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주가 협조를 거부한 사건의 해결

이 사건은 당소가 2003년 10월 의뢰받았던 건으로 사건진행초기에 회사측으로부터 협조를 받지 못하였다. 회사는 우선 민형사상 포기각서를 써 주면 협조할 의사가 있다고 하였다. 유족의 입장에서는 산재처리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합의를 하였다가 나중에 산재가 인정되지 않으면 매우 곤란한 상황이 벌어지므로 선합의에 응할 수 없었다. 당소는 하는 수 없이 근로복지공단에 사업주날인거부사유서를 첨부하여 신청을 하면서 노동부 ㅇㅇ지방사무소에는 근로시간과다부분에 대하여 진정을 제기하였다. 근로복지공단은 망인이 사망전날 음주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사망하였다고 결론짓고 부지급결정을 하였다. 이에 유족은 심사청구 재심사청구를 거쳐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1심에서 승소하였고 근로복지공단은 항소를 포기하여 2005년 4월 23일 판결이 확정되었다. 

 

 

서울행정법원   제 1 부    판결

 

사건 : 2004구합7658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원고 : 이○○

      평택시 ○○읍 ○○리 305의 1 ○○아파트 ○○동 ○○○호

     

피고 : 근로복지공단

      대표자 이사장 ○○○

      소송수행자 ○○○

 

변론종결 : 2005. 2. 24

판결선고 : 2005. 3. 17

 

[주문]

1. 피고가 2002. 12. 23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의 남편인 망 손○○(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시 ○○동 소재 ○○○○ 주식회사(이하 '소외 회사'라 한다)의 수지제조부에서 근무하던 중, 2002. 8. 24 00:30경 취침하였으나 같은 날 16:00경까지도 일어나지 못하여 ○○○○의원으로 후송되었는데, 위 병원에 도착할 당시 이미 사망한 상태였고 그 사인은 비외상성 뇌출혈로 밝혀졌다.

 

나. 이에 원고는 2002. 12. 21.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청구를 하였다. 피고는 2002. 12. 23. 망인이 퇴근 후에 발병하여 업무수행성이 인정되지 않고, 업무수행 중 업무량의 변화나 스트레스가 있었다는 객관적인 증거가 없어 업무기인성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망인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거부하는 이 사건처분을 하였다.

 

[인정 증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 5, 18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2.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안정 사실

 

(1) 업무내용 및 근무형태

(가) 망인은 1986. 5. 1. 소외 회사에 생산직으로 입사하여 페인트 주원료를 제조하는 수지제조부에서 근무하였다. 수지제조부의 작업공정은 ① 배합(산 또는 알콜 등 원료투입) → ② 반응(투입된 원재료를 혼합) → ③ 검사(색상, 외관 등 규정된 규격품과 동일한지 검사기구로 검사) → ④ 여과포장(이물질을 제거하고 포장용기에 제품을 투입하는 과정)의 순으로 진행된다.

 

(나) 망인의 업무는 대부분 여과포장업무였는데, 그 구체적 내용은 다음과 같다.

즉, 근로자가 주간계획에 따른 작업표준서를 받으면 적재되어 있는 빈 포장용기를 지게차를 이용하여 여과포장할 장소(계량기)로 운반한 후, 용기에 회사상표를 부착하고 기계펌프를 이용하여 여과기 내 이물질을 제거하는 여과설비 청소를 한 후 용기에 제품을 정해진 용량만큼 투입한다. 투입방법은 고무호스를 용기에 대고 스위치를 조작하여 제품을 투입하되, 계량기를 보면서 용량조절을 하는 것이다. 용기에 투입되는 것은 톨루엔, 벤젠 등 유기용제로서 상온에서 휘발성이 강하므로 근로자들은 마스크 등 개인안전보호구를 착용하고 작업하여야 한다.

 

(다) 망인은 이 사건 재해 발생 2-3개월 전부터 원고에게 어지럼증과 두통을 호소하고, 가끔 구토를 하는 경우가 있었다.

 

(라) 망인의 근무시간은 평일 08:30부터 17:30까지, 토요일은 격주로 근무하고 법정 공휴일은 휴무하였다. 망인은 입사 이후 1일 3시간 정도 연장근무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 구체적 내역을 보면 2002. 5.에는 80시간, 2002. 6.에는 72.5시간, 2002. 7. 81시간 연장근무를 하였고, 2002. 8.은 재해 전날까지 57.5시간 연장근무를 하였으며, 재해 발생 일주일 전인 2002. 8. 17.은 4시간, 2002. 8. 19., 2002. 8. 20., 2002. 8. 22., 2002. 8. 23.은 각 3시간 연장근무를 하였다.

 

(마) 소외 회사의 대표이사 ○○○는 망인이 위와 같이 1주에 12시간을 초과하여 연장근로를 하도록 하였고, 2002. 5. 27.경부터 2002. 8. 17.경까지 사이에 15회에 걸쳐 8시간 근로 중 법정 휴게시간 1시간 이상을 주지 않았다는 사유로 근로기준법위반죄로 약식기소되었다.

