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때문에 입원 미루다 사망, 업무상재해

사건 : 2003구합11377 유족보상일시금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

원고 : 손○○○

피고 : 근로복지공단

변론종결 : 2004. 6. 17.

판결선고 : 2004. 7.  8.

 

주  문

1. 피고가 2003. 3. 7.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으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 구 취 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의 남편인 소외 전○○○은 1987. 5. 1. D주식회사(이하, 소외회사라 한다) 인천공장에 입사하여 PSA산소공장 정비팀 소속 근로자로서 산소제조 자동화공정부서 운전원으로 근무하였는데, 2002. 12. 2. 06:35경 동료 근로자 조○○○에 의하여 운전자 대기실 내 쇼파에 의식불명상태로 누워있는 채 발견되어 119구조대의 도움으로 인천의료원 응급실로 옮겨졌으나 위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사망하였고, 사망원인은 상기도염(선행사인), 폐혈증 혹은 심부전증(중간사인), 심인성쇼크(직접사인)로 추정된다.

 

나. 피고는 원고로부터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소정의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지급하라는 청구를 받고, 2003. 3. 7. 망인이 통상의 업무를 수행하였을 뿐, 특근, 대근, 연장근무 등을 하였던 것이 아니고, 망인이 맡은 업무가 육체적으로 고되거나 스트레스를 크게 받을만한 일이 아니며, 망인의 작업환경도 비교적 양호한 편이고, 망인이 평소 하루 1갑의 담배를 피우고 술을 즐겨하였던 사정 등을 들어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사실인정

(1) 망인은 5일 단위로 주간근무(07:00∼19:00)와 야간근무(19:00∼07:00)의 2인 2교대 근무를 하여왔고, 주된 업무는 PSA산고공장의 기기에 대한 일상 점검으로서 운전자 대기실로 출근하여 그곳에 있는 계기판을 점검하는 한편, 2시간 마다 1회씩 PAS산소, 1, 2공장을 순회하면서 기계 계기판을 점검하고 그 내용을 첨검부에 기록하는 것인데, 그 소용시간이 10분 정도이고, 이동거리가 100m 정도이며, PAS산소 1, 2공장 순회시 귀마개를 착용할 정도로 소음이 발생하는 것 외에 작업환경은 비교적 양호한 편이었다.

 

(2) 원래 위 업무는 3인 3교대, 8시간 근무하였는데, 2002. 3. 31. 위 업무를 담당하였던 직원 1명이 갑자기 사직하고, 신규 채용된 직원에 대한 직무교육 필요성 때문에 2002. 4. 1.경부터 2인2교대, 12시간(정규근무 8시간, 연장근무 4시간)으로 바뀌었고, 망인이 사망할 때까지 위 근무형태가 유지되다가 망인이 사망한 후 바로 3인 3교대 근무형태로 다시 바뀌었다.

 

(3) 2002. 9. 1.부터 망인이 사망할 때까지의 소외회사의 근무확인대장에 의하면, 망인은 2002. 9. 21. 한차례 유급휴가를 받은 이에 일요일, 공휴일에 상관없이 모두 근무하여 왔고, 망인과 교대근무조를 이룬 소외 이○○○도 망인과 비슷하게 2002. 9. 4.과 2002. 9. 21. 두 차례 휴가를 받은 외에 모두 근무하여 왔다.

 

(4) 망인은 1948. 5. 25.생으로 사망 당시 54세 6개월 남짓의 남자인데, 1997. 7. 16. 이후 1차례 병원에서 위궤양으로 진찰받고, 소화기계 속쓰림 증세로 3차레 약물 치료를 받으며, 기타 치과 치료를 2회 정도 받은 외에 치료받은 적이 없고, 2001. 6. 14.경 실시한 정기건강검진 결과 간질환을 판정받고, 2002. 6. 21. 실시한 정기건강검진에서는 지방간 주의의 판정을 받은 바 있으며, 평소 담배 1갑을 피우고, 술을 매우 좋아하는 편이었다.

 

(5) 망인은 사망 전날 2002. 12. 1.좌측 옆구리 통증 및 호흡곤란 증세를 느껴 09:17경 인천 남동구 소재 가천의과대 길병원 응급실에 찾아가 일반혈액검사 및 방사선 촬영을 받았고, 담당 전문의사로부터 흉수, 신기능 및 간기능 저하, 패혈증이 의심되므로 추가적인 검사와 치료를 위하여 당일 입원할 것을 강하게 권유받았음에도 회사일 때문에 다음날 외래로 와서 검사받겠다고 말하면서 위 권유를 거절하였다.

