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사의 인과관계를 부인한 판례

 

업무상 과로와 사망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은 판례 중 다수는 현대의학상 그 원인이 명백하게 밝혀지지 않고, 특히 과로와 어떤 관련이 있다는 점이 밝혀지지 않은 질병의 경우(위암, 폐암, 버거씨병 등)가 많다. 즉 일반적으로 막연히 과로가 만병의 근원이라든가 과로가 신체의 저항력을 약화시켜 모든 질병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는 정도를 가지고는 그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먼저 판례가 과로사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은 구체적 기준을 살펴보고 나서 이에 대한 분석과 검토를 하여 보기로 한다.

 

1. 판례의 구체적인 불인정 기준

 

(1) 현대의학상 그 원인 및 과로와의 관련이 입증되지 않은 질병

 

1) 위암

 

(i) 막연히 과로나 스트레스가 일반적으로 질병의 발생·악화에 한 원인이 될 수 있고 업무수행과정에서 과로를 하고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하여 현대의학상 그 발병 및 악화의 원인 등이 밝혀지지 아니한 질병에까지 곧바로 그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하기는 어려우므로 한국방송공사 소속 프로듀서로 근무하던 중 위암으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 위 사망은 업무 수행과정에서의 과로 등으로 인한 것으로 보기 어려워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1998.5.22. 선고 98두4740 판결).

 

(ii) 교사가 국민학교에 부임하여 6학년 담임을 맡아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하루도 결근하지 않고 직무에 충실하였고 부임한 3개월 후에 실시한 건강진단에서도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아 정상판정을 받았는데 그 후 1개월여 뒤에 위암진단을 받아 23일만에 사망한 경우에 과로가 위암을 발병케 하였다거나 급속히 악화시켜서 망인의 생명을 단축시켰다고 볼만한 자료는 없으며 일반적으로 과로가 질병의 발생 악화에 한 원인이 될 수 있고 망인이 업무수행과정에서 과로를 하였다고 해서 곧 바로 망인의 위암으로 인한 사망이 과로와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하기 어렵다(대법원 1990.5.25. 선고 90누295 판결)

 

2) 폐암

 

김포세관 입국검사장에서 여행자 휴대품 검사업무와 무환수입물품의 심사업무를 담당하던 기간동안 불규칙한 근무시간과 과중한 업무로 인하여 많은 육체적인 피로와 정신적 인 스트레스를 받았던 망인이 폐암에 걸려 사망한 경우에 폐암의 확실한 원인은 현대의학상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흡연이 가장 중요한 요인중의 하나로 믿어지고 그외 석면 공해물질 등도 가능한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폐암이 전이상태로 발견된 때에는 완치가 거의 불가능하고 또 폐암이 과로나 스트레스에 의하여 발병하거나 과로 스트레스가 없으면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다는 의학문헌상의 보고가 없으므로 망인의 사망은 공무로 인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1994.3.22. 선고 94누408 판결)

 

3) 버거씨병

 

버거씨병은 현대의학상 아직 그 발병원인이 밝혀지지 아니하였고, 버거씨병이 과로로 인하여 발생하였다거나 급속히 악화되어 폐질상태에 이르렀다고 볼 증거가 없다(대법원 1993.4.23. 선고 92누8545 판결).

 

4) 급성골수성 백혈병

 

외국회사 한국 지사장으로 근무하던 자의 사망원인이 된 급성 골수성 백혈병은 현대 의학상 확실한 발생원인이 밝혀지지 아니한 채 다만 바이러스에의 감염, 방사선이나 화공약품 등 유해물질에의 노출 등이 유인으로 되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과로나 스트레스가 없으면 백혈병의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다거나, 과로나 스트레스로 인하여 폐렴이나 장출혈 등의 합병증이 유발된다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자료가 없다면 외국회사 한국 지사장의 업무수행으로 인하여 그의 기존 질병인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 급격히 악화되고 이에 따른 합병증이 유발되어 망인의 생명을 단축시켰다고 단정할 수도 없는 것이며, 일반적으로 과로와 스트레스가 질병의 발생, 또는 악화의 한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이유만을 들어 위 망인의 스트레스와 과로가 기존의 질병을 급속하게 악화시킨 원인이 된 것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어 그의 백혈병 발병이나 그 악화로 인한 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인한 사망으로 볼 수 없으므로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한다(대법원 1997. 8. 29. 선고 95재누91 판결).

 

(2) 청장년급사증후군

 

1) 사인이 불분명하고 단순한 경비업무인 경우

 

근로자의 사망이 업무수행중에 일어났다 하더라도 그 사인이 분명하지 않은 때는 업무에 기인한 사망으로 추정된다고 할 수 없다. 아파트 경비원이 근무중 사망한 경우, 달리 망인이과로로 인한 심장마비로 사망한 것이라는 증거가 없어 그 사망원인이 분명하지 않고 가사 사인이 심장마비라 하더라도 망인의 업무가 비교적 단순하고 가벼운 육체노동인 경비업무인 점 등에 비추어 업무상 과로 및 스트레스로 심장마비를 일으켰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1998.12.8. 선고 98두13287 판결).

