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신부전 산재인정 사례

1. 만성신부전증이란

 

신장은 그 내부의 사구체로 혈액을 여과하여 혈액내의 과잉수분과 노폐물을 제거하고, 혈압과 대사를 촉진하며, 조혈을 촉진하는 등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신장기능이 25% 정도로 저하될 때까지도 일반생활에는 지장이 없고 별다른 증세를 보이지 않으나, 사구체에 염증이 생겨 발생하는 사구체신염이 만성화될 경우 신장의 기능이 거의 상실되고 요독이 축적되는 만성신부전에 이르게 된다.

만성 사구체신염이나 신부전증은 특별한 치료방법이 없어 대중적, 보존적 요법이 주가 되며,  주요 원인으로 당뇨병, 고혈압 등이 있다. 신장이 나빠지면 염분을 과다 흡수하여 혈압조절기능이 약화되므로 합병증으로 본태성 고혈압이나 신장에 의한 고혈압의 중요한 원인이 되고, 거꾸로 사구체신염 등의 신질환에서 고혈압이 동반될 경우 신장경화의 진행을 가속화시켜 말기 신부전에 이르는 등 고혈압과 신질환은 순환관계에 있다.

 

2. 업무상재해 인정사례

 

<사례 1>

 

가. 사건개요

조모씨는 1993년 12월21일 두산건설(주)에 입사하여 아파트 등의 건축공사현장에서 근무하던 중 1999년 1월5일 만성신부전 및 고혈압의 진단을 받았으며, 2000년 3월28일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신청을 하였으나 공단에서는 2000년 7월25일 특이한 과로사실이 발견되지 않고 기존질환이 자연경과에 의해 악화되어 발병된 것이라는 이유로 불승인하였다.

 

나. 판결요지

(1) 원고는 1994년 1월부터 1996년 7월까지는 부산 해운대 두산아파트 건축현장에서, 1998년 1월까지는 진주 신세계백화점 건축현장에서, 1999년 1월까지는 부천 원미동 아파트 건축현장에서, 1999년 4월9일까지는 봉천동 재개발아파트 건축현장에서 근무한 후 휴직하였다가 2000년 6월8일 면직되었다.

(2) 공사현장별 조직은 현장소장 아래에 공무파트, 공사파트, 기계파트, 전기파트, 관리파트 등으로 나누어지는 데, 원고는 공사파트에 속하여 업무를 수행하여 왔다. 현장소장 아래 각 파트별로 과장 내지 대리급인 총괄 담당자가 있고 그 아래 대리 내지 일반사원들이 배속되어 근무하고 있다. 공사파트의 경우 직원들은 각 동별로 할당하여 업무를 수행하게 되는데, 1개의 현장이 몇 개의 공구로 구분되어 있는 경우에는 각 공구별로 총괄책임자가 별도로 있고, 대리가 각 공구의 총괄책임자가 된다. 이에 따라 1997년 7월1일 대리로 승진한 바 있는 원고도 공사파트의 일원이 되어 업무를 수행하여 왔고 원미동 아파트공사현장에서는 2공구를 총괄하는 업무를 수행하기도 하였다.

 

(3) 공사파트의 업무는 하청업체 등에 대한 작업지시, 감독 및 시공전반의 공정, 품질관리 등 현장시공관리 전반인 데 공사관련 민원이 생긴 경우에는 민원처리업무도 일부 수행해야 했다. 한편, 부산 해운대아파트는 470여세대 5개동이었고, 부천 원미동 아파트는 총 820세대 6개동이었으며, 1공구당 관리인원이 30명 내지 100명 정도가 된다.

(4) 원고는 07:00에 출근하여 20:00경에 퇴근하였는데 1주일에 4일 정도는 야근을 하였고, 토요일과 공휴일은 평일과 같이 근무하였으며, 일요일은 2주에 한번씩 근무하였고, 업무 때문에 규정된 연·월차 휴가를 모두 사용하지도 못했으며, 원고는 1999년 1월5일 만성신부전을 진단 받기까지는 정상적으로 근무를 하여 왔다.

