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내용 변화 등에 따른 과로.스트레스 자살, 공무상 재해

서울행정법원 제5부 판결

 

사건 : 2003구합34929 유족보상금부지급처분 취소

원고 : 우○○

피고 : 공무원연금관리공단

변론종결 : 2004. 7. 27.

판결선고 : 2004. 9. 14.

 

주문

1. 피고가 2003. 9. 2.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보상금지급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의 남편인 김○○(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지방검찰청 감찰주사보로 근무하던 2000. 10. 17.경 ○○병원에서‘양극성장에 Ⅱ형’의 진단을 받아 치료를 받아오던 중 2003. 7. 4. 09:00경 ○○호텔 객실에서 목을 매어 자살하였다.

 

나. 원고는 망인이 공무로 인한 질병으로 사망하였다면서 2003. 8. 5. 피고에게 유족보상금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망인이 선천적, 체질적인 요인에 의하여 발병, 악화된 우울증으로 자살하였으므로 망인의 사망은 공무와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2003. 9. 2. 원고에 대하여 유족보상금 지급을 거부하는 내용의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2.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인정사실

(1)망인의 경력, 근무내용, 근무환경

 

(가)망인은 1990. 2. ○○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후 1992. 4. 1. 9급 검찰사무직 공무원으로 임용되어 ○○지방검찰청 서부지청 사건과, 집행과, 특수부 등에서 근무하였다.

 

(나)망인은 ○○지방검찰청 서부지청에서 근무하던 1994. 11.경 서부지청 청사이전 준비반원으로 편성되어 청사이전과 관련한 계획서 작성 등으로 업무가 늘어나 자주 야근하여야만 하였는데, 1995. 여름경 그로 인한 과로와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원인인 것으로 추정되는 탈모증세가 나타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인은 자신이 맡은 업무를 충실히 수행한 결과 1995. 9. 1. 법무부장관으로부터 서부지청사 준공 유공표창을 받기도 하였다.

 

(다)망인은 서부지청 청사이전 이후 정상적인 업무를 담당하다가 1997. 4. 30.부터 ○○지방검찰청 조사과, 집행과, 공안2부에서 각 근무하고, 2000. 5. 8. 검찰주사보로 승진하면서 ○○지방검찰청 특수부 검사실의 참여계장으로 근무하게 되었다.

 

(라)특수부 소속 검사실은 검사, 참여계장, 파견직원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특수부가 취급하는 사건들은 대부분 사회구조적 비리 또는 대형 비리 사건들로서 언론이나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므로 그 소속 직원들은 제한된 수사 인력으로 단기간 내에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어 국민의 의혹을 신속히 해소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사건 처리에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으로부터 그 사건에 대한 의혹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하였다거나 편파적이라는 등의 질타를 받기도 하여 그 업무 처리에 있어 항상 긴장을 늦추기가 어려웠다.

 

(마)망인은 검찰주사보로 승진하면서 곧바로 특수부 검사실의 참여계장으로 근무하게 되어 그 업무나 근무환경에 익숙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검사들 보좌하면서 그 지시에 따라 수많은 양의 자료들을 분석하고, 이를 통하여 증거가 확보되면 피의자 검거에 동원되고, 진실을 은폐하려는 사건의 피의자나 참고인 등을 직접 대면하여 조서를 작성하는 등의 업무를 담당하여야 하였는데, 특히 증거자료를 확보하는 업무를 담당하여야만 하였다.

 

