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심근경색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

 

배드민턴이 심근경색을 유발할 충분한 유인이 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과로와 스트레스로 심혈관계통의 기능이 약화된 망인의 경우 하나의 유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면 이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 2007.12.12, 서울행법 2007구합7185 )

 

[요 지]

망인은 거의 매일 3, 4시간 가까이 시간외 근무를 해야만 했고, 심지어는 주말에도 숙소에서 자택으로 내려가서까지 종종 업무를 해야 했을 정도로 파견 근무 기간 동안 적잖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평소 망인은 흡연을 하지 않았고, 음주 빈도나 정도도 낮았다. 이런 망인이 배드민턴 게임 도중 사망하였는데, 배드민턴이 망인의 사인으로 보이는 심근경색을 유발할 충분한 유인이 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기존 질병인 동맥경화증이 원인이 되어 심근경색이 발병하여 사망하였더라도 망인의 직무상 과로로 인한 스트레스도 동맥경화증이나 심근경색증의 발병에 일정 부분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일뿐더러, 적어도 이러한 기존 질병을 자연적인 진행 속도 이상으로 악화시키는 데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므로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는 상당 인과 관계가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 사 건 / 2007.12.12 선고, 서울행법 제11부 2007구합7185 유족 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 원 고 / 안○○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대표자 이사장 방○○

소송수행자 박상운

* 변론 종결 / 2007.10.17

 

[주 문]

 

1. 피고가 2006.12.18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 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 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다음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1호증의 1 내지 4, 갑 2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오○○은 1995.9.5 ○○○○ 주식회사(이하 ‘소외 회사’라고 한다)에 입사하여 기술연구소의 차장으로 재직하던 중, 2006.9.17 13:55경 ○○시 ○○동 소재 ○○○○체육관에서 배드민턴 동호회 회원들과 배드민턴 경기를 하다가 쓰러져 의식 불명 상태에서 ○○○○의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하였다.

 

나. 당시 ○○○○의원 의사인 권○○은 망 오○○(이하 ‘망인’이라고 한다)의 사체를 검안한 결과 사망 시각을 ‘2006.9.17 13:55경’으로 추정하고, 직접 사인은 ‘급성심부전 : 추정’이라고 기재하였고, 한편 망인에 대한 부검을 실시한 ○○○○의원 의사 조○○는 망인의 사인을 ‘심근경색증’으로 판단하였다.

 

다. 원고는 망인의 배우자로서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피고에게 유족 급여 및 장의비를 청구했으나, 피고는 2006.12.18 ‘망인이 평소 고혈압이 있었고, 직업 성격상 평소와 달리 급격한 과로나 작업 환경의 변화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며, 개인적인 운동 중에 발병하였다’는 이유로 유족보상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망인은 2005.10월경 이전에는 자택과 가까운 ○○공장 기술연구소에서 근무하다가 △△시의 본사 연구소로 발령난 후로 새로운 프로젝트 연구로 인해 과로가 심해졌고, 숙소 또한 집이 아닌 여관에서 홀로 생활하면서 주말에 자택과 회사로 장거리 왕복으로 인한 피고가 가중되었으며, 주말에 귀가하여서도 컴퓨터로 회사 업무를 계속하는 등으로 과로 및 스트레스가 누적됨으로써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건강이 악화되어 심근경색이 발병하여 사망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나. 인정 사실

다음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3 내지 12호증, 갑 14, 15호증, 을 1호증의 1 내지 7, 을 3호증의 1 내지 4, 을 4호증의 1, 2, 을 6호증의 1, 2의 각 기재와 이 법원의 ○○○○의원, ○○○○ 주식회사에 대한 각 사실 조회 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1) 망인의 업무 내용 등

(가) 망인은 1992년 소외 회사(당시 ○○○○차) ○○공장 기술연구소에 경력자로 입사하였다가 1994년 소외 회사 △△공장 기술연구소로 전보되어 현지 생활 적응이 어려워 바로 퇴사하였으나, 담당 팀장이 재입사를 권유하여 1995년경 다시 입사하였다.

(나) 망인은 위 입사 이래 2005.10월경까지 ○○공장 기술연구소에 근무하다가 2005.11.1경부터 사망 전까지 ○○프로젝트(○○○ 후속 차량 모델 개발)를 위해 □□공장 기술연구소로 파견 근무 명령을 받아 근무하여 왔다.