(5) 원고는 1993년 12월21일 입사 당시에는 건강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며, 1998년 9월2일경 실시된 건강진단에서는 요단백이 나오니 신장검사를 권한다는 판정을 받았으며, 1999년 1월5일 내과의원에서 진단결과 만성신부전, 고혈압(180/120mmHg)등의 판정을 받았으며, 이후 서울중앙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은 결과 투석이나 신장이식치료가 필요한 상태로서 신부전증의 원인이 당뇨는 아니고 고혈압이나 사구체신염으로 인하여 신장이 손상되었을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진단되었다.

(6) 업무상 재해인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업무와 재해와의 인과관계의 유무는 보통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원고는 최초 입사 시에는 정상적으로 근무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정도로 건강하였으나, 1996년 1월5일경부터 신장기능에 이상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원고로서는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서 과로를 삼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잦은 연장근무와 휴일근무 등으로 원고의 신체상태에 비추어 과중한 업무를 처리하여 왔고, 원고가 처리한 업무는 작업인부들을 관리하면서 일정에 맞춰 공사를 진행시켜야 하는 점 등에 비추어 상당한 정도의 과로와 스트레스가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일반적으로 질병으로부터 발전해서 말기신부전까지는 3년에서 15년 정도가 소요되는 데 원고의 경우 신부전증이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볼 여지가 많은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원고의 업무상의 과로 및 스트레스가 혈압이나 신장에 악영향을 미쳐 원고의 신부전증이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추정된다.(서울고등법원 2003.10.31. 선고  2002누18694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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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2>

 

사구체신염의 기존증이 있던 구청 직원이 감사실 업무가 폭주하여 혈압상승되자 혈압약을 투약하던 중 다시 동정계로 전보되어 국회의원선거 업무등을 맡게 되어 대통령, 국회의원 선거기간 동안 월평균 137시간의 초과근로를 하다가 만성신부전증 진단을 받게 된 사건

 

 

서 울 고 등 법 원

 

제 6 특별 부

 

판 결

사 건 94구2321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원 고

○ ○ ○

서울 강남구 일원동 ***의 *

ㅇㅇㅇ아파트***동 ***호

 

피 고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소송수행자 임 재 현

변 론 종 결 1994. 11. 22.

 

주 문

피고가 1993.8. 6.자로 원고에 대하여 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 구 취 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이 사건 처분의 경위

갑 제1호증의 1(요양승인신청서, 을 제1호증과 같다). 갑제2호증(공무원요양승인신청불승인통보서)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서울특별시 은평구청 총무과 동정계 주임으로 근무하던 원고가 1993.2.23.경 자신에게 발병된 것으로 진단된 만성신부전증이 공무상질병에 해당한다 하여 같은해 5.1. 피고에게 공무원연금법에 의한 요양신청을 하였는데,

 

피고는 같은해 8.6.위 질병의 원인이 공무나 공무상과로에 의하여 발병 및 악화되었다고 인정할 만한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공무수행성을 찾아 볼 수 없고 위 질병은 원고의 잠재적인 신체조건에서 발병하여 수년에 걸쳐 자연적 진행상태로 서서히 악화된 것일 뿐이어서 공무상질병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원고의 위 요양신청을 불승인하는 처분을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달리 반증없다.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여부

