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 지시 이행 위한 심야 출·퇴근중 재해는 업무상 재해

서울행정법원 판결

사건 : 2003구합37997 유족보상 및 장의비 부지급 결정 처분 취소

원고 : 이○○

피고 : 근로복지공단

변론종결 : 2004. 5. 4.

판결선고 : 2004. 6. 15.

 

주   문

1. 피고가 2003. 6. 25. 원고에게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 구 취 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의 남편인 서○○은 학교법인 ○○학원(이하 ○○학원이라 한다) 소속 근로자로서 서울 강동구 둔촌동 ○○빌딩의 건물관리자로 근무하던중 2003. 1. 25. 03:00경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승용차를 운전하여 올림픽대로를 잠실 방면에서 김포공항 방면으로 진행하던중 노량대교 부근에 이르러 도로 우측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그대로 한강에 추락하여 직접사인 뇌좌상(추정)으로 사망하였다.  

 

나. 원고는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의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03. 6. 25. 망인이 퇴근하던중 교통사고로 사망하였으므로 업무로 인하여 사망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를 부지급하기로 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2.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인정사실

(1) 망인은 1993. 3. 22. ○○학원에 입사하여 서울 강동구 둔촌동에 있는 지하 2층, 지상 6층의 ○○빌딩의 관리소장으로 건물임대료 수금업무 등을 수행하여 왔다.

위 ○○빌딩에는 지하 2층 사우나, 지하 1층 수퍼마켓, 1층 은행, 미용실, 한의원, 식당, 2층 노래방, 당구장, 레스토랑, 헬스클럽, 뷔페식당, 3층 정형외과, 치과, 전자회사, 4층 흥국생명 등 2개 회사, 5층, 6층 각 탁구장이 입주해 있다.

 

(2) 위 ○○빌딩의 관리용역은 주식회사 ○○환경엔지니어링이 담당하였는데, 위 회사 소속 직원으로 주차관리원 2명, 경비원 3명, 환경미화원 4명, 기관실 직원 3명이 ○○빌딩에서 근무하였고, 망인은 이들을 관리 감독하여 왔다.

 

(3) 망인은 평일의 경우 08:00경부터 18:00경까지 근무하였고, 토요일에는 08:00경부터 13:00경까지 근무하였으며, 일요일에는 휴무하였다.

 

(4) 주식회사 A전자(이하 A전자라 한다)는 2002. 11. 1.부터 2002. 11. 18.까지 공사대금을 6,950만원으로 하여 ○○빌딩의 무인주차관제시스템 및 주차요금무인정산시스템의 설치공사를 하였다.

○○학원은 위 무인주차관제시스템을 시험가동한 결과 중앙처리장치와 주변기기의 통신이 불안정한 점 외에는 특별한 하자 없이 작동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2003. 1. 6. A전자에게 공사대금 중 34,997,000원을 지급하였다.

 

(5) ○○학원 행정실장인 정○○은 A전자로부터 잔금의 지급을 독촉받고 잔금지급 전에 위 무인주차관제시스템이 완전하게 작동되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어, 2003. 1. 21. 16:00경 ○○빌딩을 방문한 다음 망인에게 주차관리원이 퇴근하는 23:30 이후이 시간에 무인주차관제시스템의 작동상태를 점검할 것을 지시하면서 아울러 그 작동방법도 숙지할 것을 지시하였다.

 

(6) 망인은 토요일인 2003. 1. 25. 16:00경 퇴근하였다가 망인의 생일모임 및 성당예배를 마친 후 2003. 1. 26. 01:30경 ○○빌딩으로 가 무인주차관제시스템을 점검하였고, 같은 날 03:00경 귀가하던 길에 위와 같이 교통사고를 당하여 사망하였다.

 

나. 판단

근로자의 출·퇴근시에 발생한 재해는 비록 출·퇴근이 노무의 제공이라는 업무와 밀접·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출·퇴근 방법과 경로의 선택이 근로자에게 유보되어 있어 통상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출·퇴근중에 발생한 재해가 업무상의 재해가 되기 위해서는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을 근로자가 이용하거나 또는 사업주가 이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도록 하는 등 근로자의 출·퇴근 과정이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라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망인이 통상적인 근무 후의 퇴근중에 사고를 당한 것이 아니라 직장 상사인 정○○의 지시에 따라 주차관리원이 퇴근한 이후인 01:30경 출근하여 무인주차관제시스템을 점검하게 된 사실은 앞에서 본 바와 같은 바, 위와 같이 망인이 통상적인 근무시간이 아닌 야간에 근무장소에 나오게 된 것은 상사의 구체적인 지시를 이행하기 위한 것이었던 점, 망인이 재해 당일 근무장소에 나오게 된 시간은 심야로서 시내버스나 지하철이 운행되지 아니하여 택시를 이용하지 아니하면 자신의 승용차를 이용하는 것이 불가피하였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망인이 자신의 승용차를 이용하여 귀가하는 중에 사고를 당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사업주인 ○○학원의 지배·관리 하에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이 사건 사고의 성격은 통근재해보다는 출장 중의 재해에 유사한 측면을 갖는다),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따라서,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아니하다고 보고 원고에 대하여 유족급여 및 장의비의 지급을 거부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김창석

      판사 김병수

      판사 문주형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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