(다) 위 파견 근무 당시 망인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소외 회사가 정해준 숙소에서 ○○공장에서 파견된 다른 근로자들과 기거하며 근무해왔고, 금요일 저녁에는 ◇◇시에 소재한 자택으로 내려갔다가 월요일 새벽에 다시 □□공장으로 출근하는 방식으로 근무하였다.

(라) 망인이 처음으로 □□공장 기술연구소에 파견 근무를 갔을 때 정식으로 ○○프로젝트 팀이 구성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위 프로젝트 샤시 설계(자동차의 성능과 안전과 관계되는 모든 장치의 설계분야를 말하는데, 위 장치에는 동력이 바퀴에 전달되는 구동, 차체의 진동이나 충격을 흡수하는 현가, 방향 조절을 위한 조향, 속도 조절 및 정지를 위한 제동, 엔진을 고정하기 위한 엔진 마운트 등이 속한다) 중 제동 설계 부문에 대한 선행 연구(각 기계·부품이 들어갈 위치를 정하는 단계)를 담당하게 되었고, 2006.6월경 위 프로젝트 팀이 구성되자 제동 설계 부문에 대한 본 연구(선행 연구에서 정해진 좌표에 따라 부품을 개발하는 단계)를 담당하게 되었다.

(마) 그런데, 기술연구소의 한정된 자원으로 이미 다른 차량 개발 프로젝트(델타, 감마 프로젝트 등)가 진행 중인 상황이었기 때문에 ○○프로젝트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개발 인력이 투입되었다.

(바) ○○프로젝트는 글로벌 프로젝트(글로벌 프로젝트란 해당 프로젝트가 세계 여러 나라 공장에서 생산될 것이기에 전체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도면이나 계획서를 작성하기 위하여 ○○본사의 프로세스에 따라 진행되는 프로젝트)로 출발하지 않았으나 그 후 인도 및 중국에서도 생산하는 것으로 회사 방침이 변경되어 글로벌 프로젝트가 되었고, 이에 따라 위 프로젝트 업무에는 UG(컴퓨터를 이용한 제품 모델링 및 도면 작업 프로그램), System Review(설계 사양에 따른 개발 비용과 제품 원가 검토 확인 프로그램), DCS(설계상 그림과 사양, 성능 등을 올려 구매·생산·생산 기술·원가 등 관련 부서와 협의하는 프로그램) 및 Global SOR(설계·생산 기술·A/S·SQE 부문의 요구 사항을 담아 최종적으로 설계에서 구매로 넘기는 프로그램) 등 ○○본사의 프로세스가 사용되었다.

(사) 이처럼 글로벌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세계 각지의 현지에서 생산될 수 있도록 ○○본사의 프로세스에 맞추어 생산 공정부터 모든 사양과 자료들을 검토하여야 했고, ○○프로젝트 자체에 투입된 개발 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였을 뿐만 아니라, 국내 프로젝트만을 담당해보았던 망인으로서는 ○○본사의 프로세스에 따른 각종 프로그램에 관한 사용법을 새롭게 익히고 보고서 작성 등 모든 작업도 영어로 해야 했으므로 ○○공장에 근무하였던 시기에 비해 업무량이 다소 과중하게 되었다.

(아) 소외 회사의 공식적인 근무 시간은 8:00경부터 18:00까지 였으나, 망인은 주어진 업무를 근무시간 내에 모두 끝내지 못하고 21:00경 내지 22:00경에야 퇴근하였으며, 주말에 자택에 내려가서도 업무를 수행하는 일도 종종 있었다.

(자) 망인은 글로벌 프로젝트의 업무 특성상 ○○본사의 엔지니어와 잦은 전화 통화와 전자 우편을 주고받았는데, 위 업무는 미국과의 시차로 인해 주로 퇴근 후 한밤 중이나 새벽 중에 이루어졌다.

(차) 한편, 망인이 맡은 제동 설계 부문은 다른 분야와 달리 법률의 규제를 받은 부분이라 기술적인 문제와 더불어 제도적 문제를 검토할 필요성이 제기되자 글로벌 프로젝트 업무를 수행한 경험이 있는 최○○ 차장이 2005.6월 제동 설계 부문으로 전보되어 망인과 업무를 함께 수행하였으나, 최○○이 다시 2005.9.1자로 감마 프로젝트 팀으로 이동하게 됨으로써 그를 대신하여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대리 직원이 제동 설계 부문으로 전보되어 왔다.

