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발병한 질병 치료하다 받은 스트레스 등 영향 또 다른 질

 

판례제목 유족보상및장의비부지급결정취소

 

사건번호  서울행정법원 제5부 2006구합14643

 

선 고 일  2007-01-23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다 뇌출혈 등 업무상 재해로 상당기간 치료를 하면서 받은 스트레스로 천식이 발현됐거나 뇌출혈에 따른 뇌부종방지를 위해 처방한 약물이 천식을 유발시켜 사망한 것으로 추단되므로 망인이 숨진 이유인 천식은 요양 승인된 뇌출혈과 상당인과관계가 있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당 사 자】

원고 A

피고 근로복지공단

【변 론 종 결】

2006. 12. 12.

【판 결 선 고】

2007. 1. 23.

 

[주문]

1. 피고가 2006. 2. 24.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 구 취 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의 남편인 망 B(1943. 8. 31.생, 사망 당시 59세 5개월, 이하 ‘망인’이라 한다)는 C 주식회사에 입사하여 서울 성북구 돈암동 돈암삼성아파트 109동 경비업무를 담당하고 있다가 2002. 9. 22. 21:10경 위 아파트 109동 경비실 앞 계단에서 쓰러져 있는 상태로 주민에게 발견되어 D병원의 응급실을 거쳐 대한병원의 중환자실로 이송되어 ‘급성 경막하 혈종(우측)’, ‘외상성 지주막하출혈’, ‘뇌좌상’이라는 진단 하에 입원치료를 받았다.

 

나. 이후 망인은 피고에게 위 상병에 대한 요양승인신청을 하였으나 2002. 10. 29. 피고로부터 망인이 입은 상병은 업무와 인과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요양불승인처분을 받았다.

 

다. 한편, 망인은 2002. 11. 22. E병원으로 전원하여 입원치료를 받다가 2003. 1. 18.경 양쪽에서 부축할 경우 걸을 수 있을 정도로 병세가 호전되어 담당의사의 퇴원지시로 퇴원한 후, 같은 달 25.부터 한 달에 한 번씩 병원에 방문하여 통원치료를 받기로 하고 집에서 약물치료와 운동요법을 병행하다가 같은 달 30. 03:00경 갑자기 숨을 몰아 쉰 뒤 선행사인 ‘기관지 천식’, ‘약제과민증’, ‘두개내 출혈의 기왕력’, 중간선행사인 ‘천식의 급성악화’, 직접사인 ‘급성호흡부전’으로 사망하였다.

 

라. 이에 원고는 2003. 6. 17. 이 법원에 피고가 망인에 대하여 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하여 2004. 12. 14. 이 법원으로부터 망인이 입은 상병과 업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받아 원고승소 판결을 선고받은 후, 피고의 불복으로 계속된 항소심에서도 2005. 10. 27. 항소기각판결이 선고되어 그 무렵 확정되자 2005. 12. 20.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청구하였다.

 

마. 그러나 피고는 2006. 2. 24. 원고에 대하여, 최초요양승인 상병인 외상성 뇌출혈과 중간선행사인인 천식의 급성악화 사이에 의학적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아니하는 점에 비추어 망인은 천식의 자연적 진행과정 중 사망에 이르렀을 뿐, 업무와 인과관계를 인정할 만한 사실이 발견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거부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2, 3호증, 을 1, 2호증의 각 기재

 

2.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망인은 2002. 9. 22. 재해를 당하기 이전에 천식을 앓은 적이 없었던 반면, 이 사건 재해로 인하여 망인에게 발병한 ‘급성 경막하출혈(우측)’, ‘외상성 지주막하출혈’, ‘뇌좌상’은 천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는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음에도, 이와 달리 보고 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나. 인정사실

 

(1) 망인의 재해 이전의 병력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관리하고 있는 망인에 대한 수진자료에는 망인이 2002. 8. 10. 차내과 의원을 방문하여 ‘급성기관지염’이라는 진단을 받고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를 받은 것으로 입력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망인이 2002. 1. 8. 염색으로 인한 가려움증과 감기증세로 인하여 치료받은 후, 같은 해 8. 10. 다시 차내과 의원을 방문하여 장애진단 여부에 관하여 면담을 함으로써 요양급여비용이 청구되었을 뿐, 피고가 주장하는 2002. 8. 10. 망인이 급성기관지염으로 치료받은 적은 없다.

