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에 바랍니다.

 

저는 1988년 노무사사무소 상담과장으로 근무를 시작하여 11년간 상담실장으로 근무하여 오다가 1999년 노무사 8회 시험에 합격하여 2000년 노무사사무소를 개소,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통산 18년간 노무사일을 해 왔습니다.

 

그 동안 산재보험업무는 노동부에서 근로복지공단으로 이관되었고, 노무사에게 노동법률에 관한 대리제도도 생겨 근로자의 권리구제에 다소 나마 효율적으로 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00년 노무사 사무소를 개소한 뒤로 제가 실무적으로 겪은 여러 가지 어려움은 다 말로 표현할 수는 없겠지만 그 중에서도 산재신청, 심사청구, 재심사청구와 관련된 어려움이 가장 컷습니다.

 

우선 산재신청을 하면 근로복지공단 지사에서 담당자들과 만나게 됩니다. 대부분의 경우 매너가 좋고, 업무처리에 있어 균형감을 가지고 민윈인을 대하는 직원들이었지만, 그중에는 몇몇 직원들이 민원인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양 거만하고, 독선적인 일처리를 하는 직원들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직원들을 상대하는 것은 너무나 피곤한 일이어서 이를 당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사건조사에 철저를 기하고 증거수집에 열을 올렸으며, 목격자진술을 확보하기 위하여 당사자와 만날 수만 있다면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찾아다니며 진술을 확보하였습니다. 진술서를 쓰지 않으면 몰래 녹음이라도 해서 증거로 제출하곤 하였습니다. 사건이 되고 안 되고는 담당자의 의중에 달린 것이 아니라, 사건의 본질이 무엇인지가 결정한다는 신념에 따라 정말 최선을 다하였습니다.  

 

이렇게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근로복지공단에 정성스럽게 신청서를 접수하였습니다만, 위에서 지적한 몇 몇 직원들은 본 노무사가 제출한 증거서류는 완전히 무시하고, 회사를 상대로 조사를 벌여 심지어는 본인이 제출한 증거를 반박하는 내용으로 점철된 조사결과를 내놓기도 하였습니다. 회사는 몇몇 선량하고 양심적인 사업주를 제외하고는 객관적인 증인의 입장이 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산재보험이 인정되면 추가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당할까 두려워서 일 뿐만 아니라, 상시 30인 이상 업체의 경우는 산재보험율이 최고 50%까지 높아져 작게는 몇 백만원에서 많게는 몇 천만원씩 산재보험료를 더 내야 합니다. 이것도 1년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3년에 걸쳐 페날티가 주어지므로 기업으로서는 여간 부담스러운 부분이 아닙니다.

 

보통 산재가 발생하면 건수를 줄이거나 없애기 위해서 공상으로 처리를 한다든가, 사전에 합의를 보아 무마시키는 사례가 비일비재한 현실에서 이러한 할증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자신의 잘못(과로시켰다. 스트레스를 주었다 등)을 인정하는 사업체가 어디 있겠습니까? 심지어 사업체를 조사하면서 이러한 사실을 주지시켜 사업체로 하여금 순리적으로 도와주려고 했던 마음까지 사라지게 해 버리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렇듯 공정치 못한 입장의 사업체 진술만을 토대로 과로가 없다, 스트레스가 없다, 결론을 내리고 그 결론을 갖고 공단이 위촉한 의사에게 자문을 구합니다. 자문의 소견은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공단 결정의 합리화 수단인 것입니다. 물론 자긍심을 갖고 공정한 입장을 견지하려고 노력하시는 자문의 선생님들까지 싸잡아 비난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공단이 위촉한 자문의로서 판정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견지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보니 기왕의 수많은 판례나 심사례, 재결례에서 인정되었던 바 있는 사건들, 예컨대 기왕의 지병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업무상 원인이 되는 사유로 그 질병이 악화되었거나, 그로 인하여 사망하였다면 이는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여야 한다는 명제를 버리고 기왕증으로 인한 것이었다며 업무와 관련성을 부인하는 경우가 대단히 많습니다. 결국 과로, 스트레스의 존재를 담당이 부인하면 자문의는 인과관계를 부인하게 되고 그 결과 불승인, 부지급으로 연결되게 됩니다.

