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뇌수막염의 업무상 재해 여부

 

Q) 재해자 ㅇㅇㅇ는 도서유통업체의 관리부장으로 종사해 오면서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지난 3월경에는 특판 행사로 인해 계속 과로를 해 몹시 지쳐 있다가 3월 20일경 심한 감기 몸살을 앓게 됐고 코피도 심하게 흘리고 어지러워 영양제와 철분약, 감기약을 지어 먹었다. 4월 들어서는 감기가 더욱 심해져 2주간 고생을 했고 두통약과 몸살약을 함께 복용했다. 그러던 중 갑자기 몸에 마비가 와 대학병원 응급실로 후송돼 CT촬영을 한 결과 뇌수막염, 뇌수두증으로 진단됐다.

 

재해자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신청서를 제출했으나 뇌수막염은 업무상 질병의 종류에 해당되지를 않는다며 불승인됐다. 재해자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을 받아야 마땅하다며 상담의뢰를 했다.

 

A) 뇌수막염은 산재보상보험법 시행규칙상으로 업무상 질병의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법원에서는 산재법 시행규칙을 산재 인정여부의 절대적 기준으로 보지 않는다. 과로가 상병을 악화시킬 수 있는 질병에 해당하는 경우는 시행규칙에서 정하고 있는 것 이외의 경우도 업무상 재해의 범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재해자의 상병인 뇌수막염의 경우도 과거 대교교육 근로자가 업무상 질병으로 판결된 바 있다.

 

문제는 이러한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산재법 시행규칙이 변경되지 않는 한 근로복지공단의 업무상 재해 인정기준이 변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고비용을 들여가며 행정소송을 해야만 산재를 인정하는 구조는 잘못됐다. 당시 재해자가 병원에 도착해 촬영했던 CT에서는 뇌출혈이 보이지 않았으나 몇시간 뒤에 재촬영한 필름에서는 뇌출혈이 발견됐다.

 

그렇다면 재해자가 쓰러진 이유는 단순한 뇌수막염이 아니라 뇌출혈일 가능성도 있다. 뇌출혈은 업무상 과중부하 후 3일 이내의 발병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해자의 경우 퇴근을 할 때부터 두통을 호소했고 다음날은 출근할 수 없을 정도로 아팠고 이런 상태가 지속되던 중 쓰러졌으므로 뇌출혈의 동반을 배제할 수 없다.

 

초기 뇌출혈은 CT상으로 나타나지 않다가 출혈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뇌출혈이 동반되지 않았다고 할 수 없다. 뇌출혈이 동반되었다면 산재법상의 업무상 재해에 해당된다. 그런데 원처분 공단의 의학적 소견조회에 대해 병원은 재해자의 상병은 급성부비동염에 기인한 상기도 감염과 세균감염에 의한 뇌수막염임을 회신했고 뇌출혈의 발생도 뇌수막염의 후유증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렇다면 더욱 문제는 많다.

 

더구나 공단에서 회사관계자를 불러 재해조사를 할 때 직장 상사는 재해자의 업무상 과로여부에 대해 소극적으로 답변해 재해자의 과로 사실의 규명에 있어서도 몹시 불리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우선 재해자의 과로 사실을 먼저 규명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위 의사에게 의학적 소견을 다시 물어보아야 한다. 원처분 공단의 소견 조회시에는 재해자의 업무상 과로 사실이나 감기약을 복용하고 무리하게 업무를 수행하여 온 것을 전제하지 않고 질문하였으므로 의사의 소견이 제대로 나올 수 없다. 재해경위나 과로를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를 갖춰 질문하면 도움이 되는 답변을 구할 수 있다.

 

그리고 근로복지공단의 재해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생각되는 경우 객관적인 자료를 갖춰 재조사를 의뢰해야 한다. 이러한 절차를 거쳐 심사청구하면 새로이 발견된 재해 사실과 의학적인 소견을 토대로 원처분 결정이 취소될 수 있다. 심사, 재심사를 해도 인정되지 않을 경우 부득이 행정소송을 해야만 인정받을 수 있다. 다만 변호사만 소송대리를 할 수 있는 산재소송구조에서는 재해근로자의 시간적, 경제적인 손해를 피할 길이 없다.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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