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법, 고용노동부 고시 2008-43호를 즉각 개정하라!!!

비지니스 프랜들리가 노동부를 고용노동부로 만들고... 노동자는 쓰러져도 구제받을 길이 없다.

산재법, 고용노동부 고시 2008-43호를 즉각 개정하라!!!

서울의소리ㅣ 기사입력 2012/02/11 [07:41]

 

신현종 노무법인 푸른솔 대표는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한 유일한 노무사다. 그의 투쟁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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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앞에서 일인시위를 하는 신현종 노무사 © 서울의소리

 

그의 시위로 이뤄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럼에도 그는 오늘도 싸움을 멈추지 않는다. 아니, 그럴 생각이 애초부터 없어 보인다. “산재 일을 주로 하니 일감이 줄어 보채는 것” 정도로 치부하는 주위의 시선도 아랑곳 하지 않는다. 그는 1인 시위를 ‘정의를 위한 투쟁’으로 표현했다. 그가 1인 시위를 통해 그토록 바꾸고자 한 것은 무엇일까.

 

“우선 근로복지공단(이하 공단)에 우리의 입장이나 판정에있어서의 문제점을 수도 없이 지적해 왔습니다. 심사청구를 해서 안 되면 감사원 심사청구도 해봤고, 법과 제도적 절차를 많이 시도해봤는데 결국 이루어지는 건 별로 없었죠. 그 이면을 들여다보니 제도적·입법적으로 미흡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때문에 공단이나 노동부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게 된 것입니다.

 

당시 산재로 인정받지 못해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의 사례를 7건 정도 구비해서 국회의원 10여 분에게 전달하고, 도탄에 빠져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실상을 알리려고 갔습니다. 자료만 전달해서는 반응이 없을 것 같아서 1인 시위를 했고, 지금도 그런 부분들이 개선이 되지 않기 때문에 법이 개정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2008년 7월 1일 개정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법)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맹점을 그는 세상에 알리고 싶어 했던 것이다.

 

당시로서는 법의 함정을 몰랐다고 전하는 신 노무사는“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에서 많은 노력을 하고는 있지만, 막상 이 문제의 심각성을 노동계나 경영계, 정부조차도 모른다”고 일갈한다. 그러면서 “누구나 근로자”라며 “산재는 개별 근로자들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일터에서 성실히 일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쓰러진 근로자의 가정은 풍비박산나고 만다. 한 줄기 희망으로 여겨온 산재법이 근로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조합돼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그는 또 “제도와 법이 바뀔 때 무관심했던 사람들이 희생을 당한 것”이라며 “만약 피해를 당하게 되면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고 강조한다. “법과 제도가 잘못됐으면 바꾸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산재법은 반드시 개정돼야 할 악법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현행 산재법이 갖고 있는 입법적 문제점을 다음 세 가지로 정리했다.

 

“가장 중요한 차이는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급작스럽게 힘을 쓰거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과로 스트레스들이 있는 상태에서 어려움들이 과중이 되면, 그동안 축적돼 있는 혈압상승 요인보다 급작스럽게 올라갈 수 있는 요인들도 있을 수 있어 현장에서 쓰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장 사고임에도 평소보다 30% 업무가 늘어나고 그걸로 터졌을 때만 현장에서의 뇌출혈도 인정해주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인정을 못하겠다는 쪽으로 가버리는 변화가 생기다보니, 2008년 6월까지 45%정도 승인율에서 현재는 10%대에 이를 정도로 뇌심혈관계 질환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 안 되는 상황에 오게 됐습니다. 이게 정상적인 법입니까”

 

신현종 노무사는 이에 대해 “대다수 노무사들도 공감을 하고 있는 부분”이라며 “1월 16일 한국공인노무사회에서 산재포럼연구회 모임이 있었는데, 거기서도 이 부분에 대해 심각한 문제제기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노동계에서도 이 부분은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한다.

 

<업무가중성 30%의 함정>

 

2008년 7월 1일 이후 산재법 시행규칙 제39조 별표1 업무상질병 인정기준, 그 중에서 ‘뇌심혈관계 질환’에 대한 인정기준이 있었다. 2008년 7월 1일 이전에는 시행규칙 속에 있던 기준이 2008년 7월 1일 이후 법이 바뀌면서 결국 고용노동부에 위임했던 것. 그 위임의 규정을 받아서 2008-43호 고시가 발령됐다.

 

원래 그 이전에도 ‘일상 업무에 비하여 30% 이상 가중됐을 때 업무상 뇌심혈관계 질환이 발병되면 인정을 해준다’는 내용이 존재하고 있었지만, 이전 시행규칙에서는 ‘업무수행 중 뇌출혈이 일어났을 때에는 업무상 질병으로 본다. 단 명백히 업무상으로 인한 질병이 아니다라는 반증이 없는 한 인정을 한다’고 돼 있던 규정이 개정 고시에서는 업무수행 중 ‘뇌출혈부분’이 슬그머니 빠진 것. 결국 업무가중성이나 30%의 과로들이 입증되지 않으면, 이 부분을 과로로 인한 질병으로 보지 않는 현저한 방향성의 변화가 생긴 것이다.

 

<공단 종속 질병판정위원회>

 

질병판정위원회(이하 질판위) 제도는 노동계의 요구로 2008년 7월 1일 만들어졌다. 명분은 담당자의 독단적인 판정을 객관화시킨다는 측면. 애초 공정하고 객관적인 판정을 유도하기 위한 좋은 의도였던 것이다.