 

(2) 사망 경위 및 평소 건강상태

(가) 망인은 2002. 8. 23. 21:00까지 연장근로 후 퇴근하여 같은 날 22:00경부터 여동생 ○○○의 집에서 여동생, 매제 등과 함께 소주 3병을 나누어 마셨다. 망인은 2002. 8. 24. 00:30경 귀가하여 구토를 하고 잠이 들었고, 같은 날 11:00경 일어나 다시 3-4회 구토를 하고 자리에 누웠는데, 같은 날 15:00경까지 깨어나지 않아 병원으로 후송되었으나 이미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나) 망인은 1964. 5. 10.생으로 2002. 5.경 실시한 건강진단결과에 의하면 키는 159cm, 몸무게는 66kg이었다. 망인은 평소 담배를 피우지 않았고, 술도 마시지 않은 편이었다.

 

(다) 망인은 1986. 5. 1. 입사 당시에는 건강한 상태였다. 그러나 망인이 입사 후 13년이 지난 1999. 11. 8. 및 1999. 12. 6. 받은 특수건강진단결과에 의하면, 고혈압(최고 160mmHg, 최저 100mmHg) 증세를 보였다. 망인은 2000. 1. 17. ㅇㅇ시 ○동 소재 ○내과에서 혈압 150/70mmHg으로 '약물치료는 필요하지 않고 식이요법 및 운동으로 치료를 요함'이라는 소견을 받았다. 망인의 혈압은 2000. 6. 30.자 건강검진에서는 130/90mmHg으로 추정되었고, 2001. 5. 27.자 건강검진에서는 130/80mmHg으로 측정되어 각 정상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2002. 6. 18. 및 2002. 6. 27.에 있었던 1, 2차 건강검진에서는 다시 혈압이 150/90mmHg으로 측정되어 '고혈압 주의(저염 식이요법, 체중감량 요)'라는 판정을 받았다. 한편 망인은 평소 고혈압에 대하여 별다른 치료를 받지는 않았다.

 

 

(3) 의학적 견해

(가) 망인에 대한 부검 결과에 의하면, 외력의 증거 없이 좌측 뇌실 주위와 뇌실에서 출혈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고, 혈중 알콜농도는 0.05% 미만으로 측정되었다.

 

(나) 뇌출혈은 뇌실질 내에서 일어나는 뇌실질 내출혈을 의미하고, 뇌실질 내에서 발생한 출혈에 의해 뇌실 내에 출혈이 된 경우 이를 뇌실 내출혈이라고 하는데, 그 원인으로는 고혈압, 뇌동맥류, 뇌동정맥 기형, 뇌종양, 혈액응고병증이 있다. 뇌출혈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고혈압이고, 고혈압 환자가 과로나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혈류, 혈압등 혈액의 변화를 수반하여 뇌출혈이 발병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져져 있다.

 

(다) 유기용제란 비수용성 물질을 잘 녹이는 성질을 갖고 있는 유기화합물 및 이황화탄소에 붙여진 편의상의 명칭이다. 유기용제는 일반적으로 비점이 낮아서 증발, 휘발하기 쉬우므로 폐를 통한 흡수량이 많고, 피부로도 흡수되는데, 이에 만성 폭로된 취급자에게 두통, 현기증, 불면, 초조감, 의욕저하를 호소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고혈압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인정 증거] 갑 제4호증의 1 내지 6, 제5, 6, 10, 13, 20호증의 각 1, 2, 제7, 14호증의 각 1, 2 ,3 제8호증의 1 내지 4, 제11, 16, 17호증, 제21호증의 1 내지 10, 을 제3, 5, 9, 10, 11호증, 제12호증의 1, 제13호증의 1 내지 13의 각 기재 또는 영상, 이 법원의 ○○○○의원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배척 증거]을 제7호증의 1, 2, 제8호증의 1, 2, 3의 각 기재, 을 제10, 11호증의 각 일부 기재

 

나. 판단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조 제1호에 정한 업무상 재해가 되는 질병은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지만,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ㆍ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는 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 질병이나 기존 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는 그 입증이 있는 경우에 포함되는 것이고, 업무와 질병과의 인과관계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1999. 4. 23. 선고 97누16459 판결 참조).

 

위 인정과 같이, [color=blue:15f999e531]망인이 입사 이후 16년간 인체에 유해한 유기용제에 노출될 가능성이 큰 수지제조부에 근무하여 왔고, 특히 재해 발생 무렵에는 어지럼증과 두통을 호소하고 구토를 하는 등 유기용제 만성중독자에게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증세를 보인점, 망인이 소외 회사에서 연장ㆍ야간근로를 반복적으로 자주 하였고 이 사건 재해 발생 무렵인 2002. 5.경부터 2002. 8.경까지 사이에 근무 중 휴식시간도 제대로 갖지 못한채 잦은 연장근무를 하였던 점, 망인은 1999년경 고혈압 판정을 받은 이후에는 유기용제에 노출될 위험이 큰 수지제조부에서 계속하여 근무하여 온 점, 고혈압은 뇌출혈의 가장 주요한 위험인자로서 고혈압 환자가 과로를 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뇌출혈이 발병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의학상 알려져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가 열악한 업무환경하에서 과로 및 스트레스를 받았고 이로 이하여 원고의 기존 질환인 고혈압이 자연적 경과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되어 이 사건 재해가 발생한 것이라고 넉넉히 추단할 수 있다.[/color:15f999e531]따라서 이 사건 상병은 업무상 재해라고 봄이 상담함에도 피고가 이와 달리 보고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권순일

          판사  전종민

          판사  윤경아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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