 

(6) 그리고 망인은 같은 날 19:00경까지 소외회사에 출근하였는데, PSA산소 1, 2 공장 기계의 일상 점검부에 정상적이라면 24:00경 이후 다음날 02:00, 04:00, 06:00에도 각 점검 사항이 기록되어 있어야 하나, 이날은 24:00경의 점검사항만 기재되었을 뿐, 그 이후는 기재되어 있지 아니한 채 망인이 앞서 본 바와 같이 다음날 06:35경 의식을 잃은 상태로 발견되었다.

 

(7) 앞서 본 바와 같이 망인의 사망 원인은 패혈증, 신부전증 등이 원인이 된 심인성 쇼크인 것으로 추정되는데, 망인이 전날 위 길병원 응급실에서 혈압, 맥박, 호흡수 등 활력증후에 관하여 2차례 검사받은 결과에 의하면 24시간 이내에 사망할 가능성을 예측할 만한 변화가 관철되지 않았고, 그밖에 검사결과 역시 마찬가지였다.

 

(8) 만일 망인이 2002. 12. 1. 의사의 권유를 받아들여 입원하였더라면, 응급실에 왔을 때 보였던 임상증상 및 검사소견에 대한 진단적 접근이 용이했을 가능성이 있고, 급격한 변화가 있었으리라고 생각되는 임상증상(예컨대, 쇼크 등) 에 대한 평가와 처지를 시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을 것이라는 것이 망인을 진료한 전문의의 평가이다.

 

 

나. 판단

살피건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조 제1호의 업무상 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업무수행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므로 업무와 재해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재해간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할 것이나,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또한 인과관계의 입증정도에 관하여도 반드시 의학적ㆍ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9. 2. 9. 선고 98두16873 판결, 대법원 1994. 6. 28. 선고 94누2565 판결 등 참조)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당초 3교대 8시간 근무이던 망인의 업무가 2002. 4. 1.경부터 망인이 사망할 때까지 2교대 12시간 근무로 바뀌어 근무량과 시간이 증가하였으나, 앞서 본 업무내용과 근무환경 등에 비추어 볼 때 망인이 과로하였다거나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크게 받아왔다고는 보이지 아니한다. [color=blue:5a6575e75f]그러나 소외회사의 PSA산소공장의 기기에 대한 점검 업무를 맡은 망인 등 두 사람이 모두 공휴일 없이 거의 매일 근무한 사정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업무가 공백이 있어서는 안되는 성격의 것으로 보이고, 위 업무 담당자가 12시간씩 교대 근무하는 두 사람뿐이므로 망인으로서는 2002. 12. 1. 의사의 강력한 입원권유를 받고도, 이미 12시간 근무한 다른 동료에게 연이어 추가로 12시간 더 대체근무 해달라고 요청할 수가 없다는 등의 생각에서 회사일을 이유로 입원권유를 거절하고 다음날 다시 외래진료를 받겠다고 충분히 판단할 수 있고, 이러한 판단은 객관적으로 납득할만 하다.

 

한편, 망인이 2002. 12. 1. 19:00경까지 출근하여 24:00경까지 기기 점검부를 정상적으로 기록하는 등 업무를 수행한 후 다음날 02:00 이후 위 점검부를 기록하지 못한 채 06:35경 의식을 잃은 상태로 발견된 사정에 비추어 보면, 망인이 위 24:00경부터 다음날 02:00경 사이에 패혈증이 급격히 악화되었고, 결국엔 이로 인한 심인성 쇼크로 사망하였다고 보이는데, 망인이 2002. 12. 1. 가천의과대 길병원 응급실에 도착하여 받은 혈압, 맥박, 호흡수 등 활력증후에 대한 검사 등에 의하면, 24시간 이내에 사망할 가능성을 예측할 만한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고, 만일 망인이 2002. 2. 1. 의사의 권유를 받아들여 당일 입원하여 진료를 받았더라면, 망인이 보인 임상 증상에 대한 적절한 진단과 급격한 변화에 대한 적절한 평가 및 처지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므로, 패혈증의 악화로 인한 사망을 예방하였거나 혹은 그 시기를 늦출 수 있었으리라 보인다.

 

이러한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망인의 사망은 망인이 소외회사의 업무수행의 필요 때문에 적절한 진료를 받지 못하여 초래되었거나 그 시기가 앞당겨졌다고 추단할 수 있다.[/color:5a6575e75f]

 

따라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된다고 할 것임에도 이를 부정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할 것이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받아들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성백현

        판사  정성태

        판사  김정중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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