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협착증 및 전방전위증, 추간판 탈출증의 산재 인정사례

재해자 ㅇㅇㅇ은 오랜기간 동안 출판사에서 청타업무에 종사를 하여 왔습니다. 청타업무라 함은 출판원고를 납활자틀에 옮기는 작업(인쇄조판)으로 책을 인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작업입니다.(현재는 컴퓨터롤 이용하므로 사람손에 의지를 하는 경우가 많이 줄어들었음) 조판된 인쇄판의 무게는 보통 1관정도 되므로 하루종일 식자를 하면서 조판을 하루에도 수십번 올리고 내리고를 반복해야하는 업무였습니다.

 

18여년간 청타업무에 종사하여 오던 재해자는 최종직장인 00인쇄소에서 1년 6개월간 근무를 하였고 허리가 아플 때마다 중간중간 병원에 가서 통증완화 주사를 맞으며 지내 왔으나 허리가 도저히 아파서 근무를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자 출판사를 그만두고 집에서 시름시름 앓다가 병세가 악화되어 하반신마비현상이 초래되었었습니다. 주치의 선생께서는 환자의 허리상태는 단순히 디스크가 아니라 허리가 뒤로 물러난 상태이고 요추가 오래된 베아링처럼 닳아 못쓰게 되어 있으므로 뼈 이식수술을 받아야만 한다고 하였고 결국은 광범위한 수술을 하였으나 하반신마비가 후유증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희망이 없는 상태에서 장기간의 투병생활을 지속하여 오고 있었습니다. 저를 만난 것은 바로 이때였습니다.

 

저는 재해자가 오랜 기간동안 인쇄조판업무를 하여 허리에 무리가 초래되었고 이것이 원인이 되어 척추 전위증 및 협착증, 추간판 탈출증이 발생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의학적인 소견과 의무기록을 대조한 바, 재해경위가 사실이었음을 알게 되었고 이를 토대로 사건조사에 착수를 하였습니다. 우선 회사측을 만나서 협조를 구했으나 회사는 허리에 무리가 초래될 만큼 과중한 업무를 수행한 사실이 없다면서 협조를 거부하였고 난관에 부딪히게 되었습니다. 2차로 동료근로자를 만나서 증인진술을 받고자 했으나 재해자가 종사하였던 업무는 컴퓨터의 등장으로 사양길로 접어들어 모두가 직장을 그만두거나 뿔뿔이 흩어진 상태였습니다.

 

3차로 재해자의 오래된 수첩을 꺼내어 일일이 전 직장근무 동료를 우선 알아보고 이를 통하여 최종직장의 동료를 역추적하는 수고 끝에 동료들을 몇 사람 찾게 되었습니다. 이에 저는 전 직장동료와 최종 직장 동료들로부터 청타업무의 어려움과 허리에 무리가 초래될 수 밖에 없는 일임을 입증하는 진술을 확보하였고 이를 토대로 다시금 회사를 찾아가 설득을 하였습니다. 회사는 끝내 이러한 사실의 인정을 거절하여 결국은 사업주 날인 없이 요양신청서를 제출하였습니다.            

 

원처분기관(당시는 노동부 지방사무소였음)은 재해경위를 조사하면서 목격자진술(당사자의 진술은 참고로 할 뿐이지 결정적 증거는 제3자의 진술로 함)과 현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몇몇대의 남은 작업기계를 보고 허리를 구부려 작업을 하면서 허리에 무리가 많이 간다는 것을 확인하였고 재해자의 경우 허리가 아픔에도 불구하고 통증완화제를 맞아가며 무리하게 업무를 수행하여 허리가 급속도로 악화, 하반신마비 현상이 온 것이라는 저희 주장을 인정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피재자가 직장을 그만 둔지 485일만에 산재로 인정된 것입니다. 산재법 시행규칙에서 척추전방전위증과 척추강 협착증의 경우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을 하지 않고 있으나 본 재해자의 경우는 너무나 상병부위가 광범위하고 뼈가 닳아 있었으며, 추간판 탈출증이 동반되어 있었으므로 노동부(현 근로복지공단)내에서 승인되었지만, 이러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소송을 통하여 인정을 받은 경우가 있습니다.