(바)망인은 ○○지방검찰청 특수부 검사실에 근무하면서 2000. 5.경 주식회사 ○○ 법정관리 관련 비리사건, 2000. 5∼6.경 ○○건설 주식회사 ○○북항만 준설토 투기장 축조공사 관련 공사대금 편취사건, 2000. 8∼9.경 ○○군 부군수 등 뇌물수수 사건, 2000. 10∼11.경 농약함유 한약제 불법판매 사건, 2000. 10∼11.경 ○○무약 대표 업무상 횡령 및 탈세사건, 2001. 2∼3.경 ○○세무서 세무공무원 수뢰사건, 2001. 4.경 판사 사칭한 변호사법위반 사건, 2001. 5∼6.경 ○○벤처기업 비리 사건, 2001. 7∼8.경 ○○·○○일보 고발사건, 2001. 8∼9.경 언론사 탈세비리 사건, 2001. 12.∼2002. 4.경 ○○주식회사 주식로비(뇌물수수) 사건 및 금융감독원 고발 사건, 2002. 4∼5.경 ○○의 ○○토건에 대한 불법대출 사건, 2002. 4∼6.경 ○○○, ○○ 주식인수 사건, 2002. 6∼8.경 ○○ 신앙촌 재개발 사업 관련 뇌물수수 사건, 2002. 6∼7.경 ○○건설산업 로비스트 김○○ 사건, 2002. 7∼8.경 ○○ 범박동 재개발 사업 관련 비리 사건, 2002. 9∼10.경 ○○ 전 대표이사 공사수주 대가 금품교부 사건, 2002. 10∼11. 현직 경찰관 대출알선 금품수수 사건, 2002. 10∼11. ○○부동산신탁 전 대표이사 공사수주 대가 금품수수 사건, 2002. 11∼12. 주식회사 ○○ 인수·합병과 관련한 금품수수 사건, 2002. 11∼12. 한나라당 ○○○ 후보 진정·고발 사건, 2003. 1∼2. 수사청탁 받은 전 검찰파견 국세청 직원 비리 사건, 공장용지 용도변경 관련 로비자금 수수 사건 등 중요한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직접 관여하였는데, 그와 같은 사건 하나의 처리를 위해서는 보통 1∼3개월 동안 1주일 3∼4일씩 퇴근도 하지 못한 채 수사에 매달리거나, 귀가하더라도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한 상태에서 새벽에 다시 출근하여야만 하였다.

 

(마)망인은 년 11개월간 특수부 검사실에서 근무하다가 2003. 3. 31.경 비교적 업무가 적은 공안부 검사실로 이동하여 2003. 4∼6.경 국회의원 ○○○, ○○○ 등 대선사범 사건을 각 처리하였다.

 

 

(2)망인의 건강 상태, 양극성장애의 발병 및 사망 경위

(가)망인은 1964. 9. 25.생으로 사망 당시 38세 8월 남짓으로서 평소 술은 잘 마시지 못하는 편이었고 담배는 하루 1갑 정도 피워 왔는데, 망인은 1995. 여름경 서부지청 청사이전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탈모 증세가 발생한 적은 있으나 청사이전 이후 정상적인 업무로 복귀한 다음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으며, 2000년 및 2002년경 ○○복지제1부위원에서 정기건강검진을 받은 결과 세부적인 항목의 수치상 모두 정상의 범위에 있었다. 망인은 원고와 만나 3년간 교제하다가 1994년경 결혼한 이후 스스로도 만족할 정도의 원만한 가정생활을 영위하여 왔는데, 망인의 아버지는 정신병원에서 치료받은 경력이 있고, 둘째 누나 역시 우울증으로 치료받은 적이 있다.

 

(나)망인은 평소 차분하고 과묵한 성격으로서 업무적으로도 책임감이 강하고 치밀하고 상사나 동료로부터 성실성을 인정받아 왔으므로, 2000. 5.경 승진과 동에 ○○지방검찰청 특수부 검사실에서 참여계장 업무를 시작하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였으나, 그 이후 과도한 업무로 인하여 며칠씩 밤을 새워 수사를 하는 경우가 지속되면서 신체검사상으로는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으면서도 온몸이 쑤시거나 기능이 저하되고, 줄담배를 피우고 식욕이 떨어져 체중이 5kg 가량 줄었으며, 일이 없을 때에도 의욕이 떨어져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축 처져있는 등 우울한 상태가 수개월간 지속되었고, 그 과정에서 검찰직 공무원을 그만 드려는 생각마저 하기도 하였다.

 

(다)이에 망인은 2000. 10. 17.경 ○○대학교 ○○병원에서 진찰한 결과 경조증(약한 수준의 조증)이 동반된 우울증, 즉 양극성장애(조울증) Ⅱ형이라는 진단을 받고, 그 이후 계속하여 1달에 1∼2회 정도 정기적으로 위 병원에서 상담 및 약물치료를 받았다.

 

(라)망인은 그와 같은 상담 및 약물치료로 인하여 우울증 등의 증상이 다소 완화되기도 하였으나, 2002. 4.경부터 약 3개월간 스트레스가 원인인 것으로 추정되는 탈모증이 다시 발생하였고, 2002. 11.경부터 감정이 신경질적이고 예민하게 되는 등 양극성장애의 증상이 악화되었으며, 2003. 3.경 겁이 날 정도로 과다한 업무에 대한 부담감, 검찰청에 자신이 우울증 등으로 치료받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게 된 것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마음이 불안해지는 등 우울증의 상태가 악화되었는데, 2003. 4.경 비교적 업무량이 적은 공안부 검사실에서 근무하면서 다소 그 증상이 완화되다가 2003. 7.경 큰 누나의 요로결석, 어머니의 신장질환으로 병간호를 하는 등 가정 문제가 겹치게 되자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 충동을 이기지 못한 채 자살에 이르게 되었다.