(2) 사망 전후의 상황

(가) 망인은 2005.8월 하순경 ○○본사에게 ○○ 모델의 디젤 엔진 탑재에 따른 브레이크 성능에 관한 시뮬레이션과 그에 대한 해석을 요청하였으나, 그 결과가 이상하게 나와 망인이 직접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후 이를 해석하였다.

(나) 그러나 위 프로그램은 망인이 처음 써보는 것이었기 때문에 ○○본사의 실무자의 자문을 받아야 했으므로 밤늦게 또는 새벽에 전화 통화를 할 수밖에 없었는데, 망인은 토요일인 2006.9.9 이른 오전경 배드민턴 동호회에서 배드민턴을 치던 중 ○○본사에서 전화가 와서 약 1시간 동안 전화 통화를 한 다음, 바로 귀가하였다.

(다) 망인은 위와 같이 귀가하여 자택에서 브레이크 시뮬레이션 결과물을 검토하였는데, 망인이 사용한 노트북 기록에는 망인이 브레이크 시뮬레이션 파일 작업을 종료한 시각이 17:40으로 나와 있고, 다음 날인 2006.9.10 2:58, 4:07 위 파일 작업을 종료한 것으로 나타나 있으며, 다시 같은 날 15:20, 15:30, 15:40, 15:41, 15:47, 15:50, 18:05, 18:26, 19:34, 20:56에도 위 파일 작업을 종료한 것으로 나와 있다.

(라) 망인은 2006.9.10 위와 같이 브레이크 시뮬레이션에 대한 해석 작업을 수행하느라 주말이면 나가는 배드민턴 동호회에 참석하지 아니하였다.

(마) 망인은 브레이크 시뮬레이션에 대한 해석을 얻어 이에 대한 ○○본사의 승인을 받았으나, 해석 결과의 확인을 위해 시험팀과 직접 협의를 해야 했고 그 시험을 하기 위해 임원의 결재를 받아야 했으므로, 망인은 해석 프로그램 적용 결과 자료와 ○○본사의 승인 자료 등을 취합한 보고서를 작성하게 되었다.

(바) 망인은 금요일인 2006.9.15까지 위 보고서를 작성하지 못하자, 자택에 귀가하여 보고서 작성 작업을 계속하였는데, 망인이 사용한 노트북 기록에는 다음날인 같은 달 16일 00:18, 1:56, 1:59, 2:04 위 작업을 종료한 것으로 나와 있고, 다시 같은 날 21:27, 21:29, 22:23, 22:37, 22:38, 22:48, 22:49, 23:42, 다음 날인 같은 달 17일 00:41, 00:45, 2:02, 2:15, 2:17 위 작업을 종료한 것으로 되어 있다(즉, 망인은 같은 달 16일 21:00경부터 다음 날인 같은 달 17일 2:00경까지 연속하여 작업한 것으로 보인다).

(사) 망인은 위와 같이 새벽까지 보고서 작성 작업을 한 당일인 2006.9.17 12:30경 ○○○○체육관에 도착하여 배드민턴 동호회 회원들에게 “새벽 두 시까지 컴퓨터 작업을 했다”, “업무 스트레스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 뭘 하면 살 수 있겠나?”라는 말을 하였고, 이어 같은 날 13:55경 회원들과 배드민턴 경기를 하던 중 서브를 넣으려는 자세를 취하다가 쓰러졌다(이미 2, 30분 정도 소요된 첫 번째 경기를 마치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두 번째 경기를 하던 중이었고, 경기를 시작한 이래 1시간 남짓 경과한 시점이었다).

(3) 망인의 건강 상태

(가) 망인은 2003.5.19 및 2004.5.10 대한산업보건협회부설 ○○의원에서 실시한 건강 검진에서 ‘150/90mmHg’의 혈압 수치로 고혈압 진단을 받고 혈압 관리가 필요하다는 판정을 받았고, 2005.5.16 위 의원에서 실시한 건강 검진에서 ‘140/90mmHg’의 혈압 수치로 고혈압 의심 진단을 받고 2005.6.21 고혈압 정밀 검사를 받아 다시 ‘150/90mmHg’의 혈압 수치로 고혈압주의 판정을 받았으며, 2005.10.20 위 의원에서 실시한 건강 검진에서 콜레스테롤 등 순환 기계 검사 부문에서 정상 판정을 받았다.

(나) 망인은 □□공장으로 파견 근무를 간 이후로 술을 거의 마시지 않았고, 평소 흡연을 하지 않았다.

