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를 지급받는 자유직업소득자로 명시했다하더라도 퇴직금 지급해야...

대법 "청호나이스 지점장은 근로자, 퇴직금 줘야"

"임금을 목적으로 노무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

12.06.04 13:09l최종 업데이트 12.06.04 13:09l신종철(sjc017)

 

 

RT: 0l독자원고료: 0

 

기사공유

URL줄이기

인쇄

글씨크기

 

정수기 제조·판매업체인 (주)청호나이스의 지점장과 팀장은 플래너(방문판매원)와 달리 임금을 목적으로 노무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퇴직금을 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청호나이스는 전국 140개의 지점에 지점장, 팀장, 플래너가 소속된 플래너 조직을 두고 있으며, 각 지점에는 경험이 많은 플래너를 지점장이나 팀장으로 위촉해 지점에 소속된 일반 플래너들을 관리 및 지도하도록 운영하고 있다. '플래너'는 정수기를 렌트하고 정수기의 필터교환 및 점검 등의 업무를 하는 방문판매원이다. 

 

법원에 따르면 플래너를 거친 L(49)씨 등 32명은 청호나이스와 '팀장 또는 지점장 업무계약'을 체결하고 각각 2년에서 6년3개월 동안 근무했는데, 회사가 월별·분기별로 평가한 등급에 따라 각종 수당을 받았다. 계약서에는 이들은 고유의 사업을 영위하는 독립된 사업자라고, 또 수수료 지급규정에 의한 수수료를 지급받는 자유직업소득자로 명시했다.

 

또한 지점장과 팀장은 본사의 관리에 따라 매일 회사가 지정한 지점에 출근했고, 출·퇴근이 불성실한 경우 업무를 해약당하는 불이익을 입었다. 회사는 지점장을 대상으로 본사에서는 월1회 지점장 정책회의를 했고, 또 회사가 실시하는 교육에 불참하면 경고장을 받고 업무해약을 당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지점별로 업무목표량 또는 할당량이 있었는데 실적이 현저하게 미달되는 경우 본사로부터 계약해지 조치가 이뤄질 수도 있었다.

 

청호나이스는 팀장 및 지점장에게 지급하는 수수료에서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했고, 이들에 대해 건강보험, 국민연금보험, 고용보험 등을 가입신고하거나 그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았다. 

 

퇴직한 L씨 등은 "재직기간 동안 회사에 전속돼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성과급 성격의 임금을 지급받는 종속적인 노동관계에 있었던 근로자들이므로, 회사는 근로기준법상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반면 청호나이스는 "L씨 등은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방문판매원들이고, 이들의 업무내용 역시 임금을 목적으로 한 종속적인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라 볼 수 없다"고 맞서며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41민사부(재판장 배광국 부장판사)는 2009년 9월 L씨 등 32명이 청호나이스를 상대로 낸 퇴직금 청구소송에서 "원고들은 피고로부터 업무에 관해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피고에 전속돼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수수료 성격의 임금을 지급받는 종속적인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반면 항소심인 서울고법 제2민사부(재판장 황병화 부장판사)는 2010년 9월 청호나이스 지점장에 대한 근로자성을 인정한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팀장과 지점장들은 피고의 정식 직원인 근로자들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 복무규정, 인사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고, 오로지 피고와 개별적으로 체결하는 업무계약에 근거해 피고가 정한 수수료 규정의 적용을 받을 뿐"이라고 밝혔다. 

 

또 "팀장과 지점장들은 지급받은 수당에 대해 사업소득세를 납부했고, 근로자들에게 주어지는 4대 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한 점 등 원고들이 주장하는 모든 사정들을 감안하더라도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2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주)청호나이스의 팀장 및 지점장으로 일한 L(49)씨 등 32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퇴직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라"며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출·퇴근 시간에 제약 없이 자신의 의사에 따라 비교적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플래너와는 달리 지점장과 팀장은 회사가 제공한 사무실에 출·퇴근했으며, 출·퇴근이 불성실한 경우에는 업무계약이 해지되는 불이익을 입기도 하는 등 피고로부터 근무장소와 근무시간을 지정받고 이에 구속돼 근무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점장이나 팀장이 피고로부터 매월 받은 수수료는 지점이나 팀의 실적 및 지점장이나 팀장의 업무 평가 결과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기는 하나, 이러한 성과급의 형태 역시 지점이나 팀의 유지·관리 업무라는 근로에 대한 대가로서 지급된 것으로서 노동의 양과 질을 평가하는 것이라 할 수 있어 근로의 대가인 임금의 성격을 벗어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한 "원고들의 업무 내용 및 형태, 피고의 원고들 업무에 대한 평가 및 지휘·감독의 내용 및 정도, 원고들의 근무 시간과 장소에 대한 구속력, 보수의 내용 및 성격들을 종합해 보면, 원고들을 비롯한 팀장과 지점장은 플래너와는 달리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리고 비록 원고들이 피고와 업무계약을 체결하면서 '피고와 근로관계에 있지 않는 독립된 사업자'라고 명시했고,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납부하고 피고로부터 각종 사회보험의 혜택을 누리지 못했으며, 피고의 취업규칙 등의 적용을 받지 않았더라도, 이와 같은 계약서 형식, 사회보험 가입 여부, 근로소득세 원천징수 여부, 취업규칙 적용 여부 등은 사용자인 피고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사항들로서 지점장이나 팀장의 근로자성을 뒤집는 사정이라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그럼에도 원심은 지점장이나 팀장이 기본적으로 상위 플래너의 지위를 가지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해 원고들의 퇴직금청구를 모두 기각한 것은 피고를 위해 종속적인 관계에서 업무를 수행한 지점장이나 팀장의 노무가 가지는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결국 원심판결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개념 및 판단 기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으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케 하기 위해 원심법원으로 환송한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취소
XE1.11.6 Layout1.1.5