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심사, 재심사제도의 개선에 관하여

<쓰러질 때 상황>

재해자는 만 55세로서 ㅇㅇ아파트 경비원으로 24시간 격일제 근무를 하여 오던 중 2002. 1. 20 새벽 5;00경에 집에서 근무지로 출발하여 영등포구 신길동에서 33-1을 타고 가락동 ㅇㅇ아파트앞에서 내려서 ㅇㅇ아파트로 가는데 몸에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06;30교대를 하고 옷 갈아입고 관리실에 가서 도장을 찍고 나와 지하 1층부터 지하 3층까지 차량에 긁힌 곳 범퍼 등에 이상이 있는지 없는지 500-600대 점검을 한 후, 07:30경 식사를 하는데 조금 이상하고 입맛이 없어 밥을 조금밖에 안 먹고 차량출근시간에 일요일이라 조금 짧게 08;00~08;40까지 교통정리를 한 후 지하에 와서 의자에 앉아 좀 쉬고 일어나려는데 옆으로 넘어가 버렸다. 억지로 몸을 일으켜 무전기로 2초소 경비원에게 와보라고 억지로 연락을 하여 그 사람이 왔는데 그때는 증세가 좋아져서 일어났다. 그랬더니 동료 경비원 ㅇㅇㅇ이  왜 불렀느냐? 하고 물으니 재해자는 의자에서 일어나다가 갑자기 쓰러져서 불렀다고 했다. 그 후로 동료경비원이 다시 자기 초소로 올라가고 10:30경에 지하 2초소 주변을 돌아보면서 쓰레기를 줍는 일을 하고 의자에 잠시 앉았다가 일어서서 조금 가려는데 갑자기 쓰러졌다. 재해자는 말을 하려고 하는데 말이 안나와 그때 마침 동료가 와서 발견하고 반장에게 연락했더니 집에 빨리 가보라고 하여 조퇴를 하고 나서 버스로 집으로와 쓰러졌다.  

 

 

<원처분청에 요양신청>

 재해자는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즉시 입원하여 신경외과에서 진찰한 결과 뇌경색으로 진단되어 1월 말일까지 신경외과치료를 받고 2월 1일부터 재활의학과로 옮겨 진료를 받은 후 2002. 8월 현재 통원치료를 다니고 있다. 재해자와 그의 가족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산재신청을 하는데 도움 줄 것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말다툼이 발생하였고 원만치 않은 관계속에서 산재신청을 하였다. 원처분청은 송파구 마천동에 사는 재해자의 동료근로자(그러나 그분은 집에서 출퇴근이 용이한 사람이었고 별다른 지병도 없는 사람이었음)를 불러 경비업무의 내용과 과로와 스트레스 사실 등에 관하여 조사를 하였는데 당시의 문답내용은 재해자의 업무가 지상근무자에 비하여 어렵지 않으며, 차량출입통제나 교통정리 등과 차량 도난 사고 방지 등의 업무가 있으나 그 내용면에서 스트레스를 받은 일이 없다고 진술을 하였다. 그리고 원처분청의 자문의는 “재해자가 과거력에 고혈압 치료병력이 있으시고 업무형태상 과로를 인정하기 어려워 현재 뇌경색은 과거력에 기인한 자연발생적 기왕증으로 사료됨.”이라고 하여 동 요양신청을 불승인하였다.

 

<추가적인 재해조사>

심사청구를 하기 위하여 재해자로부터 업무와 관련된 몇 가지 사실을 확인한 바, 재해자는 동 현장에서 근무를 하기 전에는 현 근무지에서 3개역 정도 거리에 있는 ㅇㅇ선수촌아파트에서 2년 4개월 정도 근무를 하고 있었는데 이곳에서는 동 앞 출입구 경비를 하였고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드는 일이 없어 커다란 어려움 없이 근무를 하였다. 그러다가 얼마 전 같이 있었던 동료근로자가 ㅇㅇ아파트로 자리를 옮겼다며 같이 근무를 하는게 어떻겠느냐고 하여 재해발생 50일전인 2001년 12월 1일부터 재해현장에서 근무를 시작하였다. 그런데 동 근무지는 전근무지에 비하여 각종의 애로사항이 많았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았다.        

