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질환의 악화는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이 글은 대법원 홈페이지 "법원에 바란다"에 "이용훈 대법원장님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으로 게재하였습니다.

 

오랜동안 법원은 간염 - 간경화 - 간암등의 경과 과정상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원인이 된 경우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을 하여 왔습니다. 그런데 2004년도 부터 간질환에 대하여 과로 스트레스만으로 악화된 경우는 인정하지 않고 업무상 음주가 수반된 경우에 한하여만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한다는 것으로 입장을 바꾸었습니다.

 

이는 대한간학회가 간질환의 악화와 업무상 과로 스트레스간에는 인과관계가 없는 것이었는데 환자와 유족들의 입장을 고려하여 인도주의적으로 도와 주다 보니 인과관계를 인정하여 준 것이었을 뿐 실질적으로는 인과관계가 없었다는 것이고, 아울러 간질환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할 경우 기업이 간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채용을 꺼리게 되고 이로 인하여 수 많은 젊은 사람들이 취업의 기회를 잃게 되므로 차제에 입장을 명확히 하였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많은 사건들이 1심에서 승소를 하고도 2심에서 패소하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에서도 인정을 받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과거 판결에서는 간질환의 경우 과로와 스트레스가 인체의 면역기능을 떨어 뜨리고 이러한 상태에서 과로와 스트레스에 지속적으로 노출이 되면 간의 해독기능이 저하됨은 물론이고 간 자체에 부담을 주어 간경변, 간암으로 악화되는데 영향을 주는 것이라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런데 대한간학회가 상기 입장을 표명하자 법원은 일관되게 간질환을 업무상질병으로 인정하지 않아오고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의 취업길에 장해물이 된다고 해서 취업전선에서 고군분투하다가 사망한 수많은 근로자와 그들의 가족들의 처지는 쓰레기통에 쳐 박혀야 하는것인가요? 또 현재 병상에서 투병중인 간질환자들과 그들 가족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요?

 

2004년도말 경 하급심 판결에서 2004년도 이후 대법원 판결과 입장을 달리하는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간질환의 악화와 질병의 경과과정에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가 미치는 영향을 인정한 고전적인 입장의 판결(2004년도 이전 대법원 판결의 입장)입니다. 그 내용은,

 

"만성 비형 간염 보균자는 의학적 처지와 건강관리를 제대로 한다고 하여도 간경변증으로 진행하고 악화되는 것을 예방하는 방법은 없고, 과로나 스트레스가 만성 비형 간염에서 간경변증으로 악화되는 것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는 과학적이고 의학적 근거는 아직 없다. 하지만 만성 비형 간염 환자에 대한 의학적 처지와 건강 관리는 간경변으로 진행하고 악화되는 속도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면역 기능이 저하되는 경우에 비형 간염 바이러스가 침투하여 활성화가 많이 되는 것을 고려하면, 면역 기능의 저하가 만성 비형 간염 보균 환자의 증세를 악화시켜 바이러스의 증식과 활성화를 보이고 만성 간손상을 일으켜 간경변에 이를 수 있다. 그리고 면역 기능이 저하되는 상황인 심한 육체적 또는 전신적 노동 등을 피하는 것은 간경변의 악화를 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이다(사건 : 2002구단3211 요양급여불승인처분 취소 : 판결선고 : 2004. 12. 10. 판사 최은배).

 

이 사건은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간질환의 악화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라는 판례 입장과 배치되는 것으로 중요합니다. 하지만 현재 대법원 판례는 업무상 음주를 제외한 간질환의 악화는 업무와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다는 입장에 있습니다. 이 판결에 대하여도 근로복지공단은 항소를 하였고 항소심에서 원고패소(서울고등법원 : 2005누1154 : 2005.10.28.)가 결정되었습니다. 유족은 2005. 11. 28.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2005두15571)하여 현재 소송이 진행중이나 대법원의 입장이 2004년 이후의 원칙을 고수, 상고심에서도 기각되고 말았습니다.  

 

그렇다면 기왕의 판결(2004년도 이전)들은 다 무엇이었습니까? 법원이 학회의 입장표명에 의해 이렇게도 저렇게도 흔들릴 수가 있는 것인가요? 그 흔들림으로 수많은 간질환자들과 가족들의 처지가 천길 낭떠러지로 내몰려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 책임을 누가 지려는가요? 물론 법원이 업무상 질병을 인정함에 있어 의학적소견이 그 핵심을 이루고 있다는 것다는 것을 고려할 때 학회의 입장표명을 중시하여야 했다는 것은 불문가지입니다. 하지만 업무상 질병의 인정에 있어서 정책적인 고려보다는 재해근로자의 생존권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타국의 사례에서 어떤 의학적 인과관계를 인정하고 있는지도 보아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간질환자의 경우는 과로와 스트레스를 피하여야 하고 관리를 잘해야만 된다는 점에 착안을 하면 이를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간질환의 악화가 진행되었다면 이는 업무상 질병으로 보아야 합니다. 간질환이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에 의하여 증악될 수 있다는 것은 기왕의 여러가지 사례에서 이미 확인된 바 있었습니다.

 

2004년도 이후 대법원의 판결이 기왕의 태도를 변경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로 간질환이 악화된 수많은 사람들이 흔들린 기준에 의해 곡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간질환이 업무상 과로, 스트레스에 의해 발병한다는 의학적인 근거는 없으나 적어도 상병의 경과 과정에 있어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자명합니다. 그렇다면 대법원 판결은 2004년 이후로 잘못된 판결일 수 있고 재심신청사유가 된다고 봅니다. 법원은 생명체로 거듭나야 한다는 이용훈 대법원장님의 소신에 호소를 드리고 싶습니다. 간질환의 업무상 질병의 인정에 대하여 종합적이고도 심층적인 분석을 통한 법원의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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