 

현재 재해자는 산재근로자의 자립 및 재활을 돕는 뜻깊은 일에 종사하고 있으며 자신의 아픔은 드러내지 않고 남을 위해 봉사하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상기 재해사례에서 몇 가지를 곱씹어 봐야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첫째는 허리에 대한 질병은 오랜시일이 경과되면서 차츰 악화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병명이 개인적인 지병으로 오인받기 쉽다는 것입니다. 척추강협착증이나 전방전위증등이 그예입니다. 오랜기간동안 허리를 무리하게 사용하여 온 사람들(조적공, 미장공, 철근공, 운반하역공, 목공 등등)에게 이러한 병세가 나타나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자연히 허리가 아프게 되는 것이라고 그냥 넘기기가 쉽습니다. 그러나 명백히 악화과정에 업무상의 원인이 관련되어 있는 경우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현재 근로복지공단은 상기 상병에 대하여 인정을 하지 않고 있으나 법원에서는 인정한 사례가 있음)  

 

둘째는 허리가 아프면 참거나, 파스를 붙이고 적당히 집에서 물찜질을 하는 과정에서 더욱 악화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허리에 뜨끔하는 증세나 다리가 저린 증세가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찾아가 정확한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적당히 지내는 경우는 허리가 급속도로 악화되어 하지마비가 초래될 수 있으며 이때는 수술을 하여도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게 됩니다.

 

셋째는 재해자의 경우 산재를 인정받는데 유리했던 것은 허리에 통증이 있었을 때 병원을 찾은 의무기록이 존재하였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기록은 재해자의 병세의 발병이유와 경과과정들이 소상히 기록되므로 객관적인 입증자료가 되지만 이러한 기록이 없는 경우는 산재를 인정받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넷째는 회사의 확인없이도 요양신청이나 산재법상에 정해진 재해자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많은 근로자들이 본인이 업무상의 재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산재처리를 위해서는 사업주의 확인을 받아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사업주가 부당한 요구(재해경위에서 사업주의 과실을 줄이는 내용으로 바꾸는 문제등)를 하면서 싫으면 산재신청을 하여 줄 수 없다고 하면 그냥 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회사와 관계가 원만하여 합의가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민사소송을 제기하여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재해경위가 어떠하냐에 따라 판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므로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합니다. 심히 부당한 요구를 받으면 이를 거절하고 사업주의 확인없이 권리를 행사하셔도 좋습니다.

 

다섯째는 회사는 근로자의 건강문제에 대하여 관심을 갖고 작업이 용이하게 이루어 지도록 작업공정을 개선하고 적절한 휴게시간을 부여하여야 합니다. 허리부상은 어느 장소에서나 발생할 수 있으므로 안전교육을 통하여 물건을 들 때의 바른 자세, 허리의 구조 및 병리상태의 초래 경로등에 대한 정확한 개념을 전달하여 작업자 본인이 스스로 주의하도록 만전을 기하여야 합니다.

 

여섯째, 허리의 부상 및 통증은 엄청난 고통을 수반한다는 것입니다. 앉아서 무슨 일에도 집중이 어려울 정도로 신경을 빼앗아 갑니다. 다리는 저려오고, 한 자세로는 오래 앉아 있을 수도, 서 있을 수도, 누워 있을 수도 없습니다. 성생활에도 심각한 지장을 초래합니다.  

 

일곱째는 허리 수술을 받는데는 비용이 많이 들게 됩니다. 의료보험이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본인이 부담하는 비급여 부분이 큰 부담이 됩니다. 그리고 수술 뒤에는 후유증으로 고생을 하는 경우가 많으며, 재차 수술을 받아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수술 뒤에는 본인이 종사해 온 업무를 더 이상 할 수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렇게 산재를 인정받는데 우여곡절도 많고 설혹 인정이 되어도 후유증이 심각한 척추질환을 방지하려면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돌보는 것입니다. 작업전에 허리운동을 하여 근육을 이완시키고 신경이 뭉쳐 있는 것을 충분히 풀어 준 후 작업에 임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물건을 들고 내릴 때에는 허리를 구부리지를 말고 무릎을 굽혔다 폈다 하여야 합니다. 무거운 물건을 들고 허리를 중심으로 회전(swing)하면 안됩니다. 차라리 발자욱을 몇 발 옮겨 놓아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육체적인 노동 후에는 목욕을 하는 등 피로를 확 풀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독자여러분의 건강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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