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산재로 신병 비관 자살)
서 울 행 정 법 원
제 6 부
판 결
사 건 2010구합33337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원 고 추00
피 고 근로복지공단
변 론 종 결 2010. 11. 12.
판 결 선 고 2011. 1. 7.
주 문
1. 피고가 2010. 7. 14. 원고에게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은 이를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 구 취 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아래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3, 8~17호증, 갑 제4호증의2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인정할 수 있다.
가. 원고의 아들인 망 양00(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미역 채취․가공업체인 제일산업주식회사의 직원으로서, 2008. 9. 4. 지게차를 운전하여 건미역 상자를 옮기는 작업을 하던 중 후진으로 내리막길을 내려오다 지게차가 전복되는 바람에 그 밑에 깔리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를 당하였고, 그로 인해 요추1번방출성골절, 골반의골절탈구, 골반하지골절 등의 중상을 입게 되어, 피고로부터 2008. 9. 4.부터 2010. 5. 1.까지의 요양승인을 받았다.
나. 망인은 이 사건 사고로 인해 하반신이 마비되어 2008. 9. 8.부터 서울 세브란스신촌병원에서, 2008. 11. 29.부터는 재활전문병원인 00재활병원에서 각 재활치료를 받아오다가 2010. 2. 27. 병원을 빠져나와 병원 인근 구리시 소재 00 모텔 303호에 투숙한 후 다음날인 2008. 2. 28. 16:00경 위 303호실 안에서 커터 날로 자신의 하복부를 수회 갈라 하복부 및 회음부 자절창에 의한 과다출혈로 사망하였다.
다. 원고는 2010. 6. 1. 피고에게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로 인한 것이라면서 유족보상금 및 장의비의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10. 7. 14. 망인의 사망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 제1항 제2호의 나목 및 같은 법 시행령 제36조 제2호에 규정된 “업무상의 재해로 요양 중인 사람이 그 업무상의 재해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한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그 청구를 기각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2.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망인은 이 사건 사고로 인해 척추가 골절되는 등 큰 상해를 입어 그로 인해 하반신이 마비되었으나, 수개월에 걸친 재활치료에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음에 따른 절망감, 팔순의 노모인 원고에게 간병의 부담을 주고 있다는 죄책감 등으로 인해 자신의 배를 칼로 수회 가르는 등의 엽기적인 방법으로 자살에 이를 정도의 정신분열 내지 극도의 정신적 공황상태에서 자살을 결행하게 된 것이므로, 이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 및 같은 법 시행령 제36조 제2호에서 정한 “업무상의 재해로 요양 중인 사람이 그 업무상의 재해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한 경우”에 해당하여,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나. 관련 법령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업무상의 재해”란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을 말한다.
제37조 (업무상의 재해의 인정 기준)
① 근로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부상·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하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 다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업무상 사고
가. 근로자가 근로계약에 따른 업무나 그에 따르는 행위를 하던 중 발생한 사고
나. 사업주가 제공한 시설물 등을 이용하던 중 그 시설물 등의 결함이나 관리소홀로 발생한 사고
다.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
라. 사업주가 주관하거나 사업주의 지시에 따라 참여한 행사나 행사준비 중에 발생한 사고
마. 휴게시간 중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행위로 발생한 사고
바. 그 밖에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사고
2. 업무상 질병
가. 업무수행 과정에서 물리적 인자, 화학물질, 분진, 병원체, 신체에 부담을 주는 업무 등 근로자의 건강에 장해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을 취급하거나 그에 노출되어 발생한 질병
나. 업무상 부상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
다. 그 밖에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질병
②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의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 다만, 그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이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뚜렷하게 저하된 상태에서 한 행위로 발생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으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
③ 업무상의 재해의 구체적인 인정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36조(자해행위에 따른 업무상의 재해의 인정 기준)
법 제37조제2항 단서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를 말한다.