가. 원고는 위 만성신부전증은 원고의 공무원으로서의 과중한 업무수행으로 인한 정신적·육체적 과로가 기존질환인 신질환을 현저하게 악화시켜 야기된 것으로서 그의 직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어 공무상 질병에 해당함에도 이와 달리 판단한 피고의 이 사건 불승인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나. 그러므로 살피건대, 갑 제1호증의 2(진단서), 3(과로내역서), 갑 제4호증의 1(동정계직원업무분장), 2(동정계직원업무분장표), 갑 제5호증의 1(여론모니터요원위촉계획), 2(요원의견수렴결과), 3(요원의견내용), 4(요원수첩제작안), 갑제6호증의 1(선거사무일정표), 2(회의자료), 3(업무지시), 4(특별계획), 5(회의자료), 6,7(각 업무연락), 8(마무리지시), 9(특별계획), 갑 제7호증의 1,2(초과근무일지표지및내용), 갑 제8호증(건강진단카드), 갑 제9호증(진료기록부), 갑 제13호증의 1,2(녹취록및내용), 갑 제15호증(협조요청), 갑 제16호증(선거관리에따른협조요청), 갑 제17호증의 1(회의서류표지), 2(공명선거대책추진철저), 3(법정선거관리업무추진철저), 4(동사무소지도단속캠페인업무감축), 5(결원통반장충원)의 각 기재와 이 법원의 ㅇㅇ대학교병원장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원고는 1956.5.17.생으로 1975.1.29. 서울특별시 공무원으로 임용된 이래 서울특별시 산하 종로구청 시민봉사실, 종로 3,4가동, 은평구청 시민봉사실, 감사실등을 전전하며 근무하여 오던 중 1988년 공무원정기신체검사 결과 ‘신질환 의심’ 통보를 받고 2차 검진에서도 단백뇨와 요산질소가 약간 높게 나타났을 뿐,

 

별다른 이상이 없어 계속근무를 하여 왔는데 원고가 은평구청 감사실에 근무하던 중인 1989. 3. 9.부터 1991.12.20.까지는 공무원 업무풍토개선의 일환으로 감사실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업무가 폭주한데다 감사업무의 전산화 작업등으로 1990.10.경 부터 1991.7.경 까지 월평균 23시간 정도의 초과근무를 하게 되자 몸이 쇠약해지면서 간헐적으로 고혈압 증세가 나타나 1991.3.경 부터는 혈압약을 복용하여 왔으나 휴무를 함이 없이 계속 업무를 수행하여 온 사실,

그러자 원고는 1991.12.경부터 ㅇㅇ구청 총무과 동정계 선임 주임으로 발령이 나서 동지도감독·선거 및 국민투표관리·동직원인사제청·동장인사위원회운영·유관기관협조·구행정종합실적심사 관련 업무등 고유의 업무외에 시정여론모니터제의 실시에 따른 기획·설문지작성·분석·모니터요원 수첩제작·보고서작성업무와 지역책임제실시에 따른 기획·실적분석·종합평가서작성업무 및 1992.6. 대통령의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연기 발표에 따른 여론의 긍정적 수렴을 위한 홍보기획·홍보문안작성·평가보고업무 등을 담당하느라 그 업무량이 많이 늘어나게 되었고,

특히 1992.3.24. 제14대 국회의원총선거와 1992.12.18. 대통령선거 업무를 수행하면서는 선거일 2개월 전부터 자정이 넘어서야 귀가하였다가 잠시 눈을 붙이고 출근하는 일이 비일비재하였고,

 

휴일도 전혀 없이 특근을 한데다 대통령선거 종반인 1992.12.14.부터 같은달18.까지 사이에는 혼탁·과열 선거분위기를 감시하기 위한 근무조를 편성함에 따라 아예 사무실에서 숙식을 하면서 지내야 했던 사실, 그리하여 초과근무시간이 1992년 1월에 112시간, 2월에 149시간, 3월에 199시간, 4월에 42시간, 10월에 84시간, 11월에 194시간, 12월에 180시간으로 선거관련 기간인 7개월 동안의 월평균 초과근무시간이 137시간에 이르는 등으로 충분한 휴식을 취할 겨를도 없이 업무를 계속하여 정신적, 육체적으로 매우 피로한 상태에 있었던 사실,

 