 

이렇게 공단결정의 자의성은 난무합니다. 그 자의성에 기대어 잘 좀 도와 달라하면 되지 않느냐? 왜 대리인으로서 그러게 조정을 이끌어 내지 못하느냐? 하시겠지만, 공인노무사로서 명실상부하게 인정을 받고 싶은 심정을 뒤로 하고 읍소하고 부탁하고 머리를 조아리는 것이 올바른 태도는 아니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공단 결정의 가장 핵심적인 자의성 부분은,

첫째, 업무상 질병의 판단기준에서 만성적인 과로를 평가하는 방법입니다. 평소의 업무에 비하여 30%이상 증가하였을 때로 잡은 것입니다. 이 기준은 정말 말이 되지 않습니다. 일례로 1일 8시간 주44시간 일을 해 오던 사람이 3일 동안 11시간씩 일을 하였다면 이는 과로가 됩니다만, 1일 10시간씩 일을 해 오던 사람이 3일 동안 12시간씩 일을 하였더라도 이는 과로가 되지 않습니다. 심지어 12시간씩 맞교대를 하는 사람의 경우는 3개월 이상 근무하였다면 이미 적응이 되어 추가로 더 근무를 하지 않은 이상 과로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둘째,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대해서는 더욱 자의적입니다. 수치상으로 나타낼 수 없으므로 담당자가 그렇게 조사를 하면 그런 것이고, 안 그렇다고 조사하면 안 그런 것일 수밖에 없는 너무나 주관적인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요소는 더욱 더 사업체 조사시에 심해집니다. 담당이 묻고 싶으면 묻고, 묻고 싶지 않으면 안 물으면 그만입니다.

 

셋째, 업무상 질병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개인의 건강상태, 연령, 성별을 고려하여 업무의 과중성 여부를 따지라고 규정하였는데 이러한 부분에 대한 고려가 이루어 지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 합니다. 심지어 이 부분은 재해질병이 개인의 지병때문이라고까지 비약하여 불승인 사유로 삼는 해를 끼치기도 합니다.

 

넷째, 의학적 소견에 관한 것입니다. 통상 업무상 질병을 당하여 입원을 하고 있거나 사망을 한 사람의 경우에 공단에서 소견조회를 띄우면서 업무상 과로를 했는지 안했는지?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아무런 언급없이 단지 환자의 질병의 발생원인은? 개인적인 지병이 있는지? 기타? 사항 등만 나열하여 묻곤 합니다.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가 상병의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경우가 있기는 하나 재해경위를 모르는 주치의 입장에서 인과관계를 확실하게 판단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렵게 긍정적인 소견이 회신된다 하더라도 공단입장에서 취사선택하고 있습니다. 즉 아무리 주치의가 인정해도 자문의가 인정하면 인정되고 자문의가 부정하면 안 되는 것입니다.    

 

그 결과 업무상 과로, 스트레스는 부인되기 일쑤고 자문의 소견은 지병에 의한 것, 업무상 관련성이 없는 것등으로 결론이 나고 결국 불승인 당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공단의 몇 몇 자의성대로의 판단과 시스템상의 문제가 재해자와 유족들을 고통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습니다.

 

 원처분결정에 불복하여 상급기관인 근로복지공단 본부에 심사청구를 하면, 각 지사의 담당자들의 이러한 자의성에 대한 평가보다는 이를 보호하기에 급급합니다. 심지어 원처분 담당자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원처분이 취소되면 담당자의 인사평가나 원처분지사의 기관평가에서 감점을 받으므로 같은 동료직원입장에서, 크게는 상사인 지사장에게 해를 끼치면서까지 원처분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운 실정입니다. 노동부 산하 산재재심사위원회의 경우에도 정해진 인력이 부족하고 비상임 위원들이 일주일에 한두번 열리는 회의에서 매우 부족한 조사결과만 가지고 한 번 회의 때 몇 십건씩 처리를 하다 보니 심도있는 심리가 이루어 지지 않습니다. 결국 심사, 재심사청구에서 구제되는 것은 각 각 열에 한 건 정도에 불과할 따름입니다.

