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경색을 촉발할 수 있는 요인으로 과로와 스트레스

 

대법원 2004. 1. 28. 2003두13335 요양불승인처분취소

 

【판결요지】

법 시행규칙 제39조 제1항 [별표 1]에서는 ‘1. 뇌혈관질환 또는 심장질환’에 관하여 별지 관계 법령 기재와 같이 규정하고 있는데, 위 [별표 1]에서 만성적인 과로에 관하여 ‘발병전 3일 이상 업무의 30% 이상 증가 또는 발병 전 1주일 이내의 업무량 등의 변화’라고 규정한 것은 과로에 관한 예시에 불과한 것으로, 반드시 위에서 규정된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과로라고 인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님

 

【당 사 자】원고(피상고인), 김○○

【당 사 자】피고(상고인), 근로복지공단

 

【주 문】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원심판결】부산고법 2003. 10. 24.. 선고 2003누1493 판결

 

【주 문】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피고가 2001. 5. 12. 원고에 대하여 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이 유】1. 처분의 경위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서도 명백히 다투지 않은 것으로 인정된다.

 

가. 원고는 ○○산업 주식회사(이하 ‘○○산업’이라 한다)이 택시 기사로 근무하다가 2001. 2. 21. 06:00경부터 07:00경 사이에 집에서 잠을 자던 중 우측 반신마비 및 언어장애의 증상을 보여 가족들에 의하여 부산 금정구 소재 제일병원으로 후송되었고, 거기서 ‘뇌경색’(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의 진단을 받았다.

 

나. 원고의 같은 해 3. 27. 피고에게 이 사건 상병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면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법’이라 한다)상의 요양신청을 하였다.

다. 피고는 같은 해 5. 12.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상병이 원고의 자택에서 발생하였고, 이 사건 상병의 발병 이전에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위 나.항 판시 요양신청을 불승인(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하였다.

 

2.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요지

원고는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2년동안 나이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격일제의 형태로 하루 24시간씩 운전업무를 계속하여 정신적․육체적 피로가 누적되었고, 그 때문에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한 것이므로, 이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나. 사실관계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7호증의 1, 2, 3, 갑 8호증의 1, 2, 갑10, 14호증, 을 1, 2호증의 각 1, 2, 3, 을 3, 4호증의 각 기재, 제1심 증인 김○일의 증언, 제1심 법원의 부산대학교병원장에 대한 필름감정촉탁결과, 제1심 법원의 ○○산업, 제일병원장 및 정원한의원장에 대한 각 사실조회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1) 원고의 근무내용 및 근무환경

(가) 원고는 트럭운전사로 일하다가 1990. 8. 13. ○○산업에 입사하여 택시기사로 근무해 왔다.

 

(나) 1) ○○산업 소속 택시기사들의 근무형태는 원칙적으로 1일 2교대(또는 ‘2인 1차제’) 근무를 하고, 개인사정으로 본인이 원할 때에는 예외적으로 1일 1교대(또는 ‘1인 1차제’, ‘격일제’, 이하 ‘격일제’라 한다)근무를 할 수 있는데, 격일제 근무의 경우 단체협약상은 1일 9시간 근무에 그 다음날 휴무를 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통상은 06:00에서 다음날 06:00까지 24시간 근무를 하고 그 다음날 휴무를 하고 있다.

2) 격일제 근무의 경우 13일을 근무해야 만근(월 26일 근무)로 처리되어 월 550,000원 정도의 기본급을 수령할 수 있고, 한편 월 사납금의 미납액이 150,000원 이상 되면 상여금에서 월 55,000원을 공제하기 때문에, 원고를 비롯한 ○○산업 소속 택시기사들은 이러한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하여 무리를 하면서도 운전을 하고, 그로 인하여 두통이나 현기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3) ○○산업 소속 택시기사는 2003. 2. 13. 현재 210명이고, 그 중 2년 이상 근속자인 86명의 근속기간별 분포를 보면, 2년 이상은 31명, 3년 이상은 11명, 4년 이상은 13명, 5년 이상은 8명, 6년 이상은 7명, 7년 이상부터 20년까지는 16명으로서, 3년 이상 근속자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

 

(다) 1) 원고는 ○○산업에 입사한 후 계속하여 격일제 근무를 하다가 1998.경 ○○산업의 방침에 따라 1일 2교대 근무로 근무형태를 바꾸었으나, 아래 (2)(나)항 판시와 같은 사정 등으로 1999.경부터 다시 교대근무자와의 합의하에 격일제 근무를 하여왔다.