그러던 중 1992.4. 공무원 정기 신체검사에서 단백뇨와 혈뇨가 검출되었고 같은해 6.8. 재검한 결과를 같은해 11.말경 통보 받았는데 ‘휴무요양’이라고 판정되어 있었으며, 대통령선거가 끝난 직후부터는 몸이 매맞은 듯이 아프기 시작했고 그 증세가 점점 심해져서 같은해 12.말경 ㅇㅇ대학교병원에서 진찰을 받은 결과 ‘신장이 많이 손상되었으니 과로를 피하고 한가한 업무로 전환했으면 좋겠다’는 소견을 받았고

 

1993.2.23. 만성신부전중의 진단을 받게 된 사실, 만성신부전증은 사구체신장염, 간질성신장염, 당뇨병성신염, 심한 고혈압으로 초래된 소동맥신경화증등이 원인이 되어 일단 손상된 신장기능의 정지 또는 장애상태가 지속되는 병으로서 전신무력감, 빈혈, 고혈압 등의 제반증세를 나타내는데,

 

정신적, 육체적 과로를 피하고 섭생에 주의하면서 적절한 약물요법을 시행함으로써 그 악화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고, 만일 적절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과로하는 경우에는 그 자연진행속도 보다 빨리 악화된 수 있으며,

 

그 병세가 악화되어 말기신부전증의 상태에 이르는 경우에는 식이, 약물요법 이외에 혈액투석요법에 의한 치료를 계속 받아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달리 반증없다.

 

한편 공무원연금법 제35조 제1항 소정의 공무상요양비지급의 요건이 되는 “공무상 질병”이라 함은 공무원이 공무집행중 이로 인하여 발생한 질병으로서 공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할 것이고, 이 경우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공무와 직접 연관이 없다고 하더라도 직무상의 과로 등이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과 겹쳐서 질병을 유발시켰다면 그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또한 과로로 인한 질병에는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 질병이 직무의 과중으로 인하여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된 경우까지 포함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공무상 질병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공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는 보통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공무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인 바(대법원 1994.2.25.선고 93누19030 판결참조),

 

이 사건의 경우 원고에게는 사구체신염등 신장질환의 기존증이 있었으나 이로 인하여 그 업무수행에 지장을 초래한 바는 없었는데 육체적, 정신적 과로가 위 기존증에 나쁜 영향을 미쳐 이를 자연 진행속도 보다 급속하게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고,

 

또한 원고가 위 양대 선거 기간중에 수행한 위 직무가 설사 보통 평균인에 속하는 다른 공무원들에게는 과중한 것이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원고의 건강과 신체조건으로 보아서는 과로의 원인이 될 수 있었다 할 것이고,

 

따라서 충분한 휴식과 요양을 취함이 없이 그 본래의 업무 및 시간외근무를 계속할 수 밖에 없었던 원고로서는 이로 인하여 피로가 누적되어 왔고, 원고의 신질환이 위와같은 과중한 근무로 인한 과로로 자연적인 진행속도보다 급속히 악화되어 만성신부전증으로 발전되어 왔다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니, 결국 원고의 위 만성신부전증은 그 직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공무상 질병으로 인정함이 상당하다 할 것이므로 원고의 주장은 이유있다.

 

3. 그렇다면, 피고의 이 사건 불승인처분이 위법하다 하여 그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1994. 12. 20.

 

재판장 판 사 김 대 환

판 사 김 순 갑

판 사 황 경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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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3>

 

기존 사구체신염 있었으나 증상없이 도시철도공사 설비직으로 근무하던 원고가 지하철 개통으로 인한 과로 및 철야근무로 인해 피로해 있던 중 지하철설비가 수해를 입어 밤새 수해복구작업을 하느라 탈진하여 사구체신염 악화로 혈압 상승되고 만성신부전에 이른 사건

 

<해 당 판 례>

 

서 울 고 등 법 원

 

제 9 특별 부

 

판 결

 

사 건 97 구 31030 요양비부지급처분 취소

 

원 고 ○ ○ ○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 샘터마을 217동 00000호

 

피 고 근로복지공단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94의 267

대표자 이사장 박 흥 섭

소송수행자 최 재 석, 홍 경 모, 허 석 일

 

변 론 종 결 1998. 5. 15.

