를 시행하고, 연장근로 부활 후 생산직 희망자에 한해 전환 배치를 실시할 것’을 요구하였다.
(6) 한편, 이○조도 2004.2월 중순 전까지는 휴일 및 시간외 근무를 하였으나, 그 이후로부터는 물량감소로 인한 생산량 감축으로 정규 근로시간인 8시간씩만 근무하였고, 2004.6.25부터 2004.7.7까지 총 13일 동안에는 파업·공휴일·주휴·월차 등으로 총 5일간 출근하여 20시간 근무하였으며, 그 결과 2004.1월까지는 휴일근무 및 시간외근무를 함으로써 월 평균 2,306,529원(세금 공제 전, 이하 같다)의 급여를 수령했지만, 2004.2월 이후에는 휴일 및 시간외근무를 하지 못하여 월 평균 1,603,602원의 급여를 받아 휴일 및 시간외근무수당이 반영되는 월 급여만 비교해 볼 때 종전보다 월 700,000원 정도의 수입이 줄어들었으나, 700%의 상여금 등은 종전과 동일하게 수령하였다.
그러나 회사는 위와 같은 급여 외에 부장 이하 전 사원의 취학 전 자녀에 대하여 분기별로 100,000원씩 지원하고, 모든 중고생 자녀와 대학생 중 1직원 2자녀에 한하여 입학금 및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며, 과장급 이하 신청자에 한하여 연 2%의 주거지원금을 지원하는 등 여러 복지제도를 시행하고 있었다.
(7) 그런데 이○○는 급여 소득의 감소로 인한 생활의 불편함을 호소함과 동시에 친구와 동료에게 타 공장 배치로 인한 불안감과 분노한 감정을 표현하곤 하다가 2004.7.7 출근하여 아침 조회를 마치고 작업 준비 중인 08:25경 동료에게 가슴이 답답하니 손을 따달라고 부탁하면서 의자에 앉는 순간 바닥에 쓰러져 같은 날 08:45경 ○○의료재단 울산병원으로 후송되었으나 회복하지 못하고 같은 날 08:52경 처인 원고와 2명의 자녀(15세와 12세)를 유족으로 남긴 채 사망하였다.
나. 원고의 유족급여 및 장의비 청구, 피고의 부지급 처분
이에 원고는 자신의 비용으로 장례를 치른 다음, 2004.7.26 피고에게 망인이 업무상 과로 및 스트레스로 인하여 사망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04.11.15 원고에 대하여 망인이 업무상 과로 및 스트레스로 인하여 사망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거부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다. 망인의 건강상태, 사인, 의학적 소견
(1) 망인은 신장 168cm, 체중 62kg으로 2001년도, 2002년도, 2003년도에 실시한 각 건강검진에서 혈압과 총콜레스테롤 등을 비롯한 건강상태가 모두 양호하다는 정상판정을 받는 한편, 담배는 2~3일에 한갑 또는 하루 반갑 정도를 피웠으며, 술은 소주 1병 정도를 한달에 2~3번 정도 마셨다.
(2) 망인의 사망 이후 사인을 밝히기 위한 부검은 실시되지 아니하였으나, ○○의료재단 울산병원의 의사 이○○는 내원 당시의 임상 판단과 혈액을 이용한 심근효소수치 검사에서 의미있는 수치가 나왔다는 이유로 망인의 사인을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인한 사망으로 추정하였다.
(3) 급성 심근경색증은 관상동맥의 급성 폐쇄로 심장근육이 괴사하는 심장질환으로 관상동맥 폐쇄로 인한 심장수축기능의 소실로 호흡곤란, 악성 부정맥 발생, 심장 박동 정지, 심근파열 등 다양한 양상으로 발생하고, 망인의 경우 심박동 정지에 의한 급사로 보여진다.
심근경색의 위험인자로 고지혈증, 흡연 스트레스 등이 심근경색 등 혈관 질환의 사고율에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는 많이 있고, 흡연은 심근경색, 협심증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호증의 1, 2, 갑 2, 3호증, 갑 4, 5호증의 각 1, 2, 갑 6호증, 갑 7호증의 1, 2, 갑 8호증, 갑 9호증의 1 내지 6, 갑 10호증, 갑 11호증의 1 내지 4, 갑 12, 13, 14, 20, 21호증, 갑 22호증의 1, 2, 3, 갑 23호증의 1 내지 23, 갑 24, 25호증, 갑 26호증의 1, 2, 3, 갑 27, 28호증, 갑 29호증의 1, 2, 3, 을 1 내지 6호증의 각 기재, 증인 김○○, 서○○의 각 증언, ○○의료재단 울산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 감정촉탁 결과 ○○자동차 주식회사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2. 처분의 적법 여부
앞서 본 바와 같이 회사의 물량감소로 인한 근로시간의 단축으로 인하여 망인에게 육체적인 피로는 없었던 반면, 임금이 전년도에 비하여 월 평균 40만 원 정도 감소되어 가계 사정이 악화됨으로써 학원비 등이 소요되는 2자녀를 둔 가장으로 그로 인하여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망인은 평소 담당하고 있던 공작기계 전기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남다른 열정으로 독일어로 된 매뉴얼을 연구하여 독자적인 자료집을 만들 정도로 기술 연구에 매진하는 등 그 분야에서 최고라는 자부심으로 업무를 수행하여 왔는데, 비록 회사에서 밝힌 구조조정안이 일부 근로자 수를 감축하고, 감축하는 근로자를 타 공장에 전환 배치하는 계획으로서 명예퇴직이나 정리해고를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전환 배치되는 타 공장이 망인의 전공 분야인 전기업무와 무관한 자동차 조립라인의 단순노무직에 불과하여 망인의 능력을 전혀 살릴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옛 동료와 헤어지고 새로운 직장에서 새로운 사람과 인간관계를 다시 형성해야 하는 관례로 그로 인하여 받는 스트레스가 매우 컸을 것으로 판단된다.
나아가 망인이 급성 심근경색증의 위험인자로서 그 영향력이 큰 흡연을 해왔다 하더라도, 그 흡연량이 2~3일에 한 갑 또는 하루 반 갑 정도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흡연을 몇년 동안 지속해 왔는지 알 수 있을 만한 자료가 없어 흡연이 망인의 사망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미쳤는지 알 수도 없으며, 설사 흡연이 망인의 심장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왔다 하더라도 그러한 심장 상태에 위에서 본 업무상의 스트레스가 경합되어 망인의 심장기능을 더욱 악화시킴으로써 급성 심근경색증을 유발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여지고, 달리 이로 인한 급성심근경색의 발병 이외에 망인의 사인을 추단할 만한 자료도 없다.
따라서 망인의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하였다고 추단된다고 할 것임에도 이와 달리 피고가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전제에서 원고의 유족급여 및 장의비 청구를 거부하는 이 사건 처분을 행한 것은 위법하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창석(재판장), 박창렬, 박성인
2006. 11. 16 피고 항소 기각 / 2007. 3. 15. 피고 상고 기각 / 원고 승소 확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