 

(2) 망인의 재해 이후의 치료 경과 및 사망 경위

 

(가) 망인은 2002. 9. 22. 재해발생 직후 D병원의 응급실을 거쳐 대한병원의 신경외과 중환자실로 이송되어 ‘급성 경막하혈종(우측)’, ‘외상성 지주막하출혈’, ‘뇌좌상’이라는 진단 하에 뇌부종을 방지하기 위하여 스테로이드 등의 약물치료를 받던 중 약 20일 정도 경과하자 눈을 뜨고, 그로부터 다시 약 1개월 정도 경과하자 뇌출혈이 거의 흡수된 후 의식과 근력도 많이 호전되어 같은 해 10. 15. 일반병실로 옮겼다.

 

(나) 그러나 망인은 2002. 10. 23.과 같은 달 27. 기침증세를 보이다가 같은 달 29. 오후 6:50경 호흡이 거칠어지고 빨라지며, 천식음이 들리다가 같은 달 30. 오후 10:00경에는 다시 좋아지더니 같은 달 31. 오후 7:20경 다시 호흡이 거칠어진 후 2002. 11. 2. 갑자기 호흡곤란 상태에 빠져 다시 중환자실로 옮겨져 기도삽관과 스테로이드 약물 치료를 받다가 같은 달 6. 상태가 호전되어 다시 일반병실로 옮겨졌는데, 같은 달 17. 다시 병세가 악화되어 호흡유지를 위해 기관절개술(tracheotomy)을 받은 다음,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던 중 같은 달 22. E병원으로 전원하였다.

 

(다) 이후 망인은 E병원에서 ‘급성 경막학 혈종(우측)’, ‘기관지 천식(의증)’, ‘급성 호흡장애(acute respiration failure)’ 등의 진단 아래, 기관지 천식의 확증을 위해 검사를 하려고 하였으나 의식저하로 실시하지 못한 채 입원치료를 계속하여 2003. 1. 18. 양쪽에서 부축하면 걸을 수 있을 정도로 병세가 호전되어 통원치료를 받아도 좋겠다는 담당의사의 판단에 따라 퇴원하여 집에서 약물 및 운동치료를 하다가 같은 달 25. E병원을 방문하여 앞으로 한 달에 한 번씩 오라는 지시 하에 1개월치 약을 처방받아 집에서 요양하던 중 같은 달 30. 03:00경 갑자기 숨을 몰아 쉬면서 호흡곤란 증세가 와 119구급차로 E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병원에 도착하기 전 이미 사망하였다.

 

(라) 한편, 망인에 대한 E병원의 진료기록에는 스테로이드 투여 후 호흡부전 발작이 일어났다는 이유로 ‘스테로이드 절대 사용 금지’라고 기재되어 있다.

 

(3) 망인의 생활습관

 

E병원의 진료기록에 의하면, 망인이 흡연 경력에 관하여 20년 또는 40년 동안 담배를 피워 왔다고 기재되어 있다.

 

(4) 사인에 관한 의학적 소견

 

(가) E병원의 의사 작성의 사망진단서

 

선행사인 : 기관지 천식, 약제과민증, 두개내 출혈의 기왕력

중간선행사인 : 천식의 급성악화

직접사인 : 급성호흡부전

 

(나) 피고의 서울동부지사 자문의사협의회 소속의 자문의들의 심의소견

 

최초 요양승인을 한 급성 뇌경막하 혈종, 뇌좌상, 외상성 지주막하출혈의 합병증으로 기관지 천식이 발생되었다고 볼 수 없다. 재해전 기관지 이상으로 진료받은 수진 내역이 확인된 점에서 평소 호흡기 질환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의심되고, 두부·뇌손상으로 인하여 치료받는 중 호전된 상태에서 퇴원한 후 갑자기 호흡장애로 사망한 점에 비추어, 사망원인은 천식에 의한 합병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판단된다.