 

주 문

피고가 1997. 1. 3. 원고에 대하여 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 구 취 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갑 제1호증의 1,2, 갑제2호증, 갑제3호증의 1, 2, 갑제4호증, 갑제5호증의 1, 2, 갑제11, 12호증, 을제1 내지 4호증의 각 기재와 증인 이정한의 증언, 이 법원의 서울대학교병원 및 서울특별시도시철도공사에 대한 각 사실조회 결과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달리 반증 없다.

 

가. 원고는 1995.2.10. 서울특별시도시철도공사에 경력직 사원으로 입사하여 근무하던 중, ‘만성신장염, 만성신부전, 복막투석’으로 1996.7.29.부터 같은 해 8.27.까지 서울대학교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받았다.

 

나. 이에 원고는 위 ‘만성신부전 및 고혈압’이 업무상 질병이라고 하여 피고에 대하여 요양비지급 신청을 하였으나, 피고는 1997.1.3. 원고의 위 상병과 업무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요양비부지급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소정의 업무상 재해가 되기 위하여는 업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는 것이지만 이 경우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와 직접 연관이 없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으면 그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모든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하며(대법원 1996.9.10. 선고 96누6806 판결 등),

 

또한 과로나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에는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직무의 과중으로 인하여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된 경우까지 포함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업무상질병으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에 그 사망과 업무수행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 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6.9.6. 선고 96누6103, 1992.2.25. 선고 91누8586 판결 등 참조).

 

나. 앞서 본 각 증거(다만 믿지 않는 부분 제외)와 갑제6호증, 갑제7호증의 1 내지 4, 갑제8호증, 갑제9호증의 1 내지 4, 갑제11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에 어긋나는 을제2호증의 일부 기재는 믿지 아니하며, 달리 반증 없다.

 

(1) 원고는 1982.11.1. 서울특별시 지하철운영사업소에 설비직으로 입사하였다가 위 사업소가 1984.1.1.부터 서울특별시지하철공사로 개편됨에 따라 위 공사의 설비직 직원으로 근무하였는데, 다시 1995.2.10. 위 서울특별시도시철도공사에 설비직의 경력사원으로 특별채용되었다.

 

원고는 채용 이후 1995. 8 3.까지는 강동설비분소에서, 그 이후부터는 왕십리 설비분소에서 근무하였는데, 지하철이 개통되기 전인 1995. 11. 14.까지는 미개통구간 설비시설물 점검 및 교육, 배수펌프설비, 환기설비, 소방설비, 위생급배수설비, 집중제어설비, 승강기설비의 공사진척사항 파악, 기계제원 파악, 공사적정성 점검, 설계일치여부 조사, 신규자교육 등을 담당하였다가 지하철 5호선이 개통된 1995. 11. 15.부터는 위 왕십리설비분소의 야간교대조의 책임자인 주임으로서 근무하였다.

 

왕십리설비분소는 5호선 종로3가역에서 광나루역까지의 13개 역의 배수·환기·소방·위생급배수·집중제어·승강기 설비의 점검, 유지관리 및 야간비상출동 등의 업무를 담당하였는데 그 중 마장, 답십리, 광나루, 왕십리역에서 광나루역까지의 구역을 원고가 담당하였다.

 

지하철 5호선이 개통된 이후부터 원고는 1주일에 주간근무(09:00-18:00) 2일, 야간근무(18:00-익일 09:00)2일, 비번 및 휴무 2일의 3개조(갑,을,병)2교대제 근무를 하였다. 원고는 소외 주영준, 오성문이 조원인 을조의 책임자였는바,

 

15시간의 야간근무중 01:00부터 05:00까지의 수면시간으로 정해져 있으나 근무자 3명 중 1명은 모니터링을 하느라 밤을 새워야 했으므로 한달 평균 10일 중 1995년 11월에는 3회, 12월에는 5회, 1996년 1월에는 4회. 2월,3월,4월에는 각 3회, 5월에는 4회, 6월에는 5회에 걸쳐 수면시간에 수면을 취하지 못하고 철야근무하였으며, 모니터링 담당자가 아닌때에도 원고만이 지하철 설비부분의 10년 경력자이어서 다른 직원들의 문의에 답변을 하느라 편안히 쉬지 못하였다.

