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간질환에 대한 법원판례의 태도변화
얼마전 법원판례에서는 간염 - 간경화 - 간암등의 경과 과정상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원인이 된 경우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을 하여 왔다. 그런데 최근 법원은 간질환에 대하여 과로 스트레스만으로 악화된 경우는 인정하지 않고 업무상 음주가 수반된 경우에 한하여만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많은 사건들이 1심에서 승소를 하고도 2심에서 패소하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다.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인체의 면역기능을 떨어 뜨리고 이러한 상태가 지속이되면 병은 깊어지게 마련인데 법원이 이를 인정하지 않은다면 수많은 간질환자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어쨋든 당장은 업무상 음주를 밝히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고 앞으로 사법부의 판단에 과로 스트레스가 간질환 악화의 주범이라는 것을 인정받는 노력이 절실하다.
이번 판례는 비교적 음주의 불가피성이 잘 조사되어 있어 그나마 승소를 한 사례이다. 이에 판결문 전문을 게재합니다.
<과중한 업무량으로 B형간염 및 간경변이 급속히 악화되어 간세포암으로 사망했다면 업무상 재해에 해당>
서울고등법원 제11특별부
사건 : 2004누2419 유족보상 및 장의비부지급 처분 취소
원고 : 장○○
피고 : 근로복지공단
변론종결 : 2004. 10. 21.
판결선고 : 2004. 11. 25.
주문
1.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가 2002. 2. 18.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2.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의 남편인 망A(이하‘망인’이라 한다)는 주식회사 Y건축사사무소(이하‘소외회사’라 한다)에서 건축설계부장으로 근무하던중 2001. 4. 7. 01:30경 병원에서 직접사인‘심정지’, 중간선행사인‘간부전’, 선행사인‘간세포암’으로 사망하였다.
나. 이에 원고는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의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에게 유족보상금 및 장의비의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02. 2. 18. 망인의 사망이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유족보상금 및 장의비부지급 처분(이하‘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소외회사 입사 후인 1984. 9.경 B형 간염으로 진단받은 다음, 건강관리를 철저히 하면서 근무하여 오던 중 회사 경영 악화와 구조 조정으로 인한 극도의 불안감, 중국 소주에서의 해외 출장 근무, X전자 기흥공장, 천안공장에서의 과중한 업무부담과 지방근무 등으로 육체적으로 과로하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아왔고, 그러한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가 기존질병인 B형 간염을 자연경과 이상으로 급속하게 악화시켜 망인이 간세포암으로 사망하였으므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나. 인정사실
(1)망인은 1981. 9. 15. 소외회사에 입사하여, 1984. 9. 18.경 B형 간염보균자로 진단을 받았으며, 1989. 11. 6.경에는 만성 B형 간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는데, 1992. 7. 2.경에는 초음파검사 결과 만성간질환 및 초기간경변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2)망인은 X전자 기흥반도체 현장, X전자 구미공장 등지에서 반도체 공장 설계업무를 주로 담당하였고, 이러한 반도체 공장 설계 업무는 그 규모가 방대할 뿐만 아니라 공사가 공기 단축을 위해 설계와 동시에 시공을 하는 형태로 이루어지는 등으로 그 설계작업 또한 촉박한 일정으로 시간을 다투며 진행됨으로써, 근무시간이 통상 평일에는 08:00경부터 22:00경까지, 토요일에는 08:00경부터 15:00경까지 근무하였으며, 일요일에도 격주로 출근하여 08:00경부터 15:00경까지 근무한데다가, 지방근무에서 오는 여러 가지 어려움도 겪어야 했다.
(3)더욱이 망인은 1998년경 외환위기에 따른 구조조정으로 감원대상에 포함될 것을 우려하여 제대로 잠을 못 잘 정도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중국 소주에 있는 X반도체 공장에 파견되어 6개월 정도 해외근무를 해야하는 어려움을 시달려야 했다.