(다) 망인은 1963.2.17생으로 사망 당시 만 43세였고, 평소 키와 체중은 171cm 와 68kg 내지 74kg이었다.

(4) 의학적 소견

(가) 피고 자문 의사 2인의 소견

업무와 연관 없는 개인적인 취미 활동 중 발병에 이르게 된 상황이며, 업무 내역상 특이 소견이 없는바 업무 연관성이 없다고 판단되고(자문의사 1), 업무 수행성 인정 힘들며 만성적인 과로를 유발하거나 급격한 스트레스 유발할 만한 상황 아니고 운동 중 사망한 것으로 업무 연관성이 없으며(자문 의사 2), 기존의 지병이 악화되어 심근경색이 생긴 것으로 생각되고(자문 의사 3), 근무 중도 아니고 회사 일과 관련 없는 일로 급사하였으며(자문 의사 4), 평소 고혈압(150/90mmHg)이 있었고 작업 성격상 과도한 과로가 있었다고 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운동 중에 발병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할 때 업무상 재해로 인한 것으로 인과 관계가 없다(자문 의사 5).

(나) 의사 조○○의 부검 소견

1) 망인의 사인을 논함에 있어, 부검 소견상 심장이 410gm으로 비대되어 있으며, 심장동맥 검사상 고도의 심장동맥경화를 보고 심근에서 심근경색증의 소견을 보는 등 치명적인 심장의 질병 소견을 보이는 점, 심장 이외 다른 내부 장기에서 사인과 연관지을 만한 정도의 치명적인 병변을 보지 못하는 점, 외표 및 내부 장기 검사상 사인과 연관지을 만한 특기할 손상을 보지 못하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망인은 심장의 병변으로 인하여 갑자기 사망한 것으로 생각하며, 심장의 병변은 심근경색증으로 생각한다.

2) 심장성 돌연사(혹은 급성 심장사, Sudden Cardiac Death)란 해부학적인 심장의 병변 유무와 관계없이 사망 시간이나 양상을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급성 증상이 발생하여 1시간 내에(혹은 24시간 이내) 의식 소실과 함께 외부 원인 없이 심장의 이상으로 사망한 경우를 말한다.

3) 내인성 급사(Sudden and unexpected natural death)는 급사와 내인사의 개념을 합한 것으로 그 시점에 사망하리라고 생각하지 못하였던 사람이 내재적 질병에 의하여 단시간 내에 사망한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으며 돈사(頓死)라고 하는데, 망인의 사망도 내인성 급사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4) 이러한 내인성 급사는 안정시보다 어떠한 자극이 가하여졌을 때 비교적 잘 일어나고, 이러한 자극은 외부와 내부 모두에서 가해지며 법 의학에서는 이를 사인에 대비하여 유인(誘因)이라 하는데, 유인이 명백하지 않을 때도 많으며 안정시 또는 수면 중에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유인으로는 과로와 같은 정신적 혹은 육체적 자극(중노동, 질주, 계단의 승강, 등산과 같은 과격하고 갑작스런 운동으로 육체적 부담이 가하여지는 경우), 의료 행위(마취, 수술, 수사, 약제의 투여), 기타(배변, 입욕, 과음, 과식, 분만, 구타와 같은 외력) 등을 들 수 있다.

5) 이러한 유인은 실제로는 경미한 것으로서, 정상인이라면 해부학적인 변화를 초래하지 않고 단지 일과성으로 그치며 안정을 되찾으면 회복되는 것이 상례이므로 전혀 문제가 되지 않지만 기존 질환이 있다면 이를 급격히 악화시키거나 2차적 변화를 초래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는데, 결국 유인이란 일시적으로 심장에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혈압을 상승시키는 것으로 심혈관계, 특히 심장과 뇌혈관의 질환이 가장 큰 영향을 받아 이러한 유인이 가하여지면 심박동과 심박출량이 증가되어 혈압이 상승하고 이에 따라 심장의 산소 요구가 증대되므로 이미 손상되어 있는 심장은 그 기능을 급격히 상실하고 심부전의 상태에 빠지게 된다.

(다) 이 법원의 ○○○○의원에 대한 2007.4.2자 사실 조회 결과

1) 망인의 심장동맥 검사상 좌전하행분지에서 고도의 동맥경화를 보고 우측 분지 및 회선지에서 경도 및 중등도의 동맥경화를 보며, 심장의 절개 검사상 좌심실벽 및 심실중격에서 심근의 병변(심근경색증의 소견)을 보았다.