 

2) 사인이 불분명하고 과로로 볼 증거가 없는 경우

 

근로자가 회사 열처리반에서 근무하여 오던 중 야간근무를 마친 후 귀가하여 잠을 자다가 사망하였으나 그 사인이 불분명하고 평소의 업무내용이 신체적으로 크게 힘든 것도 아니며 위 근로자가 당시 업무의 과중으로 인한 과로나 정신적 스트레스가 지속되는 상태였다고 볼 아무런 증거가 없다면, 위 근로자가 청장년 급사증후군으로 인하여 사망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설사 청장년 급사증후군으로 사망하였더라도 그것이 과중한 업무에 기인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위 근로자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1998.4.24. 선고 98두3303 판결).

 

3) 사인이 밝혀지지 않고 1주일 단위의 주야간 교대근무를 과로로 볼 수 없는 경우

 

망인의 건강상태가 비교적 양호하고 특별한 병력이나 질환이 없었으며, 특히 1996년 하반기 이후 자동차 생산량 감소에 따라 업무량이 줄어들었고, 사망 1개월 전에는 장기파업으로 작업에 임하지 않았으며, 사고 직전 설날 연휴로 충분한 휴식을 취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망인의 사망원인이 밝혀지지 아니한 이 사건에 있어 위 망인이 1주일 단위로 주야간 교대근무를 하여 일반적인 주간근무를 하는 근로자에 비하여 피로와 스트레스를 더 많이 느낄 수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위 망인이 사망한 것으로 추단할 수 없다(대법원 1998.9.11. 선고 98두9257 판결).

 

4) 여러 개의 사업장을 옮겨 다닌 근로자의 사인이 불분명한 경우

 

근로자가 그 소속 회사가 하도급 받은 수 개의 건설공사 중 일부 공사를 위하여 여러 개의 사업장을 옮겨 다니며 작업하다가 사망한 경우 위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망인이 사망할 당시의 사업장에서 수행한 업무뿐만 아니라 사망 전에 근무하였던 사업장에서 수행한 업무도 모두 포함시켜 판단의 자료로 삼아야 하고 근로자의 사망이 업무수행 중에 일어난 경우 그 사인이 분명하지 않다고 하여 바로 업무에 기인한 사망으로 추정할 수는 없다(대법원 1999. 4. 23. 선고 97누16459 판결).

 

(3) 업무상의 과로를 인정할 수 없는 경우

 

1) 피재자에게 관상동맥경화 등 기초질병이 있었다고 보여지지 않는 이 사건에서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심근경색증을 유발하였다고 보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병원 원무과장으로서 다소 과중한 업무를 처리하고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일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병원의 규모나 담당한 업무의 성격, 나이, 평소의 건강상태 등에 비추어 볼 때 업무가 심근경색증을 유발하거나 이를 촉진시킬 정도로 과중하거나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초래하였다고는 보여지지 아니하므로 이를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1997.12.12. 선고 97누14491 판결).

 

2) 피재자의 작업환경, 업무량, 업무시간, 업무내용이나 강도 등으로 볼 때에 이는 업무가 통상적인 정도를 넘지 아니하며 과도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게 하는 정도에 이르러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쳐 밝혀지지 않은 기존의 질병을 악화시키거나 그 밖에 사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다른 질병을 유발시킬 요인이 될 정도에는 이르지 아니하였던 것으로 보이며, 사망 전날의 회식 당시 특별히 과음을 하게 할만한 사정이나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게 할만한 사정이 있었다고는 보이지 아니하므로 업무수행으로 인하여 건강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과로나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는 이 사건은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대법원 1997.7.22. 선고 97누4586 판결).

 

3) 피재자가 전산담당자로서 수행한 업무의 내용은 전산담당자가 통상적으로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과 다르지 않다고 할 것이고, 사망 3개월 전부터 사망하기까지에는 시간외 근무나 심야근무를 한 바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업무량이 과도하였다고는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며, 혈압이 있는 사람에게는 운동 자체가 혈압 상승원인이 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비록 업무를 수행하면서 가끔 육체적 피로나 정신적 압박감을 호소한 경우가 있더라도 그로 인하여 고혈압과 뇌출혈이 유발되거나 악화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재자의 사망이 업무상의 재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대법원 1997.3,25. 선고 96누15954 판결).

 

4) 피재자와 같이 당뇨와 동맥경화증이 있는 사람이 과로를 하거나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질병이 악화되어 뇌경색증을 초래할 수 있는데, 피재자의 토지보상관계 업무의 처리량과 근무시간을 감안할 때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을 만큼 토지 소유자들로부터 시달림을 받은 것으로 보이지 않은 점 등으로 보아 다발성 뇌경색을 발병시키거나 기존질병을 악화시켜 뇌경색에 이르도록 하였다고 볼 수 없으며, 다발성 뇌경색을 일으킬 만큼 과로하거나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인정할 증거학 없으므로 업무상 재해로 볼 수없다(대법원 1997.1.24. 선고 96누14142 판결).