 

더구나 원고가 담당하는 이 도시철도공사의 2기 지하철 설비는 위 지하철공사의 1기 지하철에 비하여 설비수가 2배에 달하고 성능과 안전도가 검증되지 않은 신기계들이 많아 인원이 더 필요한데도 설비직이 1기 지하철의 2/3에 불과하여 1인당 업무부담이 많았기 때문에 원고가 매사에 관여하여야 할뿐더러

 

설비일 이외에도 신규직원에 대한 이론, 실무교육을 담당하였다. 또한 당시는 2기 지하철의 개통 초기여서 1일 설비분소로 오는 40장 정도의 경보기록(현재는 6-10장)을 읽고 상황 판단을 할수 있는 사람이 원고밖에 없는 데다가 사고가 나면 을조 책임자였던 원고에게 신분상 불이익이 돌아올 것이므로 수면시간에도 작업화와 옷을 벗지 않은 채로 책상에 엎드려 잠잘 정도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2) 원고는 1996. 6. 4. 18:00부터 을조 조원 중 위 오성문이 교육을 갔기 때문에 위 주영준과 둘이서 야간근무를 하던 중 다음날인 5. 00:25경 군자역 본선 배수펌프실에 이상이 있음을 알리는 경보가 울리기 시작하므로 그곳으로 출동하여 03:00경까지 수리를 한 후 위 주영준은 인근 장안평 역무실에서 대기근무를, 원고는 왕십리 설비분소에서 모니터링을 하느라 철야근무를 하였고,

 

다시 같은 달 5. 18:00부터 야간근무를 하던 중 다음날인 6. 00:30경 왕십리 전기분소의 단전상태 하에서도 본선 배수펌프가 잘 가동되는지를 점검하기 위한 현장입회를 하느라 철야근무를 하였다. 원고는 같은달 22. 18:00부터 야간근무를 하는 도중 다음날인 23. 00:50경 광나루역 지상부 화장실 전용 시수맨홀에서 지하인입배관 사이에 매입된 부분의 동관이 파열되어 점검 및 임시조치를 하느라 철야근무를 하였으며, 같은 해 7. 12. 위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앞서 신청한 외래진료를 받게 되었는데 의사로부터 심각한 상태이니 곧 입원을 하여 정밀진단을 받으라는 지시를 받고

 

같은달 29.을 입원일로 지정받아 기다리고 있는데 입원 3일 전인 같은 달 26. 주간근무시 수해로 인하여 왕십리역과 마장 본선 구간에 빗물이 고여 답십리역이 2m나 잠기고 열차가 다니지 못하는 사고가 발생하여 10:00부터 22:00까지 물이 목까지 차는 본선에 들어가 수해복구작업을 끝마쳤는데, 작업종료 후 원고는 곧 전신무력감과 탈진증상이 나타났고 입에서 암모니아 냄새가 나기도 하였다.

 

(3) 원고는 위 지하철공사에 재직하던 1989.경부터 단백뇨가 검출되어 의사로부터 만성신장염(사구체신염)이라는 진단을 받았으나 특별한 증세없이 과로를 피하면서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하던 중, 1995. 2. 10. 위 도시철도공사에 입사한 뒤로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하다가

 

위와 같이 2일간 계속하여 철야근무를 한 1996. 6. 6. 이후 머리가 아프고 눈이 어른거리며 현기증이 일어나는 증상이 나타나 같은 달 7. 서울대학교병원에 외래진료신청을 하였고, 같은 달 21.에는 도시철도공사 의무실에 가서 혈압을 측정한 결과 150/110mmHg로 고혈압이어서 그에 관한 전반적인 주의사항을 들었으며 그 이후 같은 해 6. 24. 같은 해 7. 2. 같은 달 9.12.15.20.23.26.29. 각각 혈압을 측정하였는데,