2) 급성 심부전의 발병은 기존의 동맥경화성 질환이 있는 상태에서 사망 직전 어떤 촉발 요인이 있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한다.

3) 혈액에 대한 약독물 검사는 해당 경찰서에서 국과수에 약독물 감정을 의뢰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고지혈증에 대한 감정은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고, 심장동맥의 동맥경화증은 부검 소견상 확인된 사항이다.

(라) 이 법원의 ○○○○의원에 대한 2007.7.26자 사실 조회 결과

1) 부검 감정서상 심장은 410mg이고 고도의 심장동맥경화가 있으며 심근경색증의 소견이 있었는데, 이는 기존 심장질환이 있는 것이며 기존 심장질환은 고도의 심장동맥경화증에 의한 허혈성 심질환이라고 볼 수 있다.

2) 기존 심질환이 있는 상태에서 심근경색증이 발병한 것으로 생각하며, 발병 시점이 사망 직전인지 혹은 그 얼마 전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3) 심장동맥경화증으로 혈관이 협착된 상태에서 혈관의 연축이나 색전 혹은 혈전 등으로 인하여 혈관이 완전히 폐쇄되면 심근경색증이 발병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4) 심장동맥경화란 심장동맥의 동맥경화이며, 급성 심근경색증이란 혈관의 병변 등으로 인하여 심장근육으로 가는 산소 공급이 현저히 낮아져 심근 세포의 괴사가 일어나는 것이다.

5) 과로나 스트레스도 동맥경화 및 심근경색증의 유인이 될 수 있다.

6) 정기적으로 계속해 오던 운동이라 할지라도 신체 상태가 양호할 때에는 심장에 무리가 되지 않거나 증상이 발현될 만큼 훼손이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과로 및 수면 부족으로 신체 상태가 불량한 경우에는 심장 기능을 약화시키고 심근경색을 일으킬 수 있는지에 대하여는 한 마디로 판단하기 어려운 사항이며, 다만 그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7) 고혈압의 경우 동맥경화의 발병 및 이의 진행을 빠르게 하는 중요 인자 중의 하나이다.

과로나 스트레스는 혈압을 상승시킬 수 있다.

9) 기존 고혈압이나 심장 질환을 지니고 있던 사람에게 육체적 과로나 정신적 스트레스가 가해질 경우 급성 심근경색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10) 보통의 정상적인 사람에게는 격심한 과로가 아닌 업무라 할지라도 기존의 심장 질환이 있는 사람에게는 그 업무가 기존 심장 질환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다. 판 단

(1) 근로자가 어떠한 행위를 하다가 사망한 경우에 그 사망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그 행위가 당해 근로자의 본래의 업무행위 또는 그 업무의 준비 행위 내지는 정리 행위, 사회 통념상 그에 수반되는 것으로 인정되는 생리적 행위 또는 합리적·필요적 행위이거나, 사업주의 지시나 주최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행사 또는 취업규칙, 단체협약 기타 관행에 의하여 개최되는 행사에 참가하는 행위라는 등 그 행위 과정이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라야 하는바(대법원 1999.4.9 선고 99두189 판결), 앞에서 본 바와 같이 망인이 주말에 배드민턴 동호회 회원들과 사적인 체육 활동을 하다가 사망한 이 사건에 있어서는 그 업무 수행성을 인정할 수 없다.

(2) 다만,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규칙 제39조 제1항 별표1에 의하면, ‘근로자가 업무 수행 중에 심근경색증·뇌실질내출혈·지주막하출혈 등 원인으로 인하여 발병되거나 같은 질병으로 인하여 사망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업무 수행 중에 발병되지 아니한 경우에도 그 질병의 유발 또는 악화가 업무와 상당 인과 관계가 있음이 시간적·의학적으로 명백하다면 이를 업무상 질병으로 본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는바, 망인의 사망이 업무와 상당 인과 관계에 있음이 명백히 입증되는지를 살펴본다.