2) 원고는 평소 06:00경 출근하여 운전을 하고, 09:00~10:00경 사이에 집에 들러 아침식사를 한 다음 계속 운전을 하다가 16:00~17:00경 사이에 점심 겸 저녁식사를 하고, 다음날 새벽 04:00~05:00경까지 운전을 하였으며, 휴무일에는 오전에 휴식을 취한 후 오후에는 등산을 가곤 하였다.

 

(2) 원고의 생활습관 및 가정환경

(가) 원고는 성격이 내성적이고 술을 마시지 못하는 편이나, 담배는 이틀에 한 갑 정도를 피워 왔다.

 

(나) 원고는, 처 박○연이 1999.경 IMF구제금융의 여파로 다니던 봉제공장을 그만두어 가계수입이 줄어들었음에 반하여 그 무렵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집을 새로 구입하는 바람에 생긴 금융비용과 자녀 교육비 등으로 경제적 압박을 받고 있었던 터라 이전보다 더 무리를 하여 운전을 하였다.

 

(3) 원고의 건강상태, 가족력

(가) 2000. 8. 11. 건강검진결과, ‘간기능 관리요’의 소견과 ‘생활습관상 흡연, 음식 개선필요’가 지적되었으나, 혈압, 요당, 혈당, 콜레스테롤 등의 수치는 정상범위 내였다.

 

(나) 원고는 위 (1)(나)2)항 판시와 같은 사정으로 인하여 1995. 1.경부터는 이 사건 상병의 발병 전까지 정원한의원에서 부정기적으로 ‘신경과로, 경향부염좌’등에 대한 치료를 받았다.

 

(다) 원고는 2000. 12. 14. 교통사고를 당하여 ‘경부 및 요부 염좌상’을 입었고, 이로 인하여 같은 달 23.까지 누가정형외과의원에서 입원한 적이 있다.

 

(라) 한편, 원고의 아버지가 혀가 굳어 치료를 받고, 원고의 형이 와사증(안면신경마비)를 앓은 사실이 있으나, 그것이 뇌경색과 관련이 있다는 자료는 발견되지 아니한다.

 

(4) 이 사건 상병의 발병 경위

원고는, 휴무일 다음날인 2001. 2. 20. 평소처럼 06:00경 출근하여 운전을 하고 09:00경 집에 들어와 아침 식사를 한 후 새끼손가락에 힘이 없고 사물이 둘로 보이는 등의 증세를 보이자 위 (3)(나)항 판시 정원한의원을 찾아가 중풍 전조증으로 치료를 받은 다음 다시 운전을 하고, 오후에는 제일병원에서 CT촬영예약을 한 다음 운전을 계속하였으나, 여전히 증세가 호전되지 않고 18:00~19:00경까지도 머리에 통증이 계속되자 일찍 근무를 마쳤고, 그 다음날 아침에 위 1.가.항 판시와 같이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게 되었다.

 

(5) 이 사건 상병에 대한 의학적 소견

(가) 제일병원 담당의사(제1심 법원의 사실조회 결과)

1) 뇌경색을 유발할 수 있는 원인으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심장질환, 과로 및 스트레스 등이 있으나, 원고에게서 다른 위험요인 및 원인은 발견되지 않으므로 과로, 스트레스가 주원인으로 사료된다.

2) 외부적 충격에 의해서 발생되는 뇌손상은 주로 출혈로 발생되기 때문에 뇌경색의 발생원인으로 적합하지 않으므로, 위 (3)(다)항 판시 교통사고로 인하여 이 사건 상병이 발병되었다고 보지 않는다.

 

(나) 부산대학교병원 신경외과 전문의 최○화(제1심 법원의 필름감정촉탁결과)

1) CT촬영결과 등에 비추어, 좌측 뇌기저핵부 및 좌측 측두엽 후부의 피질부위에 뇌경색 소견을 볼 수 있으므로, 허혈성 뇌졸중으로 사료되고, 그 발병 원인은 동맥경화, 고지혈증 또는 당뇨 등으로 추정할 수 있다.

2) 이 사건 상병 발병 후 제일병원에서 시행한 생화학 검사 및 소변 검사에서 고지혈증 및 당뇨소견이 나타나고 있는데, 당뇨의 경우에는 나이, 성별, 고혈압과 관계없이 뇌졸중의 발생빈도가 2.5~3.5배 증가하고, 고지혈증의 경우 허혈성 뇌혈관 질환의 위험인자로 밝혀져 있으므로, 그로 인한 발병 가능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3) 뇌경색이 가족적인 발병의 성향이 있으나 이 사건 상병이 단정적으로 가족력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으로 결론짓기는 어렵고, 흡연의 경우도 뇌졸중의 위험을 50% 증가시키지만 흡연으로 인하여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한 것으로 단정지을 수도 없다.

