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질환의 업무상 재해의 인정

지난 글(2004. 6. <문>재해자는 1992년 B형 간염에 걸린 이후 1999년 간경화로 판명된 후에도 근무를 지속하여 오면서 잦은 해외 출장과 국내출장을 다녀오면서 영업상의 음주와 과로로 간경화 증세가 급격히 악화되어 심한 피로감에 시달려 오면서도 회사의 업무로 적절한 휴식없이 해외출장 준비와 대외업무를 추진하여 오던 중 간암파열로 2001년 12월 요양중 사망을 하였다. 이에 유족은 이러한 경우 업무상 재해로 인정을 받아 유족보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를 문의하였다.

 

<답> 산재보상보험법은 업무상 재해에 대하여 일정한 요건에 맞는 경우에 한하여 산재보상을 하여 주고 있다. 이것이 바로 산재법 시행규칙 제39조 1항 별표에 제시된 업무상 질병 또는 업무상 질병으로 인한 사망에 대한 업무상 재해인정기준이다. 이 기준에는 뇌혈관질환 및 심장질환, 물리적인 인자에 의한 질병, 이상기압으로 인한 질병, 소음성 난청, 신체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작업으로 인한 질병, 진동장해, 요통, 화학물질로 인한 중독 또는 속발증, 염화비닐․타르․망간․연 및 연합금․수은․아말감․크롬․카드뮴․벤젠․지방족․방향족 화합물․트리클로로에틸렌․디이소시아네이트․이황화탄소등과 관련된 중독증, 석면으로 인한 질병, 세균 바이러스 등의 병원체로 인한 질병등을 예시하여 이 기준에 해당하는 경우 이를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리고 암에 대해서는 진폐로 인한 폐암에 대하여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을 하고 있으며, 최근 영업상 음주 또는 직업환경상 세균감염에 의한 간장질환에 대해서는 이를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동안 간경화와 간암의 경우는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 음주 등이 증세를 악화시키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을 하여 왔음에도 불구하고 업무상 질병인정기준에는 해당이 안되어 왔다. 그동안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이러한 상병에 대하여 불승인을 하였고 수많은 사건이 심사, 재심사청구를 통하여 행정소송으로  가서 결국은 법원의 판결에 따라서 최종적인 결론이 나고 있었다. 하지만 개정된 업무상 재해 인정기준에 의하여 행정소송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그 결론은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 음주등이 간질환(업무상 사유로 초래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함)을 현저하게 악화시켰다면 이를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행정소송을 치르는 수고를 하지 않고도 근로복지공단 및 노동부 내에서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따라서 상기의 경우도 업무상으로 간질환이 급격히 악화되어 사망을 한 경우이므로 업무상 질병에 의한 사망으로 유족급여를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업무상 질병을 인정받는 것은 그리 수월한 일은 아니다. 즉 업무상 과로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이 신청인에게 있고 의학적으로도 상당인과관계를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우선 간질환의 경과과정상(B형, C형 간염 → 간경화 → 간암)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 업무상의 부득이한 음주등에 대하여 입증자료를 갖추어야 하고 이것이 간질환을 악화시키는데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 주치의의 소견을 확보하여야 하며 관련 주변인들의 진술을 준비하여 두어야 한다.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그 길이 열리므로 간질환과 관련된 질병을 앓고 있는 재해자나 그 가족은 용기를 내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기 바란다.<지난 글>

 

<최근 행정소송에서의 판례의 태도>

간염이 간경화를 거친 뒤 간암으로 악화되었을 경우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 요인이 있는 경우, 혹은 불가피한 음주행위가 있는 경우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여 오다가 최근에 과로나 스트레스와의 인과관계는 없다고 하면서 업무상 음주의 경우에만 인정하고 있다.

 

간관련 전문의사은 그동안 간암의 업무상 질병 인정에 있어 과로나 스트레스로 간질환이 악화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다분히 동정적인 입장에서 재해자를 도와 주다보니 인과관계를 인정하여 오고 있었으나, 간질환을 앓고 있는 젊은 사람들이 취직이 안되는 것은 물론이고 회사생활을 하고 있는 간질환자들조차도  현저한 지장을 받게 되는 사례가 빈발한다는 이유로 간질환의 무상 질병의 인정에 과로와 스트레스의 영향은 직접적으로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전반적인 대세가 되었고 법원도 그러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간질환의 업무상 질병을 다투는 많은 소송에서 원고(유족이나, 재해자)가 패소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본인의 생각으로는 의학적 인과관계는 신체생리학적인 병리현상을 사실적으로 규명되어져야 하는 것이고 그동안 그러한 맥락에서 인과관계를 인정하여 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사회환경의 변화나 간질환자의 취업이나 직장생활상의 제한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로 말미암아 과학적 현상을 분석하는 틀도 변하게 되는지를 이해할 수가 없다. 더군다나 법원이 의사들의 이러한 태도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데 사태의 심각성은 더하다.

 

간질환자들이 취업이나 직장생활의 제한을 받는 것은 어찌보면 생명유지나 간질환의 악화를 예방하는 지름길일수 있다. 적어도 간질환자에 대해서는 과로나 스트레스를 덜줄수 있도록  알맞은 직무환경을 제공하여 주어야 하는 간접적인 사업주의 의무도 부여하는 것일 수 있다. 그런데 작금의 전문의사들이나 법원의 판단은 죽은 사람에게도 살아 있는 사람에게도 결코 바람직한 길잡이가 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의학적인 소견과 법원의 판단이 이러한 맥락이라면 불행하게도 우리는 외국의 연구결과를 의학적인 근거로 제시하면서 힘겨운 법정투쟁을 벌여야 한다.

 

다만, 의학적인 입장과 법원의 태도가 변하기 전까지 수많은 판례에서 과로와 스트레스가 간질환을 악화시킨다는 것을 인정하였었고 나름대로의 상병진행 프로세스를 과학적인 틀에서 다룬 경우가 많다.

 

이를 종합하여 치열하게 다툴때 과로나 스트레스가 다시금 간질환의 악화요인으로 인정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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