 

<애로사항>

바로 직전에 다니던 올림픽 아파트에서는 동 앞 초소에서 근무를 하였기 때문에 정기적인 순찰과 출입하는 주민들에 대하여 신경을 쓰면 되었다. 그곳에서는 주로 경비실과 동주변을 순찰하는 것 이외에 경비실내에서 내근을 하여 왔으며, 새벽에는 잠시동안이나마 수면도 취할 수가 있었다. 주민들과의 유대도 좋아 아이들을 이뻐해 주기도 하였고 꽃가꾸기 화분에 물주기 등을 하면서 지냈으므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거의 없었다.

 ㅇㅇ선수촌 아파트는 평지에 있는 아파트였는데 비해 재해발생아파트는 언덕에 위치해 있어서 다니기도 무척 불편했고, 겨울철에 눈이 오면 엉금엉금 기어다니는 경우도 있었고, 넘어져서 머리를 심하게 부딪힌 적도 있었다. 경비근무를 하면서도 전근무아파트는 인터   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면 되었는데 재해현장아파트는 무전기가 밤낮, 새벽 할 것 없이 매

순간 삑거리며 다른 경비원들과 관리자의 대화가 다 들리는 등 스트레스가 무척 심해 근무여건은 천지차이였다.

 

① 보통 새벽 04:30경에 일어나 출근을 하려고 버스 첫차를 타야되기 때문에 추운데서 벌     벌 떨면서 차를 기다릴 때 몹시 추움. 겨울철이라 퇴근 후에 집에 오는데 1시간 30분      정도 걸려서 다니는데 어려움이 많았음.

 

② 입주민들의 출근시간대 관리사무소 앞에서 계속 서서 교통정리를 하니까 추위에 많이      떨었음. 전근무 아파트에서는 이런 일은 없었는데 교통정리를 하면서 경비가 이런 것도     해야하나, 많은 사람들 앞에서 떳떳한 직업도 아닌데 추운데서 이렇게 떨어야 하나 하     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음.  

 

③ 주차장 청소, 계단청소, 차량통행로 등을 물걸레질, 빗자루질을 하면서 청소를 다 해야     했는데 면적이 아주 넓어서 청소하는데 힘이 많이 들었음.

 

④ 밤 10시부터 순찰을 하다가 새벽 1시에 주차장문을 잠그면 1시부터 늦게 들어오는 주민     들이 “왜 주차장문을 잠그었느냐”하면서 경비실에 와서 막 따지고 실랑이를 벌이다 보     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음. 1시간마다 순찰을 돌면서 틈틈이 차량 카세트 도난여부까지

  점검하여 일일이 일지에 기록을 하다보면 (다른 동에서 카세트 도난사건이 발생하여       특별히 잘 지키라고 함) 새벽 4시가 되는데 스트레스가 엄청남.

 

⑤ 전 직장에서 2년 4개월 가량 근무를 하였는데 밤12시가 넘으면 내 순찰시간만 돌면 되     는데 여기서는 밤에서 새벽까지 계속 일을 해야 했으며, 선수촌 아파트는 지하1층밖에     없지만 여기는 지하3개층에다가 외부순찰, 청소, 카세트감시등 너무나 일이 많았음.

 

⑥ 일주일에 한번씩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는데 선수촌아파트에서는 분리수거가 그때그때      이루어지므로 쉬운데, 여기서는 모아 가지고 일주일에 한번씩 분리를 하므로 밤12시 까     지보고 잘하나 안 하나도 보고 묶어 놓아야 하는데 추운데서 벌벌 떨면서 너무나 힘이     들었음.

 

⑦ 햇빛도 없고 답답하며 공기가 나쁜 지하에서 제대로 앉지도 못하고 계속 서서 근무했으     며 환풍기 시설이 있으나 환풍기가 돌아가는 소리를 들은 적이 한번도 없었음.