1. 업무상의 사유로 발생한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았거나 받고 있는 사람이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한 경우
2. 업무상의 재해로 요양 중인 사람이 그 업무상의 재해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한 경우
3. 그 밖에 업무상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하였다는 것이 의학적으로 인정되는 경우
다. 인정사실
아래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4호증의 1, 2, 갑 제6~19호증, 을 제1호증의 1, 2, 을 제2, 3호증의 각 기재 및 이 법원의 카이저재활병원에 대한 사실조회 회신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인정할 수 있다.
(1) 망인의 사고 전 상태
○ 망인은 어렸을 때 머리에 침을 잘못 맞아 학습능력이 저하되는 바람에 중학교 졸업만을 마치고 공부를 포기한 후 일을 하기 시작하였고, 2002년부터 이 사건 사고시까지 약 8년간 제일산업 주식회사에서 생미역을 수작업으로 운반하는 일을 하다가 지게차운전을 배운 이후 지게차로 생미역을 운반하는 일을 하던 중 이 사건 사고를 당하게 되었다.
○ 망인은 이 사건 사고 전에는 조용하고 말 수도 적었다.
(2) 망인의 사고 후 상태
○ 망인은 이 사건 사고로 인해 척추신경이 완전히 절단되어 척추기능이 영구적으로 상실됨으로써 양측 하반신완전마비라는 장애가 발생하였고, 이는 원상회복의 가망이 없어 휠체어 및 간병인의 도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영구장애이다.
○ 망인은 식사 등의 일상생활은 가능하나 소변도 가릴 수 없게 되어, 소변은 성기에 소변줄을 꽂아 처리하였고, 대변 때문에 기저귀를 차고 생활하여 왔는데, 평소 소변줄이 새거나 배변의 어려움 및 두통, 장기간의 요양기간으로 인한 무기력, 증상의 아무런 호전이 없음에 대한 답답함 등을 호소하여 왔고, 담당의사의 회진 시 가끔 엉뚱한 대답을 하기도 하였으며, 이 사건 사고 이후 간병하는 원고에게 짜증을 많이 내었다.
○ 망인은 이 사건 사고 이후에도 병원에서 말없이 지내는 편이었고, 가끔 백화점이나 DVD방, 이발소 등을 혼자 다녔으나, 신병을 비관하는 표현을 특별히 하지는 않았다.
○ 망인은 사고일로부터 2개월 정도 지난 2008. 11. 6. 세브란스 병원에서 진행된 심리조사결과, 현 상태에 자각이 있으나, 기억력 등의 인지능력이 낮아 의사소통에 제한이 있는데, 그러한 낮은 인지능력은 이 사건 사고로 인한 것이라기보다는 과거부터 정상적인 학습이 불가능했다는 과거력에 기인한 것이고, 우울증 판단지수(GDS1))가 25에 이르러 우울사고가 많은 것으로 판단되나, 우울증을 의심할 만한 외부적 표시가 나타나지 않아 임상적으로 유의할 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판단되었다.
○ 망인은 세브란스 병원에서 카이저재활병원으로 전원한 2008. 11. 29.부터 2009. 8. 14.까지 약 9개월간 항우울증제인 아미트립틸린을 투약받아 복용하였다. 위 약은 원고가 세브란스 병원에서도 복용해 왔던 약인데, 카이저재활병원에 대한 사실조회 회신결과에 따르면 이를 복용한 이유가 확인 불가능한 것으로 되어 있다.
(3) 망인의 자살 경위 및 방법
○ 망인은 2010. 2. 27. 11:00경 간병 중이던 원고에게 잠시 이발하고 오겠다고 말한 후 병원을 나와 같은 날 19:00경 병원 인근 구리시 수택동 383-21 백악관 모텔 303호에 3일간 투숙한다며 숙박비 10만원을 지불하고 투숙하였다.