그런데,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조 제1항이 정하는 업무상의 재해가 되기 위하여는 업무와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 사이에 인과 관계가 있어야 하는 것이지만, 이 경우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 등이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킨 경우에도 그 인과 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하고, 그 인과 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 과학적으로 명백하게 입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에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 인과 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하고,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 질병이나 기존 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 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경우도 포함된다고 보아야 하며, 한편 업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 인과 관계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 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8.12.8 선고 98두12642 판결 ; 대법원 1996.9.6 선고 96누6103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① 망인은 소외 회사에 입사한 이래 10여년간 ○○공장 기술연구소에서 근무하였던 것에 비해 △△공장 기술연구소에서 파견 근무하는 기간 동안 글로벌 프로젝트라는 업무의 특성과 내용으로 인해 다소 과중한 업무를 수행하여 온 것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특히 국내 프로젝트 업무만을 담당하였던 망인으로서는 처음 맡게 되는 생경한 업무로서 적지 않은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② 더욱이 망인은 10개월 남짓한 기간 동안 소외 회사에서 마련해준 숙소에서 홀로 생활하였을 뿐만 아니라, 주말이면 자택과 직장을 오가는 생활을 반복함으로써 그 피로가 누적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③ 특히 망인은 거의 매일 3, 4시간 가까이 시간외 근무를 하여야만 했고, 심지어는 주말에도 온전히 쉬지 못하고 자택에 내려가서까지 종종 업무를 해야 했던 점 ④ 망인이 사망하기 일주일 전부터는 업무의 과중 정도가 더욱 심해져서 2006.9.9 및 같은 달 10일에 걸친 주말 동안에는 배드민턴 동호회에도 나가지 못 한 채 브레이크 시뮬레이션 해석 작업에 매달렸고, 망인이 사망한 주말인 같은 달 16일 저녁부터 다음날인 같은 달 17일 새벽 늦게까지 보고서 작성 업무를 수행했던 점 ⑤ 평소 망인은 흡연을 하지 않았고, 음주 빈도나 정도도 낮았으며, 평소 배드민턴 동호회에 가입하여 활동하는 등 건강 관리에도 신경을 써왔던 점 ⑥ 망인의 사인인 심근경색증은 기존 심장 질환인 심장동맥의 동맥경화증으로 인해 혈관이 협착된 상태에서 혈관의 연축이나 색전 혹은 혈전 등으로 인하여 혈관이 완전히 폐쇄되어 발병된 것으로 추측되므로 결국 망인은 기존 심장 질환인 동맥경화증이 악화되어 사망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⑦ 그런데 망인이 △△공장 기술연구소로 파견 근무를 가기 전까지는 초기의 고혈압증세 이외에 고지혈증 등 별다른 질환이 없었음에 비추어 망인의 동맥경화증은 망인의 파견 근무 기간 동안의 과로나 스트레스로 인해 발병하였거나(만약 그 이전에도 발병해 있었다면) 적어도 급속도록 악화되었다고 볼 수 있는 점 ⑧ 즉 의학적 견해에 따르면 과로나 스트레스가 동맥경화 및 심근경색증의 유인이 될 수 있는점(즉, 심근경색증 같은 내인성 급사의 유인으로는 과로 등의 정신적·육체적 자극, 기후의 격변, 의료 행위 등을 수 있다) ⑨ 설령 망인이 참가했던 배드민턴 게임 활동도 심근경색증의 유인으로 함께 경합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통상 배드민턴 경기는 축구나 수영 등 격렬한 운동에 비해 육체적 자극의 정도가 낮은 것으로서 정상인들에게는 심근경색을 유발할 충분한 유인이 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동맥경화증으로 인해 심혈관계통의 기능이 약화된 망인의 경우에 비로소 하나의 유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⑩ 따라서 배드민턴 게임 참가만이 독자적인 심근경색 유인이 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기존 질환인 동맥경화증 역시 그 유인의 하나로서 작용하였음을 부인할 수 없는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이러한 기존 질환이 과로나 스트레스로 일반적인 자연 속도 이상으로 악화되었다고 추단할 만한 사정이 존재하는 점 ⑪ 반면 망인의 과중한 업무에 대하여 소외 회사가 이를 경감해주기 위한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오히려 글로벌 프로젝트 경험이 많아 망인의 업무 경감에 도움이 되는 최○○을 다른 곳으로 전보하였다) 등에 비추어 볼 때, 비록 기존의 질병인 동맥경화증이 원인이 되어 심근경색이 발병하여 사망하였다고 하더라도 망인의 직무상 과로로 인한 스트레스도 동맥경화증이나 심근경색증의 발병에 일정 부분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일뿐더러, 적어도 이러한 기존 질병을 자연적인 진행 속도 이상으로 악화시키는 데에도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므로,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는 상당 인과 관계가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이와 달리 보고 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용찬(재판장), 김태건, 송민경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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