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로ㆍ스트레스로 면역기능 저하에 따른 바이러스 감염

 

사건 : 2003구합 2012 요양불승인 처분 취소

원고 : 이○○

피고 : 근로복지공단

변론종결 : 2004. 5. 6.

판결선고 : 2004. 6. 3.

 

                           주    문

1. 피고가 2003. 5. 2 원고에 대하여 한 요양불승인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의 남편인 망 박○○(이하'망인'이라 한다.)은 2002. 5. 10. 소외 주식회사 K기업(이하'소외 회사'라고만 한다)에 입사하여 제관사로 근무하던중인 2003. 1. 3. 소외 회사로 출근하다가 경련이 발생하여 마산 P병원을 거쳐 인제대학교 부속 B병원에서 바이러스성 뇌염(이하 '이 사건상병'이라고 한다)이라는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다가 2003. 3. 12. 사망하였다.

 

나. 망인은 2003. 2. 6 피고에게 이 사건 상병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요양신청을 하였으나, 피고는 이 사건 상병은 감염성 질환인데 망인의 작업환경이 항시적으로 감염성 병원균이 상존하는 곳이 아니고, 망인의 시간 외 근무, 철야근무의 부적절한 배치 등도 그 시기가 이 사건 상병의 발병시기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2003. 5. 2. 원고에 대하여 망인의 요양신청을 거부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당사자의 주장

피고는 위 처분사유를 들어 이 사건 처분이 적법하다고 주장하고, 원고는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상병은 망인이 소외 회사에 입사한 후 계속되는 연장근무, 철야근무 등으로 건강이 악화되어 발병한 것이고, 가사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과다가 근무시간과 높은 노동강도로 인하여 이 사건 상병이 적절히 치유되지 못하고 악화된 것이므로 이 사건 상병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고, 따라서 망인의 요양신청을 거부한 피고의 이 사건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나. 관계 법령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 각호와 같다.

1. "업무상의 재해"라 함은 업무상의 사유에 의한 근로자의 부상ㆍ질병ㆍ신체장해 또는 사망을 말한다. 이 경우 업무상의 재해의 인정기준에 관하여는 노동부령으로 정한다.

 

다. 인정사실

(1) 망인의 근무 내용 및 환경

(가) 소외 회사는 볼보건설기계에 중장비 부품을 제작하여 납품하는 회사로 작업공정은 원자재 입고-CNC절단-사상-용접-기계가공-반자동절단-쇼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망인은 생산부 반자동반 소속으로서 반자동절단 공정에 배치되어 산소절단기로 철판의 모서리부분을 가공하는 일을 해 왔다.

 

(나) 망인은 2002. 5. 10. 소외 회사에 입사하여 근무를 시작하였는데, 2002. 5.에는 정상근무 1백28시간, 연장근무 64.5시간 합계 1백 92.5시간을, 같은 해 6.에는 정상근무 1백79시간, 연장근무 57.5시간 합계 2백36.5시간을, 같은 해 7.에는 정상근무 1백76시간, 연장근무 99.5시간 합계 2백75.5시간을, 같은 해 8.에는 정상근무 1백 12시간, 연장근무 85.5시간 합계 1백97.5시간을, 같은 해 9.에는 정산근무 1백11시간, 연장근무 1백 61.5시간 합계 2백72.5시간을 같은 해 10.에는 정상근무 1백67.5시간, 연장근무 1백 22시간 합계 2백89.5시간을, 같은 해 11.에는 정산근무 1백68시간, 연장근무 55.5시간 합계 2백23.5시간을 같은 해 12.에는 정상근무 1백 52시간, 연장근무 71시간 합계 2백23시간을 각 근무하였다.

 

(다) 망인이 근무하던 작업장에는 철야작업을 할 경우 보통 오전 8시부터 다음 날 오후 5시까지 32시간을 연속하여 작업을 하였는데, 철야작업시 수면시간 3시간과 휴식시간을 제외하면 실제로 작업을 하는 시간은 26시간 정도이고, 망인의 2002년 월별 철야작업 횟수는 5월 및 6월 각 1회, 7월 및 8월 각 3회, 9월 7회, 10월 4회, 11월 1회, 12월 2회였으며, 9월에는 2일부터 7일까지 3번을 계속하여 철야작업을 하기도 하였다.