 

<심사청구>

 재해자의 이러한 사정으로 보아 뇌경색의 발병은 단순하게 지병으로 앓아 오던 고혈압이 자연적으로 악화되어 발생한 것이 아니고 전 직장에 비하여 업무상 스트레스가 심하게 발생하였고, 추가적인 업무가 발생하였으며, 겨울철 지하주차장근무는 차량매연과 나쁜 공기가 심하게 발생하므로 신선한 공기를 필요로 하는 심혈관계 질환자에게는 질병의 악화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으므로 업무상으로 뇌경색질병이 초래된 것이라고 보았다. 당시 재해자의 발병과정에서 목격을 하였던 동료근로자로부터 발병당시의 상황과 지상근무에 비하여 공기가 안 좋은 데에서 근무를 하고 있으며 초소 근무시 재해자가 지상순찰을 돌았으며, 쓰레기 분리수거, 모든 주차관리, 청소업무를 수행하여 왔다는 사실과 재해자의 주치의 소견상으로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고혈압이 있는 사람에게는 뇌경색유발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았다. 이에 근로복지공단 본부에 심사청구를 하였다.

 

 이에 대한 심사국의 결정은 “첫째, 격일제 교대근무로서 출근후 지하3층 순찰, 휴지줍기 20-30분, 경비실에서 차량관리업무를 수행하는데 08시-09시까지 교통정리, 지하 2-3층의 차량은 모두 나가고 24시경이면 차량이 들어오며 01시면 출입구를 닫고 04시까지 가면을 취하여 왔으며 쓰레기 분리수거는 수요일이나 목요일 하루를 정하여 하여 왔음이 원처분 결정기관의 조사자료에 의하여 확인된다.

 둘째로 주치의 소견은 피재자의 상병은 우측마비 뇌경색, 내원 당시 우측 마비를 보였으며 이후 마비 증상이 진행하여 현재 걷기 힘든 상태이고 MRI촬영하여 좌측 대뇌에 뇌경색 이 보여 항혈소판제재 투여중이며, 원결정기관의 자문의 소견은 자연발생적 기왕증으로 보아 공단본부 자문의 소견은 업무내용이 육체적 정신적 전반에서 과로가 있었다고 볼 수 없는 단속적 감시업무이고 평고 고혈압이 있던 상태로 기존 고혈압이 자연경과에 따라 악화되어 뇌경색에 이르게 된 것으로 판단된다.

 셋째로 카톨릭의대 성모병원 진료기록부상 2002. 1. 20 04시경 갑자기 오른쪽 팔의 무기력이 있었으나 그냥 출근하여 퇴근 후 집에서 오른쪽 다리 무기력이 있어 쓰러지면서 응급실로 내원한 사실이 확인된다. 국민건강보험 개인급여 명세서상 2001. 6. 21이후 재해이전(2002. 1. 20)까지 본태성 고혈압 및 고혈압성 심장질환으로 진료받은 사실이 확인된다. 그러므로 재해자의 뇌경색은 고혈압의 자연경과에 의한 발병이므로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할 수가 없다고 하면서 심사청구를 기각하였다.  

 

그러나 산재심사국은 추가로 확인된 재해자의 업무상 애로사항에 대한 확인 없이 원처분청의 재해조사내용만을 그대로 인정한 후 추가적으로 재해자가 과거 고혈압과 고혈압성 심장질환치료를 받았다고 한 후 원처분청의 의견만을 토대로 심사청구를 기각한 것에 불과하다. 최소한 재해자가 주장하는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사실에 대한 진위여부를 확인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행하지를 않았다. 그렇다면 심사청구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인가? 본래 심사청구제도는 원처분청의 처분이 위법,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민원인이 그 상급기관에게 원처분 결정이 잘못되었으니 이를 취소하여 줄 것을 청구하는 제도인 것이다. 상급기관은 공정한 입장에서 하급기관의 처분에 심리미진한 부분이 있었는지를 심사하고, 상호간에 이견이 있는 부분에 대하여는 충분히 확인을 하여 억울함이 없도록 했어야만 했다. 이러한 노력이 없는 심사결정은 국민의 권리를 구제한다는 심사청구제도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심사국의 결정은 비단 이 건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심사청구하는 건수는 엄청나게 많고 이를 심리하는 심사장은 매우 부족하므로 일일이 심사청구하는 건마다 다 조사를 해서 결정하는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르는 점은 있다고 본다. 그러나 재해자와 그의 가족들의 처지를 감안하여 볼 때 그들의 주장은 한 획도 소홀히 다루어서는 안 될 것이다. 나름대로 증인의 목격자진술이 첨부된 건에 대해서는 반드시 그에 대한 진위여부를 확인하고 그 결과에 따라 심사를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재심사 청구>    

