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미상의 업무상 재해의 인정방법

신현종 노무사의

산·재·일·지

 

사인미상의 업무상 재해 인정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상으로 돌아가신 분을 부검한다는 것이 고인에게 커다란 죄를 짓는 것으로 받아 들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사인이 추정되면 장례를 치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것은 매우 큰 실수입니다. 현재 산재보험은 사망원인이 뇌, 심혈관계질환 및 간질환에 의한 경우에 한하여 보상을 하여 주고 있는데 추정소견은 사인미상과 같이 취급하므로 어려움이 발생합니다. 일단, 한번 불승인이 되면 여간해서 뒤집기가 어렵습니다. 사망원인을 추적하여 입증하지 못하면 불승인 받게 됩니다. 본 사례는 사인이 뇌졸증 추정으로 사인미상과 같이 다루어졌으나 사망전 과로사실과 병원진료기록, 사망당시 현장상황, 검안의사의 사체 상태를 본 상세소견 등을 수집하여 뇌졸중에 의한 사망으로 인정받아 유족보상을 받은 사례입니다. 

경기도 산본시에 소재한 아파트의 설비반장으로 근무하던 재해자는 지난해 11월 관리사무소에서 야간대기 근무 중 당직실에서 잠시 수면을 취하다가 경비원이 관리실 문을 두드리자 문을 열어 주려고 문으로 다가가다가 갑자기 쓰러져 사망했다.경비원은 재해자가 쓰러진 줄 모르고 근무처로 복귀를 했다.

다음날 아침 전기반장이 출근해 재해자가 문 앞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전기반장은 급히 119로 연락했으나 119구급대가 도착을 했을 때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망인의 사체를 검안한 의사는 뇌졸중 추정으로 진단을 내렸다.

평소 재해자는 고혈압이 있었으나 견디기 어려운 정도는 아니어서 특별히 병원을 다니면서 치료를 받은 사실도 없었고, 쓰러지기 4개월 전에 배탈이 나서 병원치료를 받은 적이 있었는데 당시 혈압이 170/110mmhg였다.

이러한 경우 산재로 인정을 받을 수 있는지 가장 중요한 2개 요소는 업무상 과로의 존재와 사인과의 의학적 인과관계이다.

 

1. 업무상 과로의 존재여부

 

우선 재해자의 업무상 과로 여부는 어떠한지를 살펴봐야 한다.

재해자의 주된 업무는 3개동 267세대의 아파트 설비관리업무로서 24시간 격일제 근무(08:30출근 - 익일09:30경 퇴근)를 하면서 ①온수관계, ②난방관계, ③수도관계, ④전기시설관련업무, ⑤영선업무, ⑥방화관리업무 등이었다.

재해자의 평소 업무는 주로 ①, ②, ③, ④와 관련된 냉, 난방관련시설의 보수 및 일상점검업무, 아파트 세대원의 민원에 대한 조치, 전기관련시설의 점검과 램프교환 및 스위치 교체, 온수 및 수도 전기량의 검침 및 사용량 산출 및 요금산정 후 각 관련사업소에 보고 등이었다.

사실상 ⑤, ⑥항의 일들은 항상 발생하는 일은 아니었지만 일이 생기면 기존 업무에 추가해서 업무를 수행해야 하므로 힘이 들었고, 추가로 인원을 배정해 업무를 추진해야 하지만 제한된 아파트 관리비의 범위에서 처리를 하려다 보면 기존의 인력을 풀가동해 추진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일례로 한사람이 휴가를 다녀오기 위해서는 한사람이 24시간 근무를 5일간(2001. 8. 15 ∼ 2001. 8. 19; 재해자가 근무) 겹치기로 근무를 해야만 했다.

동기간 중 기존의 업무이외에 놀이터 철그네 보수 작업(8/16) 및 관리동 제초작업(8/17)도 수행했다.  

 

2001년 9월 들어 ㉠ 주차면 확장작업, ㉡ 나무 전지 작업, 잔디깍기 작업, 울타리 정리작업, ㉢ 소방점검 대비 및 종합점검, ㉣ 열교환기 세관공사등의 업무가 추가되면서 재해자는 9월들어 고생을 많이 했으며, 9/28일 08:30에 출근하여 추석연휴를 대비해 근무강화 지시와 함께 시설점검에 만전을 기하라는 명에 따라 단지 내 펌프실 및 기전실 점검, 각동 지하실, 기계실, 지하주차장, 배수펌프작동 상태를 평소보다 주의 깊게 점검했다.