(4)그러는 사이에 망인은 1998. 11. 13.경 정식으로 간경변의 진단을 받게 되었는데, 그럼에도 1999. 7. 15.경부터 사망한 무렵까지 X전자 천안엘시디(LCD)공장 신축현장에 파견되어 선임 실장 또는 부장 직책으로 반도체 공장 설계업무 등을 담당하여 오면서, 병가 이외에는 휴가를 사용한 적이 없을 정도로 격무에 시달렸고, 그 외에도 관공서 업무, 관계업체와의 업무조정, 민원해결 등 현장관리업무까지 맡아 수행함으로써 업무상 접대를 위해 망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술을 마셔야만 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5)그리하여 망인은 2000. 10. 23. 건강진단결과 만성 B형 간염, 간경변과 함께 간암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게 되었고, 같은 해 11. 16. 컴퓨터단층촬영(CT)결과 간세포암으로 확진되어 같은 달 22일 항암색전술 등 치료를 받았으나, 2001. 3. 10. 집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되어 치료를 받아오던 중 간세포암의 악화로 같은 해 4. 7. 사망하였다.
(6)망인은 1958. 12. 22.생의 남자로서 사망 당시 42세 남짓이었고, 1984. 9. 8. B형 간염 보균자로 진단을 받아오면서 건강관리를 하여왔으며, 평소 위와 같이 업무상 술을 마시는 이외에는 거의 술을 마시지 않았다.
(7)한편, 만성 B형 간염은 B형 간염 바이러스의 지속적인 간염 상태가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간염으로서, B형 간염이 6개월이상 지속되면 만성 B형 간염으로 발전하고, 만성 B형 간염이 악화되면 간경변 또는 간암으로 진행될 수 있는데, 성인이 되어 B형 간염이 발생한 경우에는 약10% 정도만이 만성으로 진행하며, B형 간염 바이러스 보균자는 정상인에 비해 간암발생의 위험률이 200배 정도 높고, B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간경변증으로 진단된 성인에서 간암이 발생되는 비율은 5년 경과 후 13%, 10년 경과 후 27%, 15년 경과 후 42%라고 보고되어 있다.
(8)또한, 과로와 스트레스가 간암을 유발 또는 악화시키는 요인은 아니지만 선행 질환인 B형 간염을 악화시키는데 기여할 수는 있다.
다. 판단
(1)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조 제1호 소정의 업무상의 재해라고 함은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지만,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하고,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그 입증이 있는 경우에 포함되며, 업무와 사망과의 인과관계의 유무는 보통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2)위 인정사실에서 본바와 같이, 망인은 만성 B형 간염이 간경변으로 발전한 상태에서도 촉박한 일정으로 진행되는 반도체공장 설계작업을 하면서 휴가도 제대로 가지 못하고, 평일에는 14시간, 토요일과 일요일(격주)에도 7시간씩 근무하는 등 과도한 연장근무 또는 휴일근무를 계속하여 왔고, 해외근무도 하였던 점, 더욱이 망인이 X전자 천안엘시디(LCD)공장 신축 현장에 근무하면서 위와 같은 격무인 반도체공장 설계업무 이외에도 관공서 업무, 관계업체와의 업무조성 등의 업무까지 맡아 처리하게 됨으로서 어쩔수 없이 접대 등을 위하여 술까지 마셔야 했던 점, 이러한 업무상의 과로 및 스트레스 인하여 망인은 B형 간염의 진단을 받고 3년도 못되어 초기 간경변의 진단을 받았고, 이에 대한 건강관리를 계속함으로써 그러한 상태가 유지되어 오다가, X전자 천안 엘시디공장에 파견된 이후 업무상 과로 및 스트레스가 한층 심해지면서 정식으로 간경변의 진단을 받은지 1년만에 간세포암의 진단을 받았고, 다시 5개월 남짓만에 그로 인하여 사망한 점, 망인이 사망 당시 까지 치료를 받은 서울S병원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에 따르면 과로와 스트레스가 간염을 악화시킬수 있다고 하는점 등에 비추어 보면, 망인의 경우 평소 과중한 업무량에 따른 연장근무 또는 휴일근무 및 해외근무 등으로 제대로 쉬지 못한 채 육체적으로 과로하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아오면서 업무로 인하여 술까지 마시게 됨으로써 B형 간염 및 간경변이 일반적인 자연속도 이상으로 급속히 악화되어 간세포암으로 이어져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임에도, 피고가 이와 다른 판단 아래 원고에 대하여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할 것이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할 것인 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므로 이에 대한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판사 박국수
최승록
박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