○ 망인은 그 다음날인 2. 28. 16:00경 위 303호에서 커터 날로, 배꼽에서 9cm 밑에서 회음부 방향으로 9.5cm의 자절창, 이와 인접한 길이 3.8cm의 절창, 고환 왼쪽으로 길이 19.5cm, 오른쪽으로 길이 12.5cm의 자절창, 자창 등 자학적 손상을 가하였고, 그로 인한 과다출혈로 사망하였다.
라. 판단
1) 18이상이면 우울증상이 있는 상태라고 본다.
(1) 근로자의 사망이 업무상 질병으로 요양 중 자살함으로써 이루어진 경우 당초의 업무상 재해인 질병에 기인하여 심신상실 내지 정신착란의 상태 또는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정신장애 상태에 빠져 그 상태에서 자살이 이루어진 것인 한 사망과 업무와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것이고,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위 질병 또는 질병에 따르는 사망 간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하되, 그 인과관계 유무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로써 판단하여야 할 것이며, 이 경우 자살자의 질병 내지 후유증상의 정도, 그 질병의 일반적 증상, 요양기간, 회복가능성 유무, 연령, 신체적 심리적 상황,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1993. 12. 14. 선고 93누9392 판결, 1993. 10. 22. 선고 93누13797 판결 등 참조).
(2) 그리고, 교통사고나 산업현장에서의 사고, 폭행, 지진 등 생명을 위협하는 재난이나 사고를 경험한 경우에는 그로 인한 심리적 충격, 장기간 지속되는 질환, 신체적 고통, 회복가능성에 대한 의구심, 미래에 대한 불안감, 희망의 상실 등이 겹쳐 우울증, 정신분열,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등 정신장애에 이르는 경우가 많고, 결국 극심한 감정변화 및 현실생활의 좌절과 불행에 지친 나머지 스스로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살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위 인정사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서 나타난 다음과 같은 사정, 즉 망인이 이 사건 사고로 인해 40대 초반에 불과한 나이에 하반신 마비가 되어 걷지도 못하게 된 것은 물론 대소변도 못 가릴 지경이 되어 80세에 이른 노모의 간병에 의존하게 된 처지에 놓이는 등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유지할 최소한의 기본적 신체기능마저 유지하기 어려운 장애를 안게 되었고, 향후 그러한 장애가 회복될 가능성도 거의 없는 점, 망인이 인지능력이 부족한 자라고 하더라도 혼자서 지게차를 운전하거나 이발소나 DVD방에 가기도 하는 등 일상생활에서 특별히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에 비추어 자신의 이처럼 비참한 상태 및 그러한 상태가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절망감 내지
좌절감, 노모에 대한 죄책감 등을 자각하기에 충분한 것으로 보이는 점, 비록 망인이 자신의 간병인이나 담당간호사 등 주변사람들에게 자신의 그러한 절망감이나 좌절감 등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거나 이를 알 수 있는 외부적 증상을 나타내지는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망인에 대한 심리검사 결과 우울증 판단지수가 25에 이르러 비교적 무거운 상태를 나타내고 있고, 항우울증제를 9개월 가까이 복용해 온 점, 이 사건 사고 이후 과거와 달리 간병하던 원고에게 자주 짜증을 냈고, 두통, 무기력감 또는 증상의 호전이 없다는 답답함 등을 호소하였던 점, 망인의 자살방법이 일반적인 자살의 방법과는 달리 보통사람으로서는 도저히 상상하기 어려운 참혹하고 자학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진 점 등을 더하여 보면, 이 사건 사고로 인해 비참한 처지에 놓인 망인의 절망감과 좌절감, 노모에 대한 죄책감 등이 우울증으로 볼 만한 상태로 발전한 끝에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떨어진 나머지 망인으로 하여금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에 이르도록 하게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어, 망인의 자살과 이 사건 사고로 인한 망인의 업무상 상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망인의 사망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 및 같은 법 시행령 제36조 제2호에서 정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3. 결론
따라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000 _________________________
판사 000 _________________________
판사 000 ____________________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