 

같은 해 6. 22.의 철야근무를 하고 난 같은 달 24.의 혈압은 170/115mmHg로 상승하였고 그 이후에도 그와 비슷한 정도의 고혈압이었으며, 같은 해 7. 26.의 작업종료 3일 후인 같은 달 29.에는 200/125mmHg로 최초의 혈압보다 상당히 악화되었고, 한편 신장기능을 나타내는 혈중크레아틴 수치도 같은 해 7. 19.에는 11.4., 같은 해 7. 30.에는 18.1,같은 해 8. 19.에는 27.7로 신장기능의 급격한 악화를 보였다.

 

원고는 1996. 7. 29. 위 서울대학교병원에 만성신장염, 만성신부전, 복막투석으로 입원하여 치료를 받았다.

 

(4) 만성신부전증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여 대부분의 신질환이 만성신부전증을 일으키나 우리나라에서는 사구체신염, 당뇨병, 고혈압, 유전성 신질환 등이 주요한 원인이다.

 

서울대학교병원 의사 안규리에 의하면 원고의 경우 만성신부전의 원인은 확실하지는 않으나 병력상 1996. 7.기점으로 7년 전부터 단백뇨가 있었고 서울대학교병원에 입원하여 단백뇨를 검사한 결과 하루 4,179mg이었으며, 고혈압 이외에는 신부전을 유발할 수 있는 전신질환이 없었으므로, 사구체신염으로 판단된다고 한다.

 

사구체신염의 경우 신기능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면 만성신부전증으로 발전되는데 고혈압, 고지질혈증, 활성산소의 발생, 단백뇨 자체, 혈액응고계의 활성화, 사구체여과압의 증가, 사구체 확대 등 여러 인자가 관여한다. 사구체질환의 일반적 치료로는 단백질 섭취의 제한, 저염식, 고혈압의 치료,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제 등과 같은 신장에 손상을 주는 약물 남용의 억제 등이 중요하다.

 

고혈압의 원인은 90-95%는 원인을 찾을 수 없는 본태성 고혈압이며 신장질환, 신혈관질환, 내분비대사질환 등이 그 나머지 원인이다. 과로와 스트레스는 고혈압이 발생할 수 있는 빈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기존 고혈압을 악화시킨다.

 

악성 고혈압을 방치하였을 경우에는 만성신부전증을 유발하고 기존 신질환을 악화시켜서 만성신부전증으로의 이행을 가속화시킨다. 본태성 고혈압이나 이차성 고혈압의 경우는 만성신부전증을 유발하지는 않는다고 알려져 있으나 신기능의 악화를 가속화시키므로 신질환 환자에서는 혈압을 130/85mmHg이하로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장은 고혈압의 유발에 중요한 기관인 동시에 고혈압에 의하여 손상을 받는 대표적인 기관이다. 즉, 신장의 질병이 있는 경우 체내 나트륨과 수분배설이 감소하고 레닌 분비가 증가되어 알도스테론-안지오텐신 호르몬계를 자극하여 전신 혈관의 수축에 중요한 조절기능을 한다.

 

또한 신질환이 있는 경우 고혈압은 신장 모세혈관의 압력을 증가시키고 이는 직접적으로 신사구체에 전달되어 사구체의 경화를 유발하거나 신혈관 경화에 의한 허혈성 신손상을 증가시켜 신기능 악화에 중요한 원인이 된다.