 

(3) 양극성장애(조울증) Ⅱ형에 대한 의학적 소견

양극성장애란 몹시 기분이 들떠서 활발한 언동을 나타내는 조증 또는 경조증과 기분이 가라앉고 몹시 우울하게 되어 무엇이나 비관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우울증이 동반된 기분장애이고, 이를 조울증이라고도 하며 우울증에 조증이 삽화된 Ⅰ형과 우울증에 경조증이 삽화된 Ⅱ형으로 나누기도 한다. 우울증의 상태에서는 사람들에게 너무나도 폐를 끼쳤다는 죄책감에서 자살을 생각하게 되고 실제로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가 있으나 그와 같은 자살은 우울감이 강할 때보다 오히려 우울감이 가벼울 때나 회복기에 갑자기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양극성장애의 원인은, 현재까지 의학적으로 명백히 규명되어 있지 않으나, 일반적으로 생물학적으로 명백히 규명되어 있지 않으나, 일반적으로 생물학적 원인, 유전학적 원인, 내분비계의 원인, 사회심리학적 원인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양극성장애의 소인이 있는 자가 밤샘 작업으로 인한 수면박탈이나 업무량의 폭주 및 부서이동에 따른 대인관계 적응에 있어서 스트레스 등 요인들이 양극성장애를 촉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나. 판단

(1)공무원연금법 제61조 제1항은 공무원이 공무상 질병으로 인하여 재직 중에 사망한 때에는 그 유족에게 유족보상금을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여기에서 공무상질병으로 인한 사망이란 공무원이 공무집행 중 이로 인하여 발생한 질병으로 사망한 경우를 뜻하므로, 원고가 공무원연금법 소정의 유족보상을 지급받기 위하여는 망인의 자살이 업무상 질병의 악화로 말미암은 심신상실 내지 정신착란의 상태에서 이루어졌다거나, 업무의 수행으로 누적된 과로·스트레스로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이 발병·악화되어야 하고, 이 경우 공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할 것이다.

 

(2) 이 사건에 돌아와 보건대, 망인의 아버지와 누나가 우울증 등으로 정신과적 치료를 받은 가족력이 있어 망인에게 양극성장애가 발병할 가능성이 일반인들에 비하여 높다고 하더라도 망인이 검찰직 공무원으로 임용된 이후 8년간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여 온 점에 비추어 그와 같은 망인의 유전적인 요인만으로 양극성장애가 발병되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점, 망인이 승진과 동시에 곧바로 업무의 양이나 강도의 면에서 다른 부서에 비하여 과중한 것으로 보이는 ○○지방검찰청 특수부 검사실 참여계장으로 근무하게 되면서 그와 같은 업무에 충분히 적응하지 못한 상태에서 연속된 철야근무를 반복하여야 하였으므로 그로 인한 육체적인 피로도가 극심하였을 것으로 보이고, 증거의 수집, 분석이나 부인하는 피의자 등의 대면조사 등 그 업무의 특성상 상당한 정도의 정신적인 긴장과 스트레스를 겪었을 것으로 보이며, 반면에 망인이 느끼는 업무에 대한 보상이 만족스럽지 아니하였으며 수사 종결 후에도 언론에서 비난하는 보도를 접함으로써 그로 인한 스트레스도 상당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망인에게 양극성장애의 증세가 발병한 시기가 망인이 특수부 검사실 참여계장으로 근무하기 시작한지 불과 수개월 정도 지난 후의 점, 망인이 자살할 무렵에는 비교적 업무량이 적은 공안부 검사실에서 근무하였다 하더라도 양극성장애 환자의 경우 우울증이 심할 때보다 오히려 그와 같은 증상이 약하거나 회복되는 과정에서 자살에 이르게 되는 위험이 더욱 높은 점 등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에 나타난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양극성장애의 소인을 지나고 있었던 망인이 업무내용이 급격히 변화되어 적응이 이루어지지 아니한 상태에서 그 업무처리 과정에서 과로와 스트레스를 겪게 되어 양극성장애가 유발되어 악화되었고, 그와 같은 정신병적 증상의 발현으로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또는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이로 인한 자살충동을 이기지 못한 채 자살에 이르게 되었다고 추단함이 상당하다.

 

따라서, 망인의 사망은 공무와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와 달리 보고 유족보상금의 지급을 거부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김창석

판사 신봉철

판사 김병수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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