 

(라) 대한산업보건협회에서는 소외 회사에 대하여 2002. 1. 30. 및 같은 해 8. 22. 각 작업환경측정을 실시하였는데, 망인이 일하던 반자동절단 공정에서는 분진(산화철) 및 소음에 대하여 측정한 결과 모두 기준치 미만으로 나타났다.

 

 

(2) 망인의 병력 및 생활습관

(가) 망인은 소외 회사에 입사하기 전 산재의료관리원 창원병원에서 건강진단을 받았는데, 요잠혈양성소견을 보인 것 이외에 다른 이상은 없었는데, 소외 회사에 입사한 이후인 2002. 6. 16.부터 2003. 1. 1. 까지 8회에 걸쳐 H내과 병원에서 상기도 감염증, 간기능 이상의 증상에 대하여 진료를 받았으며, 2002. 10.경부터 12.경까지 수회 약국에서 감기약을 구입하여 복용하였다.

 

(나) 망인은 음주를 즐기지 않아 월 1∼2회 회식자리에 참가하는 것 이외에는 거의 음주를 하지 않았으며, 하루에 반갑 정도의 담배를 피웠다.

 

(3) 의학적 소견

(가) 한국산업안전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견해

1) 피고의 업무상 질병 여부 심의의뢰에 대한 회식

이 사건 상병의 발생시기로 보아 일본뇌염일 가능성은 낮으며, 망인의 뇌 MRI 검사상에서 뇌 측두염 하내부에 병변이 보였던 점을 고려하면 헤르페스성 바이러스 뇌염을 의심할 수도 있고, 뇌척수액의 바이러스 검사에서 등정된 바이러스가 없어 정확히 판단하기는 어려우나, 뇌척수액의 병리 양상과 임상적 경과 등을 바탕으로 주치의가 바이러스성 뇌염으로 진단하였으므로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성 질환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감염성 질환의 경우 감염성 병원균에 항시적으로 노출되는 일부 직종(간호사, 의사 및 감염물질을 취급하는 보건의료 종사자)외에는 작업과 관련하여 발병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망인의 작업인 반자동절단작업의 분진(산화철) 노출수준이 그리 높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상병이 망인의 절단작업에서 발생되는 중금속 노출과 관련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망인은 2002. 5.경부터 거의 매일 3시간 이상의 연장근로를 하였고, 공휴일 특근이나 철야작업도 많았으며, 철야작업이 있는 경우 다음날 휴일이 없어 32시간 연속으로 작업하는 때가 많았고, 9월에는 3일 연속 철야작업을 하는 등 교대작업의 배치방법이 불량하기는 하였으나, 현재까지 과로에 의하여 면역기능이 저하된다는 연구는 그 정확한 기전이 밝혀져 있지 않으며, 뇌염이 발생한 시기가 초과근무가 많았던 2002년 8월 내지 10월경이 아니라 같은 해 12월경이었다는 점에서 망인의 시간 외 작업 및 부적절한 교대방법의 배치가 뇌염의 경과에 영향을 주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2) 이 법원의 사실조회에 대한 회신

망인의 경우 뇌염의 원인 바이러스를 확인하지 못했으므로, MRI검사를 기초로 헤르페스성 바이러스 뇌염을 의심할수 있지만 확진할 수는 없다.

헤르페스성 바이러스 뇌염은 삼차신경절에 잠재되어 있다가 인체의 면역기능의 저하 시에 재활성화되어 뇌염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현재 망인의 뇌염이 어떤 바이러스에 의한 것인지와 망인의 작업이 면역능력을 저하시켰는지 여부에 대하여 과학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뇌염은 건강한 사람에서도 발병이 될 수 있으나, 일부 바이러스성 뇌염은 면역체계에 이상이 있는 경우 더 잘 이환된다는 보고가 있다.

 

(나) 피고 자문의들의 대체적인 견해

1) 최초 소견

망인의 경우 과로, 스트레스는 인정되나, 이 사건 상병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하여는 역학조사를 요한다.