4) 위 (4)항 판시와 같이 3시간 가량 운전을 하고 집에 들어와 아침 식사를 한 후 같은 항 판시의 증세를 보인 것에 비추어 3시간 정도의 근무를 과로로 볼 수는 없고, 체질적 요인 및 기존 지병의 자연발생적인 악화로 인하여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 정원한의원 원장 최○식(제1심 법원의 사실조회결과)

이 사건 상병의 원인으로 정신적․육체적 과로, 스트레스, 신경성심화증, 고혈압, 당뇨병, 간장질환, 혈액순환장애 및 음식문제 등을 들 수 있고, 원고의 경우 정신적․육체적 과로, 스트레스가 그 원인인자로 사료된다.

 

(6) 뇌경색의 일반적 정의, 발병원인 등

(가) 뇌경색은 뇌동맥의 폐쇄로 인하여 그 동맥으로부터 산소와 영양공급을 받는 뇌조직에 허혈성 괴사가 일어나 갑작스런 국소신경의 장애가 나타나는 것을 말하고, 느닷없이 생기는 병은 아니며 신체적으로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수년에 걸쳐 뇌혈관의 이상이 생기게 되면 어느 정도까지는 혈액공급이 부족해도 뇌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증상이 없다가 더욱 진행되어 견디지 못할 정도가 되면 혈관이 터지거나 막히게 되어 비로소 증상이 발생하는 것으로서 알려져 있다.

 

(나) 뇌경색의 유발요인 및 위험인자로 나이,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비만, 흡연, 유전적 요인 및 혈액순환장애 등이 있고, 과로 또는 스트레스가 고혈압 또는 뇌동맥 경화를 자연적 경과이상으로 악화시켜 뇌경색을 유발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다. 판 단

(1) 법 리

(가) 법 제4조 제1호 소정의 업무상의 재해라고 함은 근로자의 업무 수행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지만,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나) 한편 법 시행규칙 제39조 제1항 [별표 1]에서는 ‘1. 뇌혈관질환 또는 심장질환’에 관하여 별지 관계 법령 기재와 같이 규정하고 있는데, 위 [별표 1]에서 만성적인 과로에 관하여 ‘발병전 3일 이상 업무의 30% 이상 증가 또는 발병 전 1주일 이내의 업무량 등의 변화’라고 규정한 것은 과로에 관한 예시에 불과한 것으로, 반드시 위에서 규정된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과로라고 인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 판 단

위 나.항 판시 사실관계[다만, 그 (5)(나)4)항 판시 의학적 소견 제외]에 나타난 여러 사정, 특히 원고가 1990.경부터 ○○산업에 입사하여 장기간 격일제 근무형태로 운전을 하였다고 하나, 이 사건 상병 발병 당시까지 원고의 근무기간, 나이, 격일제 근무형태가 정상적인 생체리듬에 반하고, 원고가 그 사이 부정기적으로 ‘신경과로’ 등으로 한방치료를 받은 사정 등에 미루어 격일제 근무가, 택시기사로서는 나이가 많은 편에 속하는 원고에게 그 신체에 서서히 부담을 주어 정신적, 육체적 피로를 누적하게 하였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점, 원고에게 이 사건 상병의 발병원인이 될 수 있는 흡연, 고지혈증, 당뇨 등이 있고, 나름대로 규칙적인 식사를 하고, 휴무일에 등산을 하는 등으로 건강관리를 하였음에도 이 사건 상병에 이른 만큼 이러한 요소들이 이 사건 상병의 주요원인으로 작용하였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고, 과로나 스트레스도 뇌경색을 촉발할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는 점, 이 사건 상병은 원고가 운전 중에 몸에 이상을 느끼고 정밀진단예약까지 해 놓은 상태에서 발생한 점 등을 종합하여 위 (1)항 판시 법리와 대비하여 사회통념에 쫓아 판단하면, 원고는 택시기사로서 운전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장기간의 격일제 근무와 늘 긴장상태를 유지하여야 하는 영업용 택시운전 업무 자체의 특수성으로 말미암아 육체적으로 피로가 누적되었을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이러한 업무상의 과로 및 스트레스가 적어도 이사건 상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서 이를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고 추단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상병은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이에 반하는 취지의 위 나.(5)(나)4)항 판시 의학적 소견은 믿지 아니한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있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3. 결 론

그 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있어 인용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청구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관여법관】강문종(재판장), 안창환, 소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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