 

신질환이 있는 환자에서 갑자기 신기능이 악화되는 요인으로는 위와 같은 고혈압이외에 사구체질환 자체의 악화(조직소견의 변화), 고혈압의 악화, 심한 탈수, 신장의 세균감염, 요도 혹은 방광의 폐쇄, 약물 부작용 등이 있는데, 즉시 치료하지 않을 경우 급속히 진행하여 만성신부전증으로 이행한다. 한편 위 서울대학교병원 의사 안규리에 의하면, 원고는 소변 검사결과 감염의 증거는 찾을 수 없고,

 

입원하기 전 복용한 약물 4가지 중 3가지는 식별이 안되나 그 중 1가지는 신기능의 악화와는 무관한 약물로 판정되었다고 하는바, 그렇다면 원고의 신기능 악화 원인은 사구체질환 자체의 악화 또는 고혈압의 악화가 그 원인이 된다.

 

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비록 원고가 1990년경부터 기존질병인 만성신장염(사구체신염)이 있었고, 주야 2교대제로 주간 2일, 야간 2일 근무후 2일간 휴무를 하였으며 야간근무시간 중 01:00-05:00는 수면시간으로 정해져 있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한달 평균 10일의 야간근무 중 원고를 비롯한 조원 3인이 번갈아가면서 수면시간인 01:00부터 05:00까지 모니터링근무를 하게 되어 매월 3-5회 철야근무를 하게 되고, 특히 원고는 책임자로서 모니터링근무를 하지 않게 되는 경우에도 다른 조원들의 질문사항에 대하여 답변해 주어야 하는 입장이어서 제대로 쉬지 못하여 과로를 하게되었고 스트레스를 받은 점,

 

원고는 사구체신염의 기존질병이 있기는 하나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하였는데 1996. 6. 4.과 5. 야간근무시 발생한 사고로 잇따라 철야근무를 하게 된 이후 머리가 아프고 눈이 어른거리며 현기증이 일어나는 증상이 나타난 점, 그 이후 1996. 6. 22.에도 야간근무시 고장상태 점검 및 비상조치를 취하느라 휴게시간에 쉬지 못하고 철야근무를 하게 되었고, 같은 해 7. 26.에도 수해복구작업을 위하여 09:00부터 22:00까지의 비상근무작업을 하게 되었으며, 그 이후 전신무력감과 탈진증상이 나타났고 입에서 암모니아 냄새가 난 점,

 

입원하기까지의 원고의 혈압은 1996. 6. 21. 150/110mmHg에서 같은 달 7. 26.수해복구작업을 하고 나서 입원한 같은 달 29.에는 200/125mmHg로 악화된 점, 신질환이 있는 경우 고혈압은 신장 모세혈관의 압력을 증가시키고 이는 직접적으로 신사구체에 전달되어 사구체의 경화를 유발하거나 신혈관 경화에 의한 허혈성 신손상을 증가시켜 신기능 악화에 중요한 원인이 되며, 과로나 스트레스는 고혈압의 발생 및 악화요인인 점, 서울대학교병원 의사 안규리에 의하면 원고의 경우 사구체신염에 의하여 고혈압이 발생하였다고 하는바,

 

사구체신염이 만성 심장염으로 악화되는 여러 요인 중 원고의 경우에는 사구체 질환 자체의 악화 또는 고혈압의 악화 2가지가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는 위와 같이 야간근무시 철야근무를 하거나 철야근무를 하지 않더라도 책임자의 위치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특히 1996. 6. 4.과 5. 같은 달 22.의 각 철야근무, 같은 해 7. 26.의 수해복구 비상근무 등을 함으로써 더욱 과로하게 되었거나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게 되었다고 할 것이고, 그로 인하여 평소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하였던 기존질병인 만성신장염의 일종인 사구체신염의 합병증인 고혈압이 자연적 경과 이상으로 악화되어 만성신부전증을 유발하고 기존 만성신장염을 악화시켰다고 추단할 수 있으므로, 원고의 위 상병은 업무상 질병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결국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할 것이다.

 

3.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고, 소송비용은 패소자인 피고의 부담으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1998. 7. 24.

 

재판장 판 사 이 강 국

판 사 이 기 택

판 사 황 현 주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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