 

2) 피고의 심의 의뢰에 대한 한국산업안전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회신 후 역학조사 결과에 의할 때 이 사건 상병과 망인의 업무와의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

 

(다) 인제대학교 부속 B병원 산업의학과 전문의 김 ○○의 견해

망인의 상병은 응급실 내원기록 및 뇌MRI 검사상 소견으로 볼때 HSV-1형의 바이러스 뇌염으로 추정된다. 만성스트레스가 바이러스 감염초기에 중요한 단핵구의 감소 및 염증 부위로의 세포이동의 감소에 작용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고, 만성스트레스가 바이러스의 초기 감염을 막는데 필요한 면역전달물질생산을 억제하는 것으로 드러나는 등 만성스트레스가 바이러스에 대한 중추신경계 면역력을 감소시킨다는 많은 연구결과가 있으며, 동물실험에서도 스트레스가 더 높은 스트레스군과 대조군으로 나누어 인위적으로 헤르페스 바이러스를 주입한 결과 스트레스군이 바이러스성 뇌막염으로 인한 사망률 및 이환률이 더 높은 등 스트레스는 면역력을 저하시켜 바이러스성 뇌염을 유발하는데에 주요한 요인으로 기여한다.

 

HSV-1형 등 헤르페스 균주의 경우 성인은 이전에 감염된 후 피부신경절이나 삼차 신경절 등 몸 속에 잠복해 있다가 기존 질환의 재발의형태로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망인은 2002년 8, 9월부터 잦은 상기도 감염을 호소하였으므로 노동강도가 심했던 8, 9월에 바이러스 질환에 이환되었다가 추후 다시 재발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망인에게는 면역력을 저하시킬 만한 특별한 질환은 없었던 점, 스트레스가 다양한 면역학적 기전을 통해 중추신경계 감염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들이 있는 점, 헤르페스 균주에 의하여 감염된 망인의 경우 기존에 잠복해 있던 질환이 재발했다고 볼 수 있고 12월 당시의 근무강도 역시 낮은 편이 아니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망인의 경우 지속된 과도한 작업이 면역력을 약화시켜 감염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라. 판 단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조 제1호 소정의 업무상의 재해를 인정하기 위한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ㆍ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 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1. 4. 13. 선고 2000두 9922판결 등 참조) 돌이켜 이 사건에 관하여 살피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이 망인이 소외 회사에 입사한 후 계속 연장근무, 철야근무를 하면서 만성적인 과로에 시달렸고, 이는 입사초기의 불안정한 심리상태와 함께 망인에게는 큰 스트레스가 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입사당시까지 건강에 별다른 이상이 없었던 망인이 입사 직후부터 잦은 상기도 감염에 시달리고 그로 인한 진료를 받았던 점, 앞서 본 산업의학과 전문의 김○○의 소견에 의하면 스트레스가 면역기능을 저하시켜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질병 발생을 유발한다는 의학적 연구가 있다는 것이고,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견해에 의하더라도 스트레스로 인한 면역기능의 저하에 대하여는 그 기전이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는 것일 뿐 이를 부정하는 취지는 아닌 것으로 보이는 점,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서의 망인의 과로 및 스트레스를 인정하면서도 망인이 과로를 한 시기가 2002년 8월내지 10월경으로서 이 사건 상병 발병시기인 2002년 12월가 불일치하므로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견해이나, 2002년 12월의 근무시간이 2백23시간도 객관적으로 적지 않은 근무시간일 뿐만 아니라 그 이전까지의 극심한 과로로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 있었고, 또한 계속된 상기도 감염증세로 시달리던 망인에게는 과중한 업무였던 것으로 판단되고

앞서 본 바와 같이 망인의 상병으로 가장 유력하게 추정되는 헤르페스성 바이러스 뇌염의 경우 인체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기능의 저하시에 발병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상병의 발병시기가 근무시간이 가장 많았던 시기와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 다는 점만으로 이 시간 상병과 업무상과로, 스트레스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정 할 수는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상병은 망인이 업무상 과로 및 스트레스로 인하여 면역기능이 저하된 상태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됨으로써 발병하였다고 추단함이 상당하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상병은 망인의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되고,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3. 결  론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박성철

      판사  우관제

      판사  조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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