 

 

2. 판례의 경향에 대한 검토

 

판례의 경향에 대한 검토는 위암 등의 경우처럼 발병원인 및 과로와의 관련이 의학상 입증되지 않은 질병과 이른바 청장년급사증후군의 두 가지 범주로 크게 나누어서 하여 보기로 한다.

판례는 위암 등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에 관하여 과로와의 인과관계를 부인하는 판단기준으로 '현대 의학상 아직 그 발병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또한 과로나 스트레스로 인하여 발병하거나 급속히 악화되는 것이라고 밝혀지지 아니한 질병'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므로 사망의 원인이 이러한 범주의 질병에서 비롯되면 판례는 '일반적으로 과로와 스트레스가 질병의 발생 또는 기존질병의 급속한 악화의 한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의학상의 경험법칙에 입각한 일반 주장을 배척하고 과로와의 인과관계를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다. 이러한 판례의 태도에 관하여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의 중요한 의문이 든다. 판례는 과로사의 인과관계를 판단하는 입증의 정도에 대한 일반기준으로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하게 입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근로자의 취업당시의 건강상태, 발병경위, 질병의 내용, 치료의 경과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라는 원칙을 한결같이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로사의 인과관계를 부인하는 위암 등 질병에 관하여 판례는 '현대 의학상' 그 발병원인과 과로와의 관련이 입증되지 않은 것을 구체적 판단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이러한 판례의 입장은 인과관계 판단에서 반드시 의학적 인과관계를 명백하게 요구하지 않는 판례의 기본원칙과 모순되지 않는가 하는 점이 첫째 의문이다. 또한 판례가 위암과 폐암 등의 질병 사례에서 "격무에 시달리면서....업무수행과정에서 과로를 하였다"(대법원 1990.5.25. 선고 90누295 판결) "불규칙한 근무시간과 과중한 업무로 인하여 많은 육체적인 피로와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았던 망인이 폐암에 걸려 사망한 경우"(대법원 1994.3.22. 선고 94누408 판결)라고 구체적으로 과로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 인과관계를 부인한 것(위암 및 폐암의 발병원인과 과로와의 관련이 의학상 입증되지 않는다는 이유로)은 과로를 공동원인 내지 유력원인으로 판단하여 간암 및 폐질환 등의 질병에 그 인과관계를 인정한 판례의 일반 경향과 형평성을 결여한 것이 아닌지 하는 점이 두 번째 의문이다.

판례는 이른바 청장년급사증후군에 대하여 과로사의 인과관계를 부인하는 구체적 판단기준으로 '사인이 불분명하고 업무상 과로의 증거가 없는 상태'를 제시하고 있지만 그 기준의 역점은 역시 불분명한 사인보다는 업무상 과로로 볼 수 없는 사정에 더 두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왜냐하면 판례는 "가사 사인이 심장마비라 하더라도.....경비업무인 점에 비추어 업무상 과로 및 스트레스로 심장마비를 일으켰다고 보기 어려우므로(대법원 1998.12.8. 선고 98두13287 판결)" "설사 청장년급사증후군으로 사망하였더라도 그것이 과중한 업무에 기인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대법원 1998.4.24. 선고 98두3303 판결)"라는 취지의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판례의 입장에 대하여 약간의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판례는 사인이 불분명한 구체적 사례에서 망인의 업무가 각각 "비교적 단순하고 가벼운 육체노동인 경비업무(대법원 1998.12.8. 선고 98두13287 판결)" "1주일 단위의 주야간 교대근무(대법원 1998.9.11. 선고 98두9257 판결)" "회사 열처리반의 야간근무(대법원 1998.4.24. 선고 98두3303 판결)"인 점에 비추어 업무의 성질상 과로로 볼 수 있는 증거가 없다는 객관적 판단을 함으로써 과로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과로의 정도를 업무의 성질에 따라 객관적 선험적으로 판단하는 판례의 입장은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해당 근로자의 상태에 따른 주관적 구체적 판단)하는 판례의 일반기준에 어긋나지 않나 하는 의문이 든다. 또한 판례는 청장년급사증후군의 구체적 사례에서 그 사인이 불분명하다는 것을 이유로 인과관계를 부정하고 있는데 이는 '재해발생원인에 관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경우라도 간접적인 사실관계 등에 의거하여 경험법칙상 가장 합리적인 설명이 가능한 추론에 의하여 업무기인성을 추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업무상 재해라고 보아야 할 것'이라는 판례의 일반기준에 미흡한 심리미진의 태도가 아닌지 하는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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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출처 : http://kdaq.empas.com/knowhow/knowhow_view.html?num=11926&ps=kl&pq=cn%3D557%26lrgcd%3D557%26o%3D1%26d%3D0%26p%3D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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