 

(다) F병원장에 대한 감정촉탁결과(호흡기 내과 조교수 G의 소견)

 

망인은 급성 경막하 출혈, 외상성 지주막하출혈, 뇌좌상으로 대한병원 응급실에서 진료 후 중환자실에 입원하여 가래제거, 뇌부종 치료, 수액요법, 비위관을 통한 영양공급, 산소투여, 기계호흡과 호흡유지를 위한 기관절개술을 받았고, 뇌수술에 대한 기록은 보이지 않는다.

 

기관지 천식이란 기도에 발생하는 염증성 질환으로, 여러 가지 자극에 의해 기도의 반응성이 증가하여 쉽게 좁아짐으로써 기침 및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원인물질로는 집먼지진드기, 꽃가루, 약물, 첨가물, 직업성 알레르기 물질 등이 될 수 있고, 기여 인자로는 대기오염, 흡연, 호흡기감염, 실내오염 등이 될 수 있다.

 

스트레스는 천식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급성 경막하 혈종, 외상성 지주막하출혈, 뇌좌상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천식이 유발될 수 있을 것이고, 담배가 연소되는 동안 많은 자극성 물질이 배출되므로, 흡연이 천식의 경과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사료된다.

 

그러나 망인의 경우 과거에 천식으로 진단받은 병력이 없다고 기록되어 있고, 그 이후에도 의식의 저하로 천식의 진단을 위한 검사를 시행하지 못하였다. 흡연을 장기간 하였으므로, 장기간 흡연으로 인한 만성폐쇄성폐질환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도 많을 것으로 생각되며, 과거 진단을 받지 않고 기록이 불충분하거나 나이가 많은 경우에도 기관지천식과 만성폐쇄성폐질환을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망인의 경우 알레르기 검사나 원인물질을 위한 유발검사 등을 시행한 기록이 없다.

 

뇌출혈로 인한 뇌부종시에 스테로이드는 일반적인 치료방법이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스테로이드는 기관지 천식의 치료제이다. 다른 기록지에서 보면 망인의 경우 스테로이드로 천식이 좋아졌다고 적혀 있으므로 망인에게 스테로이드가 기관지 천식의 유발원인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을 것으로 사료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을 3호증의 1 내지 6, 을 4, 6, 7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차내과의원장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및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성모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다. 판단

 

위 인정사실에서 본 바와 같이, ① 망인은 기존질환으로 천식 진단을 받고 치료받은 적이 없었던 점, ② 그럼에도 불구하고 E병원장은 선행사인 ‘기관지 천식’, ‘약제과민증’, ‘두개내 출혈의 기왕력’, 중간선행사인 ‘천식의 급성악화’, 직접사인 ‘급성호흡부전’으로 사망하였다고 진단하고 있는 점, ③ 스트레스는 천식을 악화시킬 수 있고, 따라서 급성 경막하 혈종, 외상성 지주막하출혈, 뇌좌상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천식이 유발될 수 있다는 의학적 소견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망인은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다가 급성 경막하 혈종, 외상성 지주막하출혈 등의 업무상 재해로 인하여 상당 기간 중환자실과 일반병실에서 입원치료 및 통원치료를 받으면서 받은 스트레스로 인하여 망인에게 잠재된 천식 소인이 자극을 받아 천식이 발현되었거나 외상성 뇌출혈에 따른 뇌부종을 방지하기 위하여 처방한 약물이 망인의 천식 소인에 과민반응을 일으켜 천식이 유발되는 바람에 사망한 것으로 추단할 수 있다 할 것이고, 이에 어긋나는 피고의 서울동부지사 자문의사협의회 소속의 자문의들의 심의소견만으로는 위 인정을 뒤집기 부족하고, 달리 반증이 없다.

 

따라서 망인의 사망은 최초 요양승인된 상병과 상당인과관계가 있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받아들이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김 의 환

판사 박 창 렬

판사 박 성 인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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