 

본 노무사는 자격취득후 개업을 하여 약 3년간 20여건의 심사청구를 하였습니다. 이곳에서 원처분 취소 결정을 받아본 적은 단 두 번이었고, 재심청구에서 인용된 경우는 한 건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기각된 나머지 사건들이 행정소송에 가서는 승소율이 50%에 이른다고 볼 때, 상급기관에 대한 심사청구나 재심사청구제도의 공정성을 신뢰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에 고심을 해오던 본 노무사는 감사원 심사청구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적어도 원처분지사와 신청인사이에서 공정성있는 판단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강하게 작용하였습니다. 그리하여 2005년초부터 2006년 5월 현재까지 총 20건의 심사청구와 2건의 진정을 제기하였습니다. 그 중 심사청구 1건은 최진태의 택시회사 평균임금이 사납금외 본인의 수입을 근거로 책정되어야 된다는 이유로 원처분이 취소된 것이 있었고, 1건은 유족 성진숙 사건으로 재해자가 췌장암으로 사망하였으므로 원처분이 유지되었고, 또 한 건은 유족 안옥화 사건으로 별다른 조사나 연구없이 원처분지사의 의견대로 기각결정을 하였습니다. 두 건의 진정(진정인 김화자 : 망. 이용택 관련),(진정인 한유수)사건에 대해서는 원처분지사에 이첩하여 회신하도록 하였는 바, 추가조사를 벌이거나 증거를 제출하라는 요청없이 처분에 아무런 변동없이 그저 재차 원처분지사로부터 부지급(불승인)이니 잔소리 말라는 회신만 받았습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대로 정말 너무 맥이 풀립니다. 본 노무사는 감사원이 행정청의 처분에 대하여 담당직원의 직무유기가 있거나, 불편 부당한 처분을 남발함으로서 민원인에게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면 적어도 공명정대한 입장에서 원처분결정을 심도있게 조사하여 줄 것이라고 기대하였고, 이와 관련하여 민원인 당사자들로부터 소명의 기회를 주거나 의학적 소견이 주치의와 자문의가 다르다면 제3의 의료기관에 조회를 한다거나, 목격자의 진술과 사업주의 진술이 대립되면 직접 소환을 하여 대질심문을 한다든가 심층적으로 판단의 근거들을 수집하여 소중하게 다루어 주실 줄 알았는데 그럴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 감사원이고 그래서 권리구제의 최후의 보루라고 믿었었는데 정말 실망이 컷습니다.

 

물론, 감사관님들의 존재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점차로 증가하여 많은 사건들이 쏟아져 들어온다는 것에서, 그래서 시간이나 시스템상의 불비로 인해서, 본의 아니게 원처분지사의 결정이나 관할 행정기관의 처분을 심도있게 다루지 못한 결과, 비극적인 상태로 연장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감사관님들을 탓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도 어렵지만 잃기는 더 쉬운 것이어서 적어도 국민들의 신망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그 결과가 감사원다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 점은 너무나 아쉽습니다.

 

시스템이 부족하면 시스템을 확충하여야 하고, 시간이 부족하면 인원을 늘려야 하고, 예산이 부족하여 이도 저도 못한다면 왜 많은 사건들이 감사원으로 쏟아 들어오지? 행정관청의 시스템이 인적요소가 잘못이 있는 것 아니야? 문제가 있는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문제의식을 갖고 철저히 파헤쳐 근본적으로 문제를 유발하는 요소를 찾아내어 시정해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본 노무사는 아직도 많은 사건들이 귀 감사원에 계류중입니다. 매번 귀원에서 오는 서류는 심리사건이 많아 기다려라 라는 것뿐입니다. 사건이 이러 저러하니 귀하가 추가적인 의견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보라, 의학적 소견이 대립이 되는 제3의 의료기관에 소견조회를 의뢰해 보라는 등 그 어떤 지시도 없었습니다. 다만, 최상철감사관님과 이상천감사관님께서 몇 차례구두로 사건에 대하여 좀 더 구체적인 핵심쟁점을 설명하라고 하문하신 적이 있었을 뿐입니다.      

 

저는 감사원을 믿습니다. 그러기에 기다리라면 기다리고, 무엇을 준비하라고 하면 준비하겠습니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아무런 상의없이 단지 원처분결정이 위법부당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원처분지사의 자의성과 직무유기성을 외면하시는 우를 범하지 않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냥 우는 아이 보았습니까? 가슴에 피멍이 들어 자빠져 있는 재해자나 남편을 잃고 벼랑끝에서 감사원의 결정만 기다리는 불쌍한 유족들을 한번 생각해 보신 적이 있나요? 두 번 울리지 마시고, 망자를 두 번 죽이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굽여 살펴주시기 바랍니다.

 

                                    2006.  5.  12.

 

 

                                    노무법인 길벗  대표노무사 신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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