 

질판위는 업무상 질병 여부의 판정을 내리는 판정기구.

중요한 판정을 내리는 판정기구는 적어도 행정부에 부속기구가 아닌 독립적 기관이 돼야 한다. 그래야 위원들이 어떤 입김이나 외압으로부터 판정에 영향을 배제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막상 질판위가 공단 부속기구로 되다 보니까 인력풀을 근로복지공단이 짜고 위촉도 공단이 해왔던 것.

 

“질판위 판정결과는 대부분 진일보한 판정을 내리기보다는 보고된 내용을 가지고 판정을 하는데, 심층적 판정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나 청문의 기회를 갖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근로자측 서명을 받는다든지 여러 사항을 충분히 고려한 판정보다는 공단이 불승인을 내리려고 할 때 공단에 종속돼 있는 입장에서 소견을 제공하는 정도의 기능에 머물렀다는 게 저의 판단입니다.

 

심지어 업무상 질병에 대해서 주치의 '관련성이 있다'는 소견이나 공단내 자문의 '인정'의견도 질판위는 ‘무슨 소리냐. 이건 업무상 질병이 아니다’며 무시해 버리기 일쑤였습니다. 그런 쪽으로 질판위가 소극적으로 산재 인정을 못 받도록 하는 데 지금까지 기능을 해왔던 거죠. 그럴 바에는 차라리 독립적이고 공정하고 객관성 있는 기구로 환골탈태를 하든가, 아니면 아예 없어져야 될 기구입니다”

 

<입증책임의 전환(분배) 문제>

 

현재 업무상 재해 입증책임은 근로자에게 있다. 보통 근로자가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업무상 질병을 당해서 병원에 입원하거나 사망한 상황을 가정했을 때, 의식이 멀쩡한 사람들은 자기가 무슨 일을 하다가 쓰러졌다는 부분을 진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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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공단에서는 본인의 진술을 사업주에게 문답한다. 사업주는‘ 그런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 과로사실 없다’며 회피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 사실. 이유는 산재가 인정 되고 나면 공단에서 각 사업장마다 얼마가 보상금으로 나갔는지를 따져서 보험수지를 분석한다. 보험료를 50%까지 더 부담해야 되는 ‘개별실적요율제’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보험료를 더 물어가면서까지 근로자를 도와주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업주는 드물다.

 

또 산재로 처리하더라도 적게는 10%, 많게는 20%의 비급여 부담이 생기는데, 근로기준법상 요양비는 사업주가 부담하는 걸로 명시돼 있기 때문에 비급여에 대한 부담감도 떨쳐버리기 쉽지 않다. 또 손해배상을 당할 수 있는 단초를 줄 수 있다고 생각도 갖고 있다.

 

“얼마나 힘들게 일을 했는지에 대해 당사자가 돼 보지 않고서는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건 매우 어려운데, 그런 것을 사업주의 진술에 의지한다는 것은 상당히 문제가 있습니다. 회피되거나 축소될 가능성이 매우 높죠. 거기다 회사가 동료 근로자들한테 재해자의 업무 내용에 대해서 보고 들은 것에 대해서 진술서를 쓰라고 하면 사업주들의 눈치를 봅니다. 결과적으로 사업주의 진술 내용도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고, 동료근로자의 서술도 소극적 경향을 띠다 보니까 산재로 인정을 않는 것입니다. 근로자의 손해발생을 근로자에게만 부담시키는 부조리한 결과가 오게 됩니다.

 

멀쩡한 사람, 의식이 있는 사람의 경우도 이럴진대, 마비가 돼서 말을 못하거나 머리에 출혈이 생겨서 전혀 사고 발생 전의 상황을 기억을 못하거나, 심지어 돌아가신 분의 경우는 과연 그 부분을 어떻게 입증해내느냐는 거죠.”

 

<누구를 위한 노동부인가>

 

이런 모순을 근본적으로 바꾸고자 하는 노력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그 노력의 결실로 2011년 11월 1일 이미경 의원이 국회의원 40여명의 지지를 받고 입증책임의 분배와 관련된 법안을 의원입법으로 올렸다.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 요지는 업무상 질병에 대해 사업주가 반증하라는 것. 현재 이 법은 고용노동부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환노위도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제(1월 16일) 포럼에서 노동부 산재보험과장님에게 ‘노동부에서 이 부분에 반대하는 이유를 알고 싶다’고 했더니 ‘입증책임이라는 것은 재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입증해야 되는 것은 법 구조상 당연한 것’이라고 하더군요.

 

근로자가 아무 의식도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죽기도 하는데, 입증책임, 특히 유족에게 입증 책임을 지게 하는 건 너무 정의롭지 못합니다. 근로자에게 입증책임을 내버려둔다는 건 사회가그런 사람을 외면해서 벼랑으로 내모는 것과 같습니다. 벼랑에서 떨어져 죽든 말든 나는 모른다는 거죠. 이건 이해관계자들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정의의 문제입니다.”

 

공인노무사 8기, 1999년에 합격한 신현종 노무사. 이전에도 노무법인에서 산재 업무를 주로 해온 그다. 햇수로 17년차 정도. 인터뷰 말미에 던진 그의 마지막 말이 아직도 긴 여운을 남긴다.

 

“지난 3년 6개월 동안 잘못된 법제도의 모순 때문에, 우리를 믿고 맡겨주신 가족이나 재해자들에게 너무 죄송합니다.”

 

월간 노동법률 김준환 매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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