 현재 이 사건은 재심사청구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걱정이 있다. 재심을 다루는 산재심사위원회도 별반 심사국과 다름이 없어 왔다. 당사자의 새로운 주장에 대하여 확인작업을 벌이는 경우는 드물다. 그저 원처분기관의 의견과 재심청구인의 청구이유만을 비교 나열한 후 심사위원회에 상정을 한다. 그러면 심사위원회는 부의안에 나타나 있는 사항을 토대로 한 건당 5분 정도를 심리하고 결론을 내린다. 물론 심사위원회의 경우도 심사국과 같이 절대적인 인력과 시간의 부족으로 심도 있는 사건심리가 곤란한 점은 있다. 그러나 그러한 문제는 근본적으로 개선이 되어야 할 부분이지 그냥 놔두고 시간적인 부족을 이유로 질적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는 곤란하다. 지금껏 최선을 다하여 준비를 하였던 사건에서 심사위원회를 통과하여 업무상 재해로 인정이 된 사례는 손으로 꼽을 수 있다. 물론 안되어서 말이 많고 하소연한다고 들릴지는 모르나 그렇지가 않다. 왜냐하면 심사, 재심사에서 안된다고 한 건들 중에서 30-50%가 행정소송에서 승소를 한 것을 보면 불문가지이다. 그러므로 산재심사위원회도 개선이 되어야 한다. 심리를 하는 위원들은 비상임에서 상임으로 바꾸어야 하며, 심리과정에서 노동위원회처럼 당사자를 참석하게끔 하여 주장과 반대주장을 하도록 하여야 하며, 증인의 채택과 심문, 반대심문을 자유로이 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만일 이러한 노력을 게을리 하면 심사위원회의 기능은 유명무실해질 것이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행정소송을 통하여 권리구제를 도모할 것이다. 현재도 심사나 재심사청구절차를 거치지 않고 행정소송을 곧바로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행정소송건수가 해마다 엄청나게 늘고 있고 소송을 제기하여 판결문을 받기까지 1년이 넘게 걸리기도 하고 2년이 넘게 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는 동안 대부분의 재해자는 적절한 치료를 못 받고 병석에서 숨을 거두는 경우가 많고 그의 가정은 풍비박산이 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노동법학자들은 노동법원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방적으로 원처분기관의 결정을 두둔하는 식의 재심결정은 심사위원회의 존재이유를 상실하게 할 것이며 재해자로부터 외면을 당할 것이다. 그러므로 심사위원회도 심리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제도적인 보완이 이루어 져야 한다. 그리고 심도있는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전문가를 대폭 확충하여 절대적인 심리시간부족을 해결하여야 한다.

 

<행정소송의 제기>

재심사청구 결과 본 사건도 기각되었다. 상기에 지적한 사항은 다시 본 사건에서도 개선되지 않았다. 행정소송을 제기하려고 변호사를 찾아보았지만 재해자의 어려운 처지에 착수금을 마련할 길이 없어 소송을 맡아줄 변호사를 찾지를 못하였다. 하는 수 없이 노무사가 소장을 마련하여 주고 본인소송을 제기하여 현재 진행중이다.  아픈 몸을 이끌고 법정을 왔다 갔다 하면서 쓰러질듯 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한 없이 소송을 대리할 수 없는 무력감에 허탈하다. 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수는 없는 법 진실이 밝혀지는 날이 오리라 위안해 본다.

 

<1심 행정법원에서의 승소>

이 사건은 행정법원에서 승소하였다. 근로복지공단은 항소를 하였다. 2005. 4. 22일 현재 이 사건은 서울고등법원 특별부에서 심리중이다.

 

<2심 고등법원에서의 승소>

이 사건은 그 후로 고등법원에서도 2005. 6. 1. 승소하였다. 근로복지공단은 상고하였으나  상고가 2005. 9. 9. 기각되어 확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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