재해 당일 관리사무소에서 야간근무를 하던 중 잠시 수면을 취하고 있는 사이 아파트 경비원이 입주민 문제로 재해자에게 인터폰(밤12시경)을 했으나 응답이 없었고, 이에 경비원은 관리사무소로 와서 현관문을 두드렸으나 반응이 없어 근무지로 돌아갔다. 익일(9/29) 아침 08:40경 교대근무자가 출근했는데 현관문이 잠겨 있어 이를 이상히 여긴 전기반장이 화장실 유리문을 넘어 관리소 문 앞에 와보니 망인이 문 앞(안쪽)에 누운 채로 있어 급히 119에 신고해 119구조원이 문을 개방하고 시신을 살펴보니 이미 사망한 상태였음이 밝혀졌다.

 

2. 의학적 인과관계

 

다음은 의학적 인과관계를 밝히는 일인데 동 재해와 같이 일반적으로 재해자가 사망을 한 후 발견되는 경우는 병원에서 사망을 하는 경우와 달리 사망진단서를 발급받지를 못하고 사체검안서를 받게 된다.

이 때 유가족은 두가지의 선택을 할 수 있다.

하나는 부검을 해 사인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과 다른 하나는 그냥 장례를 치르는 경우다. 이것은 업무상 재해여부를 결정하는 데에 아주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사인이 추정되는 경우라도 근로복지공단에서는 대부분 사인미상사건으로 분류를 하는 경우가 많다. 사인미상이라 함은 사망원인을 알 수 없다는 것인데 현행 산재법에서는 업무상 질병중 뇌·심장 질환의 경우에 사망원인이 명확할 것을 요구한다.

지난번에도 소개를 했듯 뇌질환은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윈인이 돼 급격한 혈압상승을 유발, 혈관이 터져 버리는 재해의 경우에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다. 그런데 사인미상 사건은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이므로 이러한 주장이 불가능하게 된다.

병원이외의 장소에서 발병해 병원에 도착을 하기 전에 사망을 하는 대부분 사람들에 대해 사인미상이라는 사체검안서가 발행이 되는데 이럴 때는 의사에게 재해자가 쓰러지기 전의 상태, 이상증세를 나타낸 시점 등을 상세히 설명해 최소한 ‘ㅇㅇ질환 추정’이라는 소견을 받아 둬야 한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부검을 하는 것인데 일반적으로 망인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는 이유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주변에서 산재는 걱정하지 말라며 경험없는 유족들이 장례를 치루고 마는 경우가 많아 사인을 밝히지를 못하여 산재를 인정받는데 엄청난 장애가 되고 있다.

 

3.뇌졸중 추정의 경우에는 어떻게 사인을 규명하나?

 

본 사례는 불행중 다행으로 뇌졸중 추정이라는 소견이 있었다.

근로복지공단은 사인미상으로 보기는 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의학적인 근거가 있으면 ‘ㅇㅇ질환 추정’도 사인으로 인정하는 경우가 있다. 이에 대한 근거로는 우선 의료보험 수진내역을 꼽을 수 있다. 이 자료를 보면 망인이 평소에 어떠한 질환을 앓고 있었는지를 소상히 알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가면 발급을 받을 수 있는데 가끔 공단에서 발급을 거부하는 경우가 있다. 이유인즉 상병자료는 개인의 정보자료이므로 유출할 수 없다는 것인데 이럴 경우는 행정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정보공개를 요구하면 된다. 그리고 평소에 병원에 다니며 치료를 받았다면 그 병원의 진료차트를 복사해 첨부하면 된다.

어떤 경우는 유족이 망인의 기존질환을 숨기는 경우가 있는데 결국 의무기록의 공개시에 다 밝혀지게 되므로 사실대로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사건 자체에 의심이 생겨 좋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된다.

이 재해자는 사망전 4개월전에 병원에 다녀온 사실이 있어 진료기록을 살펴보았더니 혈압이 매우 높은 상태에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자료를 갖춰 공단에 제시하자 공단은 사체를 검안한 의사에게 질문(의학적 소견 조회)을 한 바, 당시 재해자의 시신상태가 양측 동공의 크기와 위치가 서로 다르고 구토물이 있는 것은 두개 내 출혈을 제일 먼저 고려하므로 뇌졸중으로 추정을 하였으며, 평소 망인이 고혈압 유소견자였으므로 이러한 경우 과로를 하게되면 자율신경계의 부조화등이 초래돼 혈압조절능력이 저하될 수 있으며 뇌출혈의 발생가능성이 높아지고 고혈압 질환자의 경우 그 가능성이 더욱 높아 뇌졸중에 대한 추정이유를 명확히 밝혀주어 사인미상은 면하게 됐다.

결국 재해자의 사망은 업무상 과로가 원인이 돼 급격히 혈압이 상승해 뇌졸중이 일어나 사망을 한 것으로 